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한화 이글스가 전반기를 2위 성적으로 마감한다. 12일 넥센과 한 경기를 남겨두고 있지만 지더라도 한화의 '전반기 2위'에는 변함이 없다.
한화 구단에는 하나의 '사건'이다. 한화가 전반기를 2위 이상의 성적으로 마치는 것은 단일리그 기준으로는 1992년 이후 무려 26년만이다. 1992년은 빙그레(한화 전신) 유니폼을 입을 때였고, 전반기를 1위로 마친 뒤 정규리그 우승까지 차지했으나 한국시리즈에서 롯데 자이언츠에게 밀려 준우승에 머물렀다.
한화가 유일하게 한국시리즈 우승을 했던 1999년에는 전반기를 2위로 끝냈지만 당시는 양대리그 체제였다. 한화는 전반기 매직리그 2위였지만 승률로는 8개 구단 중 5위였다.
시즌 전 한화에 대한 대체적인 순위 예상은 '하위권'이었다. 꼴찌 후보로 꼽는 전문가들도 많았다. 한화의 자체적인 목표도 5위 안에 들어 가을야구를 맛보는 것이었다.
그런 한화에 전반기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어떻게 한화는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고 돌풍의 팀이 되며 전반기 마감 시점에 순위표 2위에 이름을 올리게 된 것일까.
당장 지난해와 비교하면 한화의 전력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오히려 더 약해졌다고 봐도 무방하다. 기존 선수 그대로에 따로 대형 FA(자유계약선수) 영입도 없었다. 뽑기에 따라 팀 전력의 절반이 왔다갔다 할 수 있는 외국인선수 쪽은 깜짝 반전 그 자체였다.
지난해 한화는 메이저리그 경력이 풍부한 로사리오(150만 달러), 오간도(180만 달러), 비야누에바(150만 달러) 등 무게감 있는 외국인 선수들을 영입하느라 총 480만달러나 투자했다. 올해는 호잉(80만 달러), 샘슨(70만 달러), 휠러(57만5천 달러)로 외국인선수를 구성해 200만 달러 조금 넘는 돈만 썼다.
한화 구단이 "20대 젊은 외국인선수들을 뽑아 육성해서 쓰겠다"는 방침을 밝혔을 때만 해도 비난과 조롱을 받아야 했다. '올해도 한화는 성적 낼 뜻이 없구나'라고 생각하는 팬들이 대부분이었다.
이렇게 전력이 약화된 것처럼 보였던 한화가 '확 달라진' 모습을 보이며 전반기 멋진 레이스를 펼친 끝에 당당히 2위에 올랐다.
한화의 호성적에는 여러 이유를 댈 수 있을 것이다. 호잉과 샘슨(휠러는 빼고)이 기대 이상으로 잘 해줬다. 특히 호잉은 어느 외국인타자 부럽잖은 활약으로 한화 타선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포수 지성준, 내야수 정은원 같은 신예들이 놀랍도록 잘 해줬다. 윤규진 김재영 김민우 등 토종 선발진이 안정됐고 정우람을 주축으로 송은범 이태양 서균 등이 최고의 불펜진을 구축하며 잘 해줬다. 김태균이 부상으로 공백기를 갖는 동안 이성열 송광민이 빈자리가 느껴지지 않게 잘 해줬다.
다 잘 해줬다. 그런데 이것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지난해까지는 안되던 일들이 올해는 왜 잘되고 있을까.
마지막 방점은 역시 한용덕 감독에게 찍힐 수밖에 없다. 한용덕 감독은 올해부터 지휘봉을 잡은 초보 사령탑이지만, 지휘봉을 '마술봉'처럼 휘둘러 대부분의 선수들이 맡은 위치에서 잘 하도록 만들었다. 한화의 기나긴 암흑기 동안 그 어떤 명장들도 해내지 못했던 일이다.
한용덕 감독에게는 어떤 특출난 점이 있기에 이와 같은 '매직'을 부릴 수 있었던 것일까.
덕아웃 분위기를 편안하게 만드는 리더십, 선수의 장점을 발견하고 키우는 능력, 적재적소에 선수 기용을 하는 예리한 판단력, 무리하지 않으면서도 승리로 가는 길을 예리하게 짚어내는 경기 운영 능력 등 여러가지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용덕 감독의 매직에 대한 평가는 아직은 유보다. 후반기가 남아 있다. 여러 복합적인 요인에 의해 돌풍을 탄 한화 선수들이 가진 기량 이상의 힘을 발휘하며 전반기를 잘 마쳤다. 후반기에는 순위 싸움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어떤 변수가 생기고 어떤 고비가 닥칠지 모른다.
'반전 스토리'를 쓰며 전반기 2위를 차지한 한화 선수들과 한용덕 감독이 후반기 어떤 마무리 솜씨로 드라마를 완성할 지, 한화 팬들은 약간의 조마조마함과 엄청난 기대감으로 지켜볼 것이다.
[미디어펜=석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