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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제대로 힘준 스파이 스릴러…냉전의 남북관계 속 윤종빈의 공작은 치밀하고 견고했다

2018-07-31 17:42 | 이동건 기자 | ldg@mediapen.com
[미디어펜=이동건 기자] 윤종빈 감독의 '공작'이 냉전의 남북관계를 배경으로 역대급 스파이 스릴러의 탄생을 알렸다.

31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영화 '공작' 언론시사회 후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이날 현장에는 윤종빈 감독을 비롯해 배우 황정민, 이성민, 주지훈, 조진웅이 참석했다.


지난 3일 진행된 '공작'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배우들의 모습. /사진=더팩트 제공



영화 '공작'은 1990년대 중반, 흑금성이라는 암호명으로 북핵의 실체를 파헤치던 안기부 스파이가 남북 고위층 사이의 은밀한 거래를 감지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첩보극.

윤종빈 감독은 흑금성의 이야기를 접한 뒤 호기심에 조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는 "조사를 하면서 더욱 관심이 갔고, 이는 사실에 기반한 첩보극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이어졌다"면서 "그래서 이야기의 주인공인 박채서 씨를 어렵게 수소문했다. 박채서 씨가 수감 중이었기 때문에 가족분들을 통해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윤종빈 감독이 '공작'을 통해 전하고 싶었던 건 한반도의 비극이 지금까지도 지속되고 있는 이유에 대한 질문이었다. 이야기의 주인공인 흑금성 역을 맡은 황정민은 "흥미를 떠나 이 이야기를 꼭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작품 출연을 결정한 계기를 밝혔다.


지난 3일 진행된 '공작'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배우 황정민, 이성민의 모습. /사진=더팩트 제공



황정민은 지난해 5월 만기 출소한 박채서 씨를 직접 만날 정도로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 그는 "그 분을 묘사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그 분의 얼굴을 보고 싶었고, 기운을 느껴보고 싶었다"면서 "일련의 사건들을 알고 있어서 그런지, 원래 풍채가 크시지만 대단하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고난과 역경을 견딘 걸 보면 김정일 위원장과 독대할 만한 힘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다만 '공작' 촬영 당시는 남북관계가 지금과 같지 않아 많은 어려움이 따랐다고. 황정민은 "북한에서 촬영장을 섭외하지 못해 쫓겨나기도 했다"면서 "남북정상회담 이후 급변하는 정세를 보면서 배우들 모두 행복했다"고 밝혔다.

특히 "남북관계가 나아지지 않고 영화가 개봉했다면 색안경을 쓰고 이 영화를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지금은 남북관계가 좋아지려는 상황이기 때문에 관객분들도 재밌게 영화를 관람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작품을 준비하며 느꼈던 우려를 털어놓기도 했다.


지난 3일 진행된 '공작'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윤종빈 감독의 모습. /사진=더팩트 제공



그렇다면 윤종빈 감독이 작품을 만들며 가장 힘들었던 점은 뭘까. '공작' 제작진의 숙제는 북한의 배경을 어떻게 재현하느냐였다. 윤종빈 감독은 "예전에 '왜 남파 간첩 영화는 있고 북파 간첩 영화는 없지?'라는 생각을 했는데, 돈이 굉장히 많이 들어서 안 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평양에 들어갈 순 없어서 평양과 비슷한 연변 지역에서 촬영을 하거나 CG, 세트 작업을 했다. 굉장히 많은 제작비를 투입해 완성했다"고 촬영 후일담을 전했다.

'공작'은 남북의 사실적인 배경뿐 아니라 눈빛 하나, 숨소리 하나에서도 상대의 정체를 파악하기 위한 북측의 집요한 의심과 이를 피해가기 위한 흑금성의 페이크, 윤종빈 감독의 섬세한 연출을 통해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역동적인 드라마를 완성했다.

속내를 감춘 채 접근한 북으로 간 스파이 흑금성과 상대를 의심하고 경계하며 남북 공동 사업을 추진하는 북 대외경제위 처장 리명운(이성민), 남측의 국가안전기획부 해외실장 최학성(조진웅), 처음부터 끝까지 흑금성에게서 의심을 거두지 않는 북의 국가안전보위부 과장 정무택(주지훈)이 그 드라마의 주인공. 


사진=영화 '공작' 스틸컷



윤종빈 감독은 각각의 이해관계로 얽힌 인물들과 사건을 통해 스파이의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그는 "스파이는 결국 군인이고, 군인에게 가장 중요한 건 피아식별이다. 적과 아군을 구분하는 게 스파이의 가장 중요한 임무이고, 그게 냉전적 사고다"라며 "이 작품을 통해 냉전의 끝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논란의 여지가 있을 메시지에 대해서도 굳건한 소신을 밝혔다. 공작 활동은 국제법상 범죄 행위임을 인정하지만 법이 실정에 맞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것. 그럼에도 쏟아지는 우려에는 "세상에는 다양한 종류의 영화가 있다. 저희 영화를 보고 싶어하는 분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그 분들과 온전히 소통하고 싶다"며 기대를 부탁했다.

2018년 제71회 칸 국제영화제에 공식 초청, 올여름 기대작으로 떠오른 윤종빈 감독의 신작 '공작'은 오는 8월 8일 개봉한다.


[미디어펜=이동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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