[미디어펜=백지현 기자] 금융권의 ‘노조 추천 이사제(노동이사제)’ 도입을 둘러싼 공방이 재점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금융권 노동조합이 노동이사제 도입을 재추진할 움직임을 보이면서다.
업계를 중심으로 “노동이사제 도입은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우세한 가운데 노동조합의 노동이사제 도입 움직임이 일면서 노사간 갈등이 격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노동이사제는 문재인 정부가 공약으로 제시하면서 금융권에서도 도입에 급물살을 타는 듯 했다. 그 간 몇 사례의 도입시도가 금융회사 주주총회에서 번번이 좌절되면서 노동이사제 도입은 좌초될 것으로 전망됐었다.
실제 지난 3월 열린 KB금융 정기 주주총회에서 노조측이 노조 추천의 사외이사 선임안건을 상정했으나 부결됐다. 노조측은 지난해 11월에도 하승수 변호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해 이사회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실패했다.
하지만 양대 노동조합인 전국금융산업 노조와 전국사무금융서비스 노조가 전날 공동 투쟁본부를 출범하고 노동이사제 도입을 위한 토론회를 열면서 노동이사제 도입 논의에 또 다시 불을 붙였다.
노동이사제는 근로자 대표를 사외이사 경영에 참여해 사업계획과 예산, 정관개정 등 경영진의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제도로 독일에서 시작해 현재 프랑스, 스웨덴, 네덜란드 등 19개국에서 도입했다.
다만 노동이사제가 시행되고 있는 유럽의 상황은 한국과 상이하다. 독일의 경우 경영이사회와 감독을 이원적으로 운영해 노동이사는 감독만 하도록 제한하고 있으며, 기업의 효율성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노동이사제 도입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견해가 우세한 가운데 경영권 훼손에 심각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노동자 대표가 이사회 일원으로 참여하게 되면 경영권과 주주권리를 침해할 소지가 다분하다는 시각이다.
인사와 경영이 사용자 측의 고유 권한임에도 노동자 대표가 이사회에 참여하게 됨으로써 경영권 개입은 물론 주주권리를 침해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임금단체협약 협상은 물론 인사권까지 노동계에 유리한 방향을 직간접적인 영향력을 발휘함으로써 경영권을 흔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노조측에서는 금융의 투명성과 공공성을 확대하는 차원에서 노동이사제 도입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지만, 근로자 대표가 이사회에 참석해 발언권과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영권 훼손이 우려된다"며 "노동조합의 노동이사제 도입 재추진 움직임이 일면서 노사간 갈등으로 비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