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제기된 금융민원 8만건. 쉴새없이 쏟아지는 민원은 단순 숫자로만 처리되기에 급급했고, 그 속에서 반드시 들어야만 하는 진짜 목소리와 시각이 파묻히는 것이 부지기수였다. 이런 상황에서 '잇코노믹'은 사람과 사람을 잇는, 사회와 사회를 잇는, 경제와 경제를 잇는, 그를 통해 가장 낮은 곳에 위치해 들리지 않은 진짜 목소리까지 듣고자 기획했다. 미디어펜은 3회에 걸쳐 낮은 곳에 있는 이들을 위한 대책 등을 다뤄본다.<편집자주>
[미디어펜=김하늘 기자] ‘가난 구제는 나라님도 할 수 없다’는 옛말이 21세기인 지금도 적용되는 얘기일까.
올바른 끼니 대신 눈칫밥을 먹는 아이들을 위해 21세기엔 나라님이 아닌 개인이 팔을 걷어붙이기 시작했다.
최근 SNS를 뜨겁게 달군 식당 ‘진짜파스타’가 그 주인공이다. 진짜파스타의 오인태 대표는 “결식아동 꿈나무 카드 그냥 안받을랍니다”라는 글을 SNS에 게시하며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다.
20일 미디어펜이 만나 본 오 대표는 “대단한 뜻을 갖고 있거나, 선행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없었다”며 “선행에 대한 이유는 없고, 단지 그냥 남들하는 만큼만 돕고자 했던 마음”이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현재 급식카드를 소지하고 있는 아동·청소년에게 무료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급식카드는 지방자치단체에서 형편이 어렵거나 가정 문제로 밥을 거르기 쉬운 아이들에게 제공하는 식대용 카드다. 각 지자체별로 사용하는 명칭이 다르며, △서울시 꿈나무카드 △경기도 지드림카드 △부산시 행복드림카드 등이 있다.
다만 급식카드는 일반적인 신용·체크카드와 결제 단말기, 카드 디자인 등이 달라 낙인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또한 한끼 지원액도 5000원선으로 일반적인 식당에서 넉넉한 한끼를 하기엔 부족한 액수다.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고자 진짜파스타는 아예 급식카드를 받지 않기로 했다. 급식카드를 소지한 아동·청소년들이 가게를 방문하고 카드를 보여주기만 한다면 무료로 식사를 제공받을 수 있다.
그는 SNS에 무료식사 제공 글을 게시하자마자 일주일만에 급식카드를 소지한 10명의 아이가 식당을 방문했다고 전했다. 그는 방문한 아이들을 생각하자 되려 늦게 시작한 것에 대해 죄책감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오 대표는 “경제 사정이 좋지 않아 무료 식사 지원을 늦게 시작한 부분이 있다”며 “최소한 아이들이 식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해 늦어졌고, 그게 참 미안했다”고 말했다.
그가 급식카드에 대해 알게 된 것은 교생시절,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던 중이었다. 이후 가게 운영을 위해 대출 서류를 제출하러 신용보증기금에 방문했던 중 급식카드 가맹점 신청을 알아봤다고 전했다.
그러나 복잡한 신청과정과 불편한 단말기 시스템으로 부담이 컸던 그는 지자체의 손을 거치지 않고 스스로 무료 급식 지원에 나서게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급식카드 가맹점을 신청하기 위해선 △사업자등록증 사본 △영업신고증 사본 △가입신청서 △위임장 및 사용인감계 각 1부 등 7종의 신청 서류가 필요하며, 별도의 단말기 역시 설치해야한다.
뿐만 아니라 현재 진짜파스타에선 급식카드를 이용하는 아이들의 낙인효과를 지우기 위해 ‘VIP카드’도 직접 만들어 배포하고 있다.
오 대표의 ‘선한 영향력’은 진짜파스타 안에만 갇혀있지 않았다. 그의 SNS를 본 수많은 자영업자들이 결식아동들을 위한 뜻을 함께 모았고, 현재 200여곳이 넘는 가게가 ‘선한영향력’에 동참하고 있다.
식당 뿐만아니라 학원, 미용실, 볼링장, 공연장, 만화카페 등이 참여해 결식아동들이 식사를 제공받는 것을 넘어서 무료수업, 무료게임, 100원 공연 관람 등이 가능하다.
오 대표는 “옛날엔 동네 어른들이 아이들을 불러다가 밥도 먹이고 서로 챙겨주는 문화가 있지 않았냐”며 “어른들이 십시일반 도움을 모으면 경제형편이 좋지 않은 아이들을 챙기는 것이 어려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손익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힘든 아이들에게 편안한 삼촌과 이모가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미디어펜=김하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