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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이윤'보다 나눔 먼저?… 문재인·최태원 '이상동몽'

2019-07-09 11:46 | 조우현 기자 | sweetwork@mediapen.com
[미디어펜=조우현 기자]“이윤을 앞세우는 시장 경제의 약점과 공백을 사회적 가치를 함께 생각하는 경제로 메워주는 것이 사회적 경제다.”(문재인 대통령)

“기업의 존재 이유를 ‘돈 버는 것’에서 ‘구성원 전체의 행복추구’로 바꿔 나갈 것이다.”(최태원 SK 회장)

문재인 대통령과 최태원 SK 회장이 지난 5일 각각 다른 장소에서 한 이야기다. 두 사람의 이 같은 언급은 ‘이윤추구’에 부정적인 인식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서 결을 같이 한다. 때문에 해당 발언은 정당한 이윤 추구마저 ‘탐욕’으로 폄훼될 수 있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 /사진=청와대 제공



‘사회적 경제’가 대안? 사회주의 망령 여전

문 대통령은 지난 5일 대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대한민국 사회적 경제 박람회’에 참석해 “빠른 성장 과정에서 우리 사회에 어두운 그늘도 함께 만들었다”며 “시장 경제는 이런 문제를 스스로 치유할 만큼 완벽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시장경제의 대안이 ‘사회적 경제’라고 강조, 사회적 경제 관련 예산을 지난해보다 67% 인상해 3230억원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사회적 경제를 통해 ‘이윤’보다 ‘사람’을 중심으로 성장해가고 있다”는 것이 문 대통령의 주장이다.

그러나 경제학자들은 사회적 경제가 활성화되면 양극화를 제어할 수 있다는 문 대통령의 논리는 “틀렸다”고 단언한다. 필요에 따라 시장경제체제를 보완할 수 있겠지만, 사회적 경제가 새로운 ‘대안’이라는 말은 시장경제의 근간을 허무는 차원이 다른 이야기라는 이유에서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사회적 경제의 개념을 살펴보면 추상 그 자체”라며 “정부가 사회적 경제 조직들이 지속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은 개발년도의 정책 발상과 다를 게 없다”고 지적했다.

박동운 단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사회적 경제’는 한 때 독일에서 유행했던 ‘사회적 시장경제’를 연상시킨다”며 “그렇다고 ‘사회적 경제’를 ‘사회적 시장경제’와 같다고 볼 수는 없지만, ‘사회’와 ‘사회적’이라는 말 속에 포함된 함정을 유념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태원 SK 회장 /사진=SK 제공



기업 존재 이유 ‘돈 버는 것’ 아니라는 최태원

최 회장도 같은 날 중국 베이징 SK타워에서 SK차이나, SK하이닉스 등 8개 관계사와 ‘행복토크’ 행사를 열고, “기업의 존재 이유를 ‘돈 버는 것’에서 ‘구성원 전체의 행복추구’로 바꿔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회장의 이 같은 발언은 시장 경제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어서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기업의 목적이 ‘이윤 창출’에 있다는 기본 원리를 부정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SK 관계자는 “구성원이 행복해지기 위해 이윤 창출은 기본으로 전제돼야 하는 것”이라며 “최 회장이 이야기한 행복은 이윤 추구를 전제로 구성원들의 행복을 생각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기업을 운영하는 총수가 돈을 버는 것이 기업의 존재 이유가 아니라고 한 것은 정당한 이윤 추구를 자본가들의 착취라고 보는 마르크스의 이론과 궤를 같이하는 것이어서 혼란을 가중시키기에 충분했다. 의도가 그게 아니었다고 하더라도, 총수로서 부적절한 말을 했다는 의미다.

김승욱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윤은 좋은 경영에 대한 보상이고, 사회적으로 해를 끼치는 것이 아니다”라며 “그럼에도 현대 사회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는 곳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윤을 많이 남기는 것을 나쁜 행위인 것처럼 묘사하는 작금의 분위기에 대한 비판이다.

이웅희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사회공헌’이나 ‘착한 기업’이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기업 본연의 역할인 ‘이윤창출’을 죄악시 여기는 풍토가 만연해 있다”며 “기업의 사회공헌은 자선 행위가 아닌 경제 논리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재인‧최태원 동조화…한국 경제 어디로

문 대통령과 최 회장의 ‘이윤’에 대한 발언은 ‘이윤 추구’를 경계해야 할 대상으로 바라본 것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두 사람의 이 같은 인식은 ‘이윤’이나 ‘돈’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국가를 이끌어나가는 대통령과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을 운영하는 총수가 ‘이윤’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이를 억제하려고 하는 것은 시장경제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때문에 이윤에 대한 인식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일관된 욕망은 자유와 물질, 풍요에 있었다”며 “결국 현대에는 기업이 자유와 평등과 물질적 풍요를 보장한다”고 설명했다.

현진권 자유경제포럼 대표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이윤을 나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이윤을 추구하는 개인과 기업이 있기에 세상이 발전하는 것”이라며 “이윤 추구는 인류 문명을 발전시킨 에너지”라고 강조했다.

김승욱 교수는 “기업가의 소명은 이윤창출에 있다”며 “이윤을 창출해 좋은 일자리를 만들고, 세금을 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윤창출을 했다는 것은 손님을 잘 섬겼다는 것”이라며 “이 원리를 이해하면 사회공헌 같은 것은 언급할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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