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나광호 기자]"만약 우리가 석유를 취득할 수 없다면 식량도, 섬유도, 그리고 대영제국의 경제발전 동력으로 필요한 그 어떤 상품도 취득할 수 없다."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수상이 1913년 7월17일 의회연설에서 효율적 에너지원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은 그가 추진했던 군함 동력원 전환 정책과 그에 따른 반대여론 때문이었다.
그는 해군부장관으로 있던 1911년 군함 동력원을 석탄에서 석유로 바꾸는 정책을 추진했다. 이는 당시 영국의 주요 산업인 석탄부문에게는 타격을 입히고 이란을 비롯해 영국에 석유를 수출하는 국가들에게는 이득을 안기는 것이었다.
하지만 결국 제1차 세계대전에서 석유를 동력으로 삼은 영국 군함들이 독일 군함을 상대로 선전한 데 이어 독일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 유럽으로 가는 석유파이프를 차단하기 위해 '사막의 여우'로 불리는 에르빈 롬멜을 북아프리카 전선에 투입했으나, 석유공급 부족으로 전차부대 운용에 난항을 겪으면서 효율적 에너지원은 경제발전 뿐만 아니라 전쟁의 승리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 증명됐다.
미국도 록펠러의 스탠다드오일이 석유시장을 독점하는 과정에서 석유값을 80% 깎으면서 소비자들이 에너지를 싸게 이용할 수 있게 됐고, 이는 미국 경제발전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 내 중소 정유사들의 줄도산이 발생하면서 악평이 쏟아졌으나, 결과적으로 생산·물류·이동을 비롯한 사회 전 분야의 비용이 감소하면서 인적교류가 활발해지는 등 경제발전의 토대가 굳건해진 덕분이다.
한국 역시 산업화가 진행되는 동안 에너지 효율화를 위한 노력을 경주했다. 외국의 경우처럼 석탄을 사용하다가 석유와 천연가스로 주에너지원이 바뀌고 원전을 발전시키면서 기업에 저렴한 전기공급이 가능하게 됐고, 이를 통해 기업들은 가격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됐다.
사실상 에너지 전량을 수입해야 하는 한국의 경우 에너지 효율화는 필수적이며, 이를 거치면서 원유를 정제해 석유제품과 석유화학제품으로 수출하고 해외에 원전을 건설할 수 있는 국가로 거듭났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탈원전 정책이 실시되면서 전기료 인상 논란이 불거지는 등 한국의 에너지정책에 적신호가 켜지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탈원전을 추진하고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였던 독일·일본·캐나다·호주 등의 국가에서는 여지없이 전기료가 높아진 바 있다.
최저임금 급등과 낮은 노동시장 유연성을 비롯한 요소들이 기업경쟁력을 낮추는 가운데 에너지정책의 실패로 전기료까지 높아질 경우 수출이 타격을 입고 우리가 필요한 상품을 사오는 것도 어렵게 된다. 처칠의 연설이 현실화되는 셈이다.
과학·경제·환경적 측면을 고려하지 않고 당위적 명제에 의존해 탈원전을 추진했던 대만이 최근 국민투표를 통해 이를 철회하고 유럽에서도 정책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의 에너지정책이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진단해야할 필요가 있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