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윤광원 기자] 세계 최고(最古)의 고려 금속활자 여부로 논쟁이 지속되고 있는 이른바 '증도가자'(證道歌字)가 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문화재청 국정감사에 등장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세균 의원은 "지난 2017년 증도가자 보물 심의 부결 과정에서 부족한, 명쾌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며 "당시 문화재위원회 속기록을 보면 증도가자의 해외 유출을 걱정하는 의견과 고려시대 금속활자가 아니라는 증거가 없다는 주장이 제기됐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고려 금속활자일 가능성이 있는 유물을 방치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문화재청이 관심을 갖고, 가치가 있는 것으로 판명될 경우에 대비해 필요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금속·서예·조판(組版, 판에 활자를 맞춰서 짜넣는 작업)·주조 분야 국내외 전문가가 참여하는 특별위원회를 구성, 문화재 가치를 재검토해야 한다며 "중국에서는 동북공정의 일환으로 고려 금속활자 연구가 이뤄지고 있고, 이런저런 발표도 한다고 한다"고 언급했다.
민주당 소속 안민석 문체위원장도 증도가자가 고려시대 금속활자라는 주장이 일정 정도 사실인지 밝히는 일은 역사의 불편한 진실을 드러내는 작업이라며, 심도 있는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정재숙 문화재청장은 안 위원장이 증도가자 심의 판단과 평가 과정이 공정했느냐고 묻자 "전문가들이 여러 차례 분석했는데, 부적절한 흠결은 없었다"고 답했고 "증도가자 관련 자료 수집을 위해 노력하겠다"며 "지난 심의 과정을 면밀히 돌아보고 연구를 진전시킬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문체위 국감에 나온 증도가자는 '다보성고미술' 소장품으로, 보물로 지정된 불교 서적인 '남명천화상송증도가'(南明泉和尙頌證道歌, 증도가)를 인쇄할 때 사용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101점이다.
보물로 지정된 책 '증도가'는 1239년 제작된 목판으로 찍은 번각본으로, 이전에 금속활자로 찍은 서적이 있었다고 하나 지금은 남아 있지 않으며, '증도가자'가 진품으로 공인되면 1377년 간행된 서적인 '직지심체요절'보다 최소 138년 앞서는 금속활자 관련 유물이 돼,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지난 2009년 남권희 경북대 교수가 증도가자 발견 사실을 알리면서 "세계 최고 금속활자"라고 주장했고, 이후 오랫동안 진위 공방이 이어졌지만, 문화재청 문화재위는 2017년 4월 증도가자에 대한 보물 지정 안건을 심의해 지정 가치가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당시 문화재위는 서체 비교와 조판 검증 결과, 증도가자는 증도가를 인쇄한 활자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고, 소장 경위와 출처가 불분명하다는 점도 보물로 지정할 수 없는 이유라고 밝혔다.
다만 '증도가자'의 성분 분석 결과에 따르면, 청동 재질의 오래된 금속활자일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미디어펜=윤광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