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영진 기자] 호텔에서 주차장 시설은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호텔을 방문하는 고객이 주로 차를 이용해서 가는 경우가 많고, 호텔의 첫 이미지를 좌우하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꼭 호텔에만 국한되지는 않겠지만 '럭셔리'를 추구하는 특급호텔에서는 매우 중요한 요소일 것입니다. 호텔에서 발렛파킹이 많이 이뤄지고 주차요금이 타 건물 주차요금보다 비싼 것도 이런 이유일 것입니다.
특급호텔 주차장 어때야 할까?
그렇다면 호텔에 있어 어떤 주차장이 좋은 주차장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서울의 호텔을 다녀본 경험에 근거해 주관적 의견을 전하고자 합니다.
첫째 호텔 주차장은 호텔의 첫 이미지를 결정하는 공간이기 때문에 아이덴티티를 명확히 보여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호텔 인테리어는 유명 디자이너에게 맡기고 이태리 대리석 등으로 도배를 해놨는데 막상 주차장에 가보면 흰색 페인트를 칠해놓는 등 대충 만든 느낌이 들면 어떨까요.
그래서 철학이 있는 호텔의 경우 주차장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주차장의 조명과 음악 등에 남다른 신경을 씁니다.
그다음이 고객 입장에서 주차장을 설계했느냐 하는 것입니다. 호텔의 얼굴인 주차장에서부터 동선이 복잡하고 주차공간이 부족하고 '문콕' 당하기 쉽다면 누가 다시 방문하고 싶을까요. 또 고객이 안전하게 다닐 수 있는 동선이 확보됐는지 비나 눈, 미세먼지 등을 피해 호텔 입구로 들어설 수 있도록 설계했는지 등도 매우 중요할 것입니다. 호텔 주차장에 들어설 때 편안함을 느끼고 대접받는 느낌이 들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호텔./사진=파르나스호텔
서울 특급호텔, 어디 주차장이 좋을까?
서울에서 호텔들을 많이 다녀본 개인적 입장에서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호텔의 주차장을 최고로 꼽고 싶습니다. 1980년대에 지어졌는데도 얼마나 주차공간이 넓은지 모릅니다. 먼 미래를 보고 호텔을 지었다는 느낌을 주차장에서부터 느낄 수 있습니다.
대형 승용차끼리 주차해도 문콕을 당하지 않도록 차간 거리도 매우 넓습니다. 지하 주차장이라 비나 눈을 맞지 않고 호텔 로비로 바로 올라갈 수 있습니다. 지하 주차장에서부터 호텔의 고급스러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특히 지하 2층에서 3층 등으로 내려가는데 언제 내려갔는지조차 알 수 없도록 자연스럽게 내려갑니다. 여느 건물처럼 원형으로 되어 있지도 않습니다. 건물 신축을 계획하고 계신 분이 있다면 그랜드 인터컨티넨탈호텔 주차장을 참고하기를 적극적으로 권하고 싶습니다.
그다음 꼽는 곳이 광화문의 포시즌스호텔입니다. 특급호텔 치고는 주차공간이 많지 않아 아쉽긴 하지만 공사 과정에서 문화재도 발굴되는 우여곡절 속에서 최선의 노력을 한 거 같았습니다. 주차장 내려가는 통로도 매우 넓고 주차장에서부터 로비로 올라가는 곳에 음악이 나오는 등 호텔의 아이덴티티를 주차장에서부터 보여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결혼식 등 큰 행사가 있어 차들이 몰릴 것이 예상되면 주변 주차장을 미리 확보해 고객들을 그리로 친절히 안내하는 모습도 보기 좋았습니다.
또 특급호텔은 아니지만, 최근에 오픈한 나인트리프리미어호텔 인사동의 지하 주차장도 매우 좋았습니다. 비즈니스호텔인데도 투숙객에게 주차요금을 받지도 않고 주차장 내려가는 통로도 매우 넓습니다.
