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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색국가 배제 D-1…한·일 '방콕담판'서 입장만 재확인?

2019-08-01 11:56 | 권가림 기자 | kgl@mediapen.com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월 28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공식환영식에서 의장국인 일본 아베 신조 총리와 악수한 뒤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



[미디어펜=권가림 기자] 일본의 한국 백색국가 배제 결정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이 태국 방콕서 회동을 통해 극적인 돌파구를 마련할지, 입장을 재확인하는 데 그칠지 관심이 쏠린다. 

미중 무역전쟁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여전한 상황에서 백색국가서 배제될 경우 6분기째 마이너스 행진을 기록하고 있는 제조업 생산능력은 더욱 악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일본의 수출 규제 품목이 1100개를 넘어갈 것으로 보이지만 구체적인 리스트는 파악되지 않아 업계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한일 외교장관은 1일 일본의 백색국가 제외 결정을 하루 앞두고 회동했다. 

백색국가는 일본 정부가 안보상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안보 우방 국가를 의미한다. 한국은 지난 2004년 백색국가로 지정됐다.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참석을 계기로 성사된 이번 회동은 사실상 양국간 갈등을 해소할 마지막 기회인 것으로 보인다. 

강 장관은 전날 방콕 수완나품 공항에 도착해 "일본 각의에서 화이트리스트 제외 결정이 이뤄진다면 우방국으로는 할 수 없는 조치라고 생각하고 중단해야 한다고 지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양국 관계에 파국이 와서는 절대 안 된다며 논의를 통해 갈등을 풀어나가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다만 이날 회담에서 극적인 돌파구가 마련될지는 미지수다. 

현재 백색국가 배제 진행은 경제산업성이 주도하고 있는 만큼 외무성은 그간의 주장만 거듭하며 문제의 매듭을 풀수 있는 영향력은 펼치지 못 할 것이란 얘기다. NHK는 이날 “고노 외무상이 강 장관과 만나 일본이 요구하는 중재위원회 개최에 한국이 응하지 않는데 대해 국제법 위반상태 시정을 거듭 요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도 지난 31일 정례브리핑에서 "이번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은 안보를 위해 수출관리 제도의 적절한 운영에 필요한 재검토로 그 방침에 변화는 없으며 절차를 진행해 갈 것"이라고 재차 밝혀 이번 회동은 양국의 입장을 단지 재확인하는 데 그칠 것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쏠린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과 2일 이뤄질 한미일 외교장관회의에서 한·일갈등의 분기점을 마련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방콕에 입성하며 “앞으로 나아갈 길을 찾도록 장려하겠다”고 말했다. 기존의 ‘관여’보다 ‘중재’로 방향을 돌린 표현이어서 한미일 외교장관회의에서의 미국측 중재안에 관심이 쏠린다. 앞서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미국 고위 관리는 “미국이 첨단기술 소재 수출 등과 관련한 한일 간 외교적 분쟁에 대해 한일 양국에 ‘휴전 협정’에 서명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촉구했다”고 밝힌 바 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미국은 일본에 대해선 백색국가를 유지하고 한국은 일본기업 자산매각을 중단하는 방안을 제시했다고 전했다. 

백색국가서 제외될 경우 무기 제작·개발에 전용될 것으로 확인 또는 우려되는 1100여개의 한국 수출 물품이 포괄허가에서 개별허가 대상으로 바뀔 전망이다. 과거와 달리 일일이 건건별로 개별 허가를 받아야 한다. 반도체 등 주력 산업에 필요한 물품은 허가 과정에서 지연될 수도 있다. 

가뜩이나 제조업 생산능력이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 백색국가서 제외되면 반도체 소재 부품에 이어 배터리·정밀기계 등 산업이 전방위적으로 더욱 악화될 것이란 우려가 크다. 

김보경 통계청 산업동향 과장은 “6월까지는 일본의 수출 규제가 산업동향 지표에 반영되지 않았다”며 “우리나라 수출 비중이 높기 때문에 무역 측면에서는 악재로 작용해 경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한편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6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 6월 전 산업생산지수는 5월보다 0.7% 하락했다. 제조업 생산능력은 전월 대비 0.1%, 전년 동월 대비 1.6% 줄었다. 분기별로는 올해 2분기 -1.2%를 기록하며 6분기 연속 감소추세다. 제조업 출하는 반도체 영향으로 1.4% 증가했으나 기계장비, 전기장비 등 전통적인 제조업 부문은 각각 1.5%, 2.8% 하락했다. 현재의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지표인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 대비 0.1포인트 떨어져 마이너스 전환했다. 


[미디어펜=권가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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