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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게임질병코드' 편견·이해관계가 만들어낸 오류

2019-06-11 13:35 | 김영민 부장 | mosteven@nate.com

김영민 디지털생활부장

[미디어펜=김영민 기자]"한 번 빠지면 끝을 본다." 누구나 자신이 좋아하거나 관심이 있는 것에 몰입하는 경향이 있다. 금방 싫증을 내고 다른 것에 눈을 돌리는 이들도 있지만 한 번 몰입하면 깊숙이 빠지는 사람들도 많다.

사람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할 때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한다. 집중력이 높아지면 전반적으로 능력도 향상된다. 부모가 아이의 집중력 향상을 위해 부단히 애를 쓰는 것이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게임도 그렇다. 필자도 청년 시절에 한 때 게임에 푹 빠진 적이 있었다. 밤을 지새거나 주말에는 하루 종일 게임만 하던 때도 있었다. 물론 당시 부모에게 야단을 들으며 눈치를 봤지만 그만큼 어떤 것에 빠지면 깊이 파고 드는 성격이 됐다.

지금도 시간적 여유가 되면 간단한 캐주얼 게임을 즐긴다. 게임에 빠졌던 시절을 떠올리면 왜 그렇게 게임이 좋았나 생각이 들지만 후회는 없다.

당시 일상 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게임에 빠져 부모에게 걱정을 끼치긴 했지만 되돌아보면 게임을 하면서 잃은 것보다 얻은 것이 더 많았던 것 같다.

한글화가 되지 않았던 게임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영어도 공부하게 됐고, PC게임을 위주로 했기 때문에 컴퓨터에 대한 지식도 상당히 높아졌다. 고사양 게임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그래픽카드, CPU, RAM 등을 업그레이드 하며 PC를 조립할 수 있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지금은 온라인 게임이 보편화 되면서 지나치게 몰입해 학교생활이나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한다. 하지만 그들이 지나치게 게임에 몰입하는 이유는 게임에 빠졌다기 보다는 해방구를 찾거나 도피처가 되기 때문일 수 있다.

게임이 좋아서 빠지는 사람은 그 게임 때문에 일상생활이 지속적이고 장기적으로 지장을 받는 것을 원치 않는다. 다만 현실의 상황이나 처지 때문에 그 게임에 몰두하거나 지나치게 몰입하게 되는 사례가 더 많을 것이다.


최근 세계보건기구(WHO)에서 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하기로 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게임중독의 기준이 어느 정도 해야 중독인지 개인별, 상황별로 차이가 있고 구분이 모호한데, 이것을 질병으로 지정해 의학적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발상이 다소 충격적이다.

게임질병코드가 국내 도입되면 알콜중독자와 같이 게임중독자도 환자가 된다. 하지만 게임중독은 알콜중독 등 의학적 치료가 필요한 중독이라기 보다는 개인 스스로나 가정, 학교 등에서 해결해야 하는 사회적 문제로 보는 것이 맞다.

이번 WHO의 게임중독 질병 분류는 과학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이뤄지지 않았고 일부 의학계 학자들의 게임에 대한 몰이해와 이해관계로부터 시작됐다.

게임질병코드 도입은 중독정신 의학계의 숙원 사업이다. 게임중독이 질병으로 분류되면 중독정신 의학계는 그만큼 잠재적 환자들이 늘어나 자신들의 영역이 확장된다.

국내 의학계에서는 게임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 없이 과몰입하면 나쁘다는 식의 논문이 많다. 게임이용장애에 대한 현상 명칭을 두고서도 게임 중독, 게임 몰입, 과도한 플레이, 의존성 플레이 등 여러가지가 나오고 있지만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의학계 내부에서도 아직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봐야 하는가에 대한 충분한 연구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중독정신 의학계의 일방적인 주장만 나오고 있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게임중독 질병코드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의학계와 함께 사회과학, 심리학 등 관련 학계 전문가들이 모두 모여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한 결론을 내려야 한다.

이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야한다. '게임중독=질병'을 놓고 찬성, 반대라는 사회적 논란만 키우고 이해관계자들의 갈등만 초래할 것이 아니라 합리적 판단을 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 제시하는 것을 우선해야 한다.

[미디어펜=김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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