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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이사논란에 시끄러운 항공업계, 해외사례 보니

2018-07-12 15:00 | 최주영 기자 | jyc@mediapen.com
[미디어펜=최주영 기자]최근 항공업계에 면허 취소 사유인 외국인 등기이사를 고용한 사실이 적발되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 가운데 외국항공사의 경우 외국인 등기이사에 대해 별다른 제재를 하지 않고 있어 법 규정 자체가 현실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항공법상 항공사의 외국인 등기이사 재직은 불법이지만 해외에서는 이에 대한 별다른 규제를 하고 있지 않다. 앞서 진에어를 비롯해 아시아나항공과 에어인천 등 세 곳의 항공사가 외국인 등기이사를 영입했다는 이유로 면허취소가 거론되고 있다. 

이륙중인 진에어 여객기 /사진=진에어 제공



우리나라와 달리 외국 항공사들은 항공산업 발전을 위해 우수한 외국인 최고경영자(CEO) 또는 등기이사를 선임해 경영활동을 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스카이팀 소속 D항공사(미국)는 12명의 이사진 중 브라질 국적의 등기임원이 재직하고 있으며 지사장으로는 인도, 중국 등 다양한 국적의 임원이 활동 중이다. 원월드 소속 C항공사(홍콩)도 전체 이사회 임원 중 외국인이 포함돼 있다. 말레이시아 국적의 A항공사는 이사회 임원 5명중 2명이 외국 국적을 보유했다. 

외항사 관계자는 “항공업의 특성상 '글로벌 스탠다드’ 개념이 보편화돼 있어 다양한 시각과 관점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나라의 법이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는 외국인을 적극적으로 영입하려고 하는 추세”라고 전했다.

항공사의 외국인 등기임원 규제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에서 정한 표준모델에서 유래했다. ICAO는 국제노선을 배정할 때 항공사 국적을 기준으로 삼는데 이 과정에서 항공사들이 실질 소유자의 국적 요건을 자국법에 맞춰 가려내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은 자국법상 대표이사를 포함한 항공사 전체 임원 중 3분의 2 이상이 시민권자여야 한다. 유럽연합(EU)도 회원국 내지 회원국 국민이 지분을 2분의 1 이상 소유해야 한다. 일본은 법인 등기부상 외국인 임원이 3분의 1 이상이면 안 된다. 하지만 이들 국가 중 이사회에 외국인 등기임원이 한 명이라도 있는 경우 항공면허를 취소할 수 있다 규정을 가진 곳은 없다.

반면 국내는 1991년 외국인 임원 금지 조항이 생겨난 이후부터 사실상 외국인의 경영 참여를 엄격히 규제해 왔다. 외국인 임원이 한 명이라도 있으면 반드시 면허를 취소하도록 규정이 바뀐 것은 1999년부터다. 이후 2007년 개정땐 외국인 임원 재직이 임의 취소 사유가 됐지만 2012년부터는 또다시 필수 취소 사유로 바뀌었다.

항공법에 외국인 임원 금지 조항이 생겨난 1991년 이후 2012년까지 처벌 조항이 무려 4차례나 바뀐 셈이다. 

지난 2016년 항공법이 단일법에서 공항시설법, 항공안전법, 항공사업법 등 3개로 분법화되면서 정비가 이뤄지지 않은 점도 혼선을 초래한다는 지적이다. '외국인 이사 재직'이라는 동일한 규정을 놓고도 법 조항이 서로 상충돼 모순된 해석을 하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현재 항공사업법은 임원 중 외국인이 있으면 면허를 취소하도록 하는 ‘필수 취소 사유’로 규정하고 있지만 항공안전법은 외국인이 대표자이거나 임원의 2분의 1 이상인 법인이 소유한 항공기를 등록할 수 없도록 하는 상대적으로 처벌 수위가 낮다.

항공업계는 글로벌 비즈니스인 항공사업의 특성상 국제표준을 따라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내 항공법이 해외법과 비교할 때 외국자본 등에 강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는 것이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와 미국 연방항공국(FAA) 등 글로벌 스탠다드 기준을 표방하는 항공업의 특성상 독자적이고 외국 자본에 엄격한 잣대를 세우는 것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014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외국인 항공사 지분 제한, 사업면허 제한 등을 예로 들며 한국의 항공운송 분야를 가장 큰 서비스 규제로 꼽은 바 있다.

전문가들은 과거 스카이팀 소속 에어프랑스와 KLM의 대등합병 사례와 같이 항공업계가 ‘국적’ 개념보다는 ‘글로벌 비즈니스’ 성격이 짙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허희영 항공대 교수는 “항공사업은 세계적 표준에 맞춘 글로벌 비즈니스인데다 필요에 따라서는 제휴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며 “최근 대한항공과 델타항공이 조인트벤처를 체결했듯이 외국 자본을 경계하기 보다는 적극적 유대가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해외처럼 외국인이 항공사의 오너나 실질적 지배자가 될 수 없다는 한도를 넘지 않는 수준만으로 항공산업 보호는 충분히 가능하다”며 “외국인 임원이 한 명이라도 있을 경우 면허를 취소하도록 한 규정은 손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미디어펜=최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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