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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은행-금융당국, 은산분리 숙원 해소…혁신 과제 남았다

2018-09-21 13:46 | 박유진 기자 | rorisang@naver.com
[미디어펜=박유진 기자]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담은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인터넷전문은행과 금융당국이 '혁신'이라는 본과제를 받게 됐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회는 지난 20일 본회의를 열고 특례법을 처리했다. 산업자본의 지분율(의결권 기준) 상한을 기존 은행법 기준 4%에서 34%로 완화하는 게 골자로 자산 10조원 이상의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은 대상에서 제외된다.

당초 이 법안은 '재벌의 사금고화'를 우려하는 여당 내부의 반발로 한때 법안 통과가 불확실해지기도 했지만 여야는 진통 속에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비록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비중이 50% 이상인 기업에 한해 대주주 자격을 허용하는 등 중요사항이 시행령에 위임된 논란도 있었지만 법안이 원활히 통과돼 내년 초 시행만을 남겨두고 있다.

여야가 내부의 강한 반발속에서도 특례법 처리에 합의한 만큼 설립 취지대로 향후 인터넷은행은 '진짜 혁신'을 보여줘야만 생존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7년 4월과 7월에 각각 출범한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는 국내 제1호 인터넷전문은행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하게 사업성에 있어 시중은행과 큰 차별점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주력 사업이 여·수신, 대출, 카드, 보험 등에 한정된 것이 가장 큰 문제로 자체 개발 신용평가모형 외에는 별다른 혁신성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모바일플랫폼의 경우 시중은행도 앱(App) 활성화에 나서고 있고 이를 거치면 주거래은행의 각종 업무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수수료나 보험료 차이 등을 제외하면 기존 제도권 금융사를 벗어날 유인책도 되지 못한다는 지적도 많다.

금융사 한 관계자는 "인터넷으로 모든 업무를 빠르고 쉽게 처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혁신이라고 할 순 있겠지만 기존에 금융사들이 판매하고 있던 상품을 이율 등의 변동없이 그대로 비대면에 올려 판다는 점에서는 붕어빵 형태의 영업 행위나 다름 없다"고 말했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는 대신 사용자 경험 디자인(UX)를 개선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사람과 마주보는 일 없이 오직 스스로 인터넷과 모바일을 통해 은행 업무를 봐야하는 소비자들의 편의성과 사용 이해도를 높이고자 모바일 환경에 맞는 UX 개발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예컨대 카카오뱅크는 불필요한 페이지 확인을 최소화하고 문구 배치 등 화면 내 구성을 모바일에 최적화하는 작업 등을 시도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인터넷은행 뿐만 아니라 금융당국의 혁신도 함께 동반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행 감독규정은 은행법에 의해 인가받은 은행들을 위한 규제이기 때문에 인터넷은행에만 특화된 규정 마련이 시급하다.

비대면 거래만 하는 인터넷은행의 특성상 본인 인증 수단만 확보되면 명의 도용 등이 쉽게 가능해 금융 피해 우려도 큰 상태다.

최근 비대면 실명확인 서비스 등 일부 감독규정의 경우 절차상 방법의 한계로 소비자 피해가 일어난 사례가 등장하기도 했다.

지난 8월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신용불량자인 남성이 자신의 아버지 명의를 도용해 대출을 받은 사건과 관련해 아버지인 A씨가 카카오뱅크를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확인소송’에서 원고 패소 결론을 냈다.

당시 법원은 비대면으로 계좌를 개설할 때 아들이 A씨 명의의 휴대전화, 신분증 사진, 주민등록증 원본을 사진 촬영해 제출해 카카오뱅크 측에 제출했고, 이는 감독규정에 명시된 '비대면 실명 확인 의무'를 모두 지킨 사항이기 때문에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판시했다.

당시 이 소송에 대해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카카오뱅크가 졌으면 비상이지만 원고 패소했으니 실명 확인 절차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걸로 보인다"고 답변했지만 실질적으론 마땅한 대책 방안이 없어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IT 기술이 발전되지 않는 한 비대면에서 대면채널에서의 확인과 비슷한 인증 방법을 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소비자보호는 최근 금융당국이 강조하는 원칙으로 소비자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상품에 대해서는 별도의 보안 규정을 마련하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대출 만기일이 통상 1년 단위로 진행된다고 생각할 때 이번 사례 외에 추가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도 남은 상태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시 세종대로에 위치한 정부청사에서 특례법 통과 소감 브리핑을 가진 뒤 "인터넷은행이 제 역할 해서 시장의 변화와 혁신을 촉진하게 하는 것은 물론이고 당국의 금융규제 틀도 재검토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당부한 만큼 새로운 감독 규정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미디어펜=박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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