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왼쪽 7번째)과 류허 중국 부총리(가운데) 등 양국 대표들이 지난 5월 1일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
[미디어펜=권가림 기자] 미국이 중국의 이란산 원유수입 허용과 관련해 추가 제재 부과를 추진하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양국은 무역전쟁 휴전 조건인 농산물 구매를 두고도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지난 달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협상을 재개키로 했으나 첫 대면협상 날짜는 정해지지 않아 양국간 갈등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4일 폴리티코 등 외신에 따르면 브라이언 훅 미국 국무부 이란특별대표와 협상팀은 중국이 지난 달 톈진과 칭다오 등을 통해 회당 이란산 석유 100만배럴 이상을 수입하며 미국의 제재를 거역했다는 데 동의했다.
또 이 외신은 이에 대한 제재 부과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지난해 11월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를 복원하면서 한국과 인도, 중국 등 8개국에 대해 한시적으로 원유수입을 허용했다. 예외기간은 지난 5월 2일까지였다.
당초 미국 국무부가 중국에 대한 ‘이란자유·반확산법’ 적용면제를 검토하고 있다는 시각도 나왔지만 이러한 방안은 결국 진행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이란 원유수출의 ‘제로화(0)’가 트럼프 행정부의 목적이기 때문이다. 또 지난 달 20일 이란 혁명수비대가 미 해운 글로벌 호크 무인정찰기를 격찰한 바 있어 미국의 이란 제재가 강경해진 점도 한몫 한 것으로 풀이된다.
폴리티코는 “미국의 대중국 제재 검토는 양국 관계를 껄끄럽고 복잡하게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중국의 미국산 농산물 구매도 무역협상의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달 29일 일본 오사카 G20 정상회의에서 시 주석에게 미국산 농산물 수입 확대를 요구했지만 시 주석은 답변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
이는 미·중 무역협상에 대한 중국의 강경 기류라고 이 매체는 진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가진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관세 부과를 보류하고 중국이 농산품을 구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11일(현지시간)엔 자신의 트위터에 “중국이 우리의 위대한 농부들이 생산한 농산품 구입을 하지 않아 우리를 실망시키고 있다”며 “그들이 빨리 농산품 구매를 시작하길 바란다”고 재촉했다.
반면 중국은 미지근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10일 미국 농산물 구매와 관련해 “농산물 무역은 양측이 평등하고 상호 존중의 기초 위 논의를 통해 해결 방법을 찾아야 하는 중요한 문제”라고 언급했다.
문제는 양국간 새로 떠오른 갈등이 미중 무역협상 재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은 지난 달 G20 정상회의에서 만나 협상 재개에 합의하며 무역전쟁 휴전에 접어든 상황이다. 하지만 첫 대면협상 시한은 정하지 않아 협상이 또 다시 장기화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중국은 일본과 한국의 관계를 언급하면서도 미국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해 눈길을 끌었다. 겅솽 대변인은 지난 9일 일본의 대한 수출규제 조치에 대해 “현재 세계 경제가 일방주의와 보호주의의 도전에 직면해 있는 상황에서 중국은 한국과 일본 양측이 상호 존중과 평등의 자세로 서로를 대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보호주의와 평등이 관세 부과 등 미국의 대중국 제재를 빗댄 단어란 분석이 나온다.
[미디어펜=권가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