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소재로 제작된 파크하얏트뉴욕의 룸키./사진=미디어펜
[미디어펜=김영진 기자] 얼마 전 미국 뉴욕에 여행차 다녀오면서 여러 호텔을 경험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뉴욕은 전 세계의 중심 도시로 알려진 만큼, 질적인 것은 몰라도 양적으로는 정말 많은 호텔이 뉴욕에 즐비했습니다. 세인트레지스, 하얏트 센트릭, 에디션 등 국내에 없는 호텔 브랜드들도 엄청나게 많았습니다. 전 세계 호텔들의 격전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워낙 관광이나 비즈니스 수요가 높은 도시이다 보니 호텔들의 객실 점유율도 매우 높은 상황입니다. 실례로 롯데호텔이 2015년 인수한 롯데뉴욕팰리스 호텔의 객실 점유율은 90%에 달한다고 합니다. 909개의 객실이 매일 꽉 찬다는 얘기죠. 일박에 최저 500달러 이상에 판매되는 객실이 매일 만실이라고 생각해 보세요. 호텔 사업이 이리 호황이다 보니, 높은 객실 가격에도 불구하고 호텔에서 경험할 수 있는 극진한 친절이나 대접 같은 건 기대하기 힘들었습니다.
그런 가운데 뉴욕 호텔에 강하게 느껴졌던 부분은 '친환경'이었습니다. 모든 호텔이 일괄적으로 똑같은 정책을 고수하지는 않았지만, 많은 호텔이 플라스틱이나 일회용품을 줄이려는 노력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먼저 욕실에 기본적으로 있을법한 칫솔이나 면도기 등은 없는 곳이 많았습니다. 심지어 목욕가운도 요청 시에만 제공하는 호텔도 있었습니다. 칫솔과 면도기 등 일회용품은 필요한 경우에만 요청하면 제공해주었습니다.
또 객실의 룸키도 '키리스' 방식을 도입해 스마트폰으로 룸을 여닫을 수 있는 곳도 있었으며, 룸키를 제공한다 하더라도 플라스틱 소재보다는 종이 소재를 사용하는 곳이 여럿 있었습니다.
객실에 무료로 제공되는 커피나 차도 없는 곳이 있었습니다. 고객이 필요하면 룸서비스나 유료로 커피 머신 등을 제공해주고 있었습니다.
롯데뉴욕팰리스의 욕실 어메니티. 여타 호텔 대비 가장 많은 어메니티를 제공했다. /사진=미디어펜
체크아웃하면서 결제 영수증도 자동으로 메일로 보내졌습니다. 종이 프린트를 요청할 때만 종이 영수증을 제공해주었습니다.
이런 호텔들의 '친환경 정책'을 비용 절감으로 인식할 수 있고, 고객에 따라서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일회용품 등 비용을 줄이는 대신 객실 가격이 낮아져야 하는데 딱히 그런 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호텔에서 칫솔이나 면도기 등의 비품 비용은 그리 많이 들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비용 절감보다는 환경 보호 측면이 커 보입니다.
호텔에 투숙할 때 기본적으로 나오는 쓰레기를 보면, 분명 쓰레기를 더 줄일 수 있는데 그러지 않은 거 같아 아쉬울 때가 있습니다. 또 호텔에 투숙하는 게 지구 오염을 가속한다고 생각하면 그리 유쾌하지는 않습니다.
외신에 따르면 세계적인 호텔 체인인 메리어트인터내셔널은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여행용 크기로 제공하던 샴푸, 로션 등 어메니티를 대용량 용기에 담아 제공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인터컨티넨탈호텔그룹(IHG)도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어메니티를 대용량으로 교체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세인트레지스뉴욕의 욕실 어메니티./사진=미디어펜
대용량 어메니티로 바꾸면서 위생 문제나 럭셔리 호텔로서의 품격 이슈 등은 불거질 수 있겠으나 환경 문제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여겨집니다. 어메니티의 퀄리티나 관리만 잘 된다면 대용량 어메니티라고 해도 크게 상관은 없다고 봅니다. 스파로 유명한 반얀트리 호텔은 객실에 대용량 어메니티를 제공하고 있지만, 이걸로 인해 고객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호텔은 럭셔리와 위생 등의 문제로 환경 이슈를 크게 다루지 않은 측면이 큽니다. 하지만 앞으로 이런 환경 이슈는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보여집니다.
향후 호텔을 리드하는 요소는 럭셔리, 트렌드, 서비스 등과 함께 '친환경'이 중요하게 자리 잡을 것으로 조심스레 짐작해 봅니다.
[뉴욕(미국)=미디어펜 김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