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헌 회장 15주기(8월4일)를 앞두고 현대그룹이 남북 해빙 무드에 반색하고 있다. 현대그룹은 지난 정권에서 막혔던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등으로 인해 대북 사업에 어려움을 겪었다. 올해로 현대그룹이 금강산 관광을 시작 20년째, 중단된 지 10년을 맞았다. 현정은 회장이 진두지휘할 현대그룹과 대북사업의 현황과 미래를 3회에 걸쳐 짚어본다.<편집자주>
지난 2007년 개성공업지구 2단계 측량 착수식에 현대아산 관계자들이 참석한 모습 /사진=현대그룹 제공
[미디어펜=최주영 기자]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복심은 무엇일까. 현대그룹은 2000년 8월 북한아태평화위원회로부터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사업을 포함한 7대 SOC 사업권을 확보했지만 언제 사업을 재개할 지는 불투명한 상황. 당장 다음달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미북정상회담에서 ‘남북 경협’에 대한 시그널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도 잠시, 북한이 전날 돌연 고위급회담을 취소하면서 비상이 걸렸다.
현대그룹에서 남북사업을 사실상 전담하고 있는 현대아산은 최근의 남북경협과 관련한 국제 정세가 불안정한 만큼 경협 가능성에 대해 “시기상조”라고 일축했다. 당장 시작할 수 있는 사업에 대해서도 “언제 어떻게 재개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차질없이 이행하도록 준비하고 있을 뿐”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경협 사업과 관련) 우리가 중점적으로 했던 사업들을 중심으로 할 것”이라면서도 “금강산과 개성공단 사업 관련해서는 당국간 합의가 성사되기만 하면 이미 수립된 계획에 따라 단계별 이행할 수 있을 정도지만 7대 SOC사업 관련해서는 아직 논의가 되지 않고 있다”며 “언제 어떻게 사업이 재개될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대그룹과 북한은 2000년 8월 남북경제협력 사업권 합의서에 서명했다. 당시 남북 경협과 관련한 사업권을 가져오기 위해 투입된 자금만 총 14억달러로 전해졌다.
현대아산에 따르면, 1998년 정주영 명예회장 시절 9억4200만달러를 지급하는 대가로 금강산 관광 사업권을 확보했고 금강산 관광이 중단됐던 2008년까지 북한에 지불된 금액은 4억9000여만원 정도로 추산된다. 여기에 7대 SOC 사업 및 운영과 관련한 개별합의서가 포함되면서 5억달러의 자금이 들어간 상황이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현재 편성된 7대 SOC사업 외에도 개별적으로 사업을 진행할때는 추가 자금이 들어갈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며 “금강산과 개성공단 사업을 제외하고는 7대 SOC사업은 본격적인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현대아산은 다른 기업들이 갖지 못했던 사업권을 2000년도에 확보했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이미 진행된 바 있는 금강산, 개성공단 등 2개 사업을 제외하고 나머지 7대 SOC사업부터 구체화해 진척을 내는 것이 현 상황에서 중요해보인다.
현대그룹도 빠르게 움직이고 있지만 과거와 같은 독점적 대북사업은 힘들 것이라는 게 업계 안팎의 시선이다. 이미 2011년 6월부터 시행중인 ‘금강산국제관광특구법’은 금강산 관광·개발 사업에 대해 현대아산의 독점 사업권을 무력화시켰다는 평가다. 이 법은 ‘한국은 물론 제3국의 법인, 개인, 경제조직, 해외동포의 투자가 가능하다’고 명시하고 있다.
현대아산은 이에 대해 중국인들을 상대로 관광 사업을 하기 때문이라고 전한 상황이지만 북한측의 현대아산의 사업권과 관련한 확실한 주장이 빠져있기 때문에 설득력을 얻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현재 1단계까지 착수한 개성공단 사업도 현재 입주사가 300곳 중 124곳 정도 뿐이라는 점에서 탄력을 잃었다는 분석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개성공단을 2단계 250만평을 넘어 3단계 2000만평까지 확장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지만 1단계에서 사실상 사업이 전면 중단된 상황에서 복구 작업에만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투입될 전망이다.
향후 가장 큰 대북사업이 될 북한 SOC개발과 관련한 전망도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현대아산은 북측과 7대 SOC개발 사업권 합의서에 서명했다. 하지만 2003년 3월 양측이 SOC개발 사업 이행의지를 확인했을 뿐, 현대그룹과 현대아산이 북한에서 실제 진행한 SOC사업 착수 여부는 앞으로 당국 차원의 논의가 얼마나 빠르게 착수되느냐에 달려있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4.27정상회담 이후 판이 많이 바뀌었다. 아직 미북회담이 남아있고 경제재재가 풀려야 하지만 그 어느때보다 긍정적인 시그널들이 많이 보이는 상황이고 판이 커졌을 때를 대비, 우리가 기존에 했던 것들을 잘 꾸려 나가야할 것”이라며 “7대 사업의 권리 부분은 미래먹거리 사업인만큼 ‘남북경협사업 TF’를 통해 운영상황 전반을 점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최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