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나광호 기자]삼성그룹과의 '빅딜'을 통해 사업영역을 확장했던 한화그룹이 다시 한 번 승부수를 던질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그룹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음에도 꾸준히 후보로 거론되는 이유로는 크게 세 가지가 꼽힌다.
가장 먼저 언급되는 것은 그간 한화그룹이 보인 행보다. 한화그룹은 10대그룹 가운데 유일하게 항공 관련 사업을 하고 있으며, 최근 면세점사업에서 철수한 것에 대해 신성장동력 추진을 위한 경영적 판단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2017년엔 한화테크윈과 한화인베스트먼트를 통해 저비용항공사(LCC) 에어로케이에 160억원을 투자했으나, 지난해 초 에어로케이의 항공운수업 신규 면허 취득 실패로 자금을 회수한 바 있다.
지난해 말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항공사업 부문을 넘긴 데 이어 항공기 엔진·부품 제조사도 이 회사에 넘기는 등 사업부문 재편을 단행했다.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경우 부품사업 및 정비·조립사업 등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기존사업과의 시너지를 모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넉넉한 실탄도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한화, 한화건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케미칼 등의 현금성 자산을 합친 금액은 1조5015억원으로 집계됐다.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필요한 자금이 최대 2조원이라는 점에서 부족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으나 1조4122억원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한 한화생명이 1조원 규모의 롯데카드 인수를 포기하면서 자금 부족 우려가 없어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룹 차원에서 신성장동력으로 밀고 있는 태양광부문이 '중국 쇼크'에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도 이번 인수설에 힘을 싣고 있다. 태양광 업황 부진은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중국발 공급과잉 등 구조적 문제에 기인한다는 점에서 항공산업 진출로 돌파구를 마련할 공산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석유화학 다운사이클과 태양광 업황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현금성 자산의 상당수를 이번 인수에 투입한다면 이들 업종에 대한 리스크 관리가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미국과 이란이 봉쇄카드를 주고 받으면서 국제유가 오름세가 이어지면서 석화업계에는 비상등이 켜지고 있다. 항공업계 역시 유가 상승의 직격탄을 맞는 업종이다.
태양광부문 역시 업계 일각의 기대와 달리 중국업체들이 생산량을 늘리면서 폴리실리콘 값이 사상 최저 수준으로 주저앉는 등 밸류체인을 구성하는 제품의 가격이 전반적으로 하락, 실적 개선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김승연 회장이 '한국형 록히드마틴'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드러냈으나, 아시아나항공의 규모로 볼때 인수하기 부담스러운 측면도 있을 것"이라며 "채권단이 분리 매각 가능성을 열어둔 것도 이러한 사정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