최근 운영에 들어간 서울신라호텔 주차건물. 지하 8층인데도 주차가능대수는 200여대 불과하다./사진=미디어펜
서울 특급호텔, 어디 주차장이 안 좋을까?
안타깝게도 서울의 특급호텔 중 주차시설이 좋은 곳보다는 안 좋은 곳이 더 많이 떠올랐습니다. 밀레니엄힐튼서울의 경우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호텔 로비로 가려면 약 20분 정도는 걸어가야 합니다. 주차 건물과 호텔 로비가 매우 떨어져 있습니다. 주차장도 투자를 안 해서인지 공포스러움이 느껴질 정도로 지저분했습니다. 오래된 건물이고 건축 설계상 어쩔 수 없었다 하더라도 관리가 잘 되는 곳과 아닌 곳의 차이는 명확합니다.
그렇다고 발렛 서비스를 강화한 것도 아닙니다. 이 호텔은 발렛 주차장도 매우 협소해 만차가 되기 쉬우며, 발렛 서비스 제휴 신용카드도 한 개만 되어 있습니다. 고객 편의를 위해 발렛 서비스도 확충하지 않고 주차장 시설에 투자도 하지 않는 호텔로 느껴졌습니다.
서울 신라호텔도 주차시설 때문에 고객 불만이 많은 호텔입니다. 이 호텔은 호텔 고객과 면세점 고객들이 뒤섞이면서 항상 붐비는 곳입니다. 위치가 높은 곳에 있다 보니 차를 가지고 가는 고객들이 많은데 주차공간이 매우 부족한 현실입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얼마 전 신라면세점 아래쪽에 주차빌딩을 신축했지만, 지하 8층까지 팠는데도 주차공간이 200여대에 불과합니다. 객실이 200개가 넘고 결혼식과 레스토랑 등 호텔 방문 고객들을 고려하면 주차공간이 엄청 부족합니다.
게다가 최근 호텔 입구 쪽에 공사를 진행하면서 현재의 주차타워가 발렛 전용 주차장이 되고 지상 주차장까지 없어져 주차난은 매우 심각합니다. 신라호텔은 발렛 서비스를 강화하고 신용카드사와 제휴도 많이 되어 있지만, 주말의 경우 차를 찾는데 30분 이상 기다려야 할 때도 많습니다. 호텔과 주차장이 떨어져 있어 비와 눈을 피하기도 어렵습니다.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지하 주차장 천장에서 누수가 생겨 고무통을 가져다 놨다./사진=미디어펜
서울 소공동과 잠실의 롯데호텔 주차장도 쾌적한 공간이 아닙니다. 이 호텔은 롯데백화점, 롯데면세점 등 복합시설에 들어가 있고 주차장을 함께 쓰다 보니 호텔 고객만의 쾌적함과 프라이빗함을 느끼기 힘듭니다. 교통 밀집 지역에 있다 보니 발렛 서비스를 대폭 강화하지도 않았습니다.
특히 소공동 롯데호텔의 경우 40년 된 건물이어서 그런지 주차장 천장에서 물이 떨어진다든지, 주차된 고객 차에 이물질이 떨어지는 일을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습니다. 건물의 안전이 우려스러울 때가 많습니다. 서울에 롯데호텔보다 더 오래된 건물 많습니다. 오래된 건물이라고 천장에서 물이 떨어지고 이물질이 떨어져도 괜찮은 걸까요.
시그니엘서울도 럭셔리 호텔을 지향하며 국내 최고 높은 건물에 있지만, 주차장은 다른 복합시설과 함께 사용하면서 럭셔리 호텔에 맞는 주차 시설을 갖추지 못해 아쉽습니다.
웨스틴조선호텔 서울도 오래된 건물이다 보니 주차장이 매우 열악합니다. 차들은 대체로 커졌는데 주차장 입구 통로가 매우 좁아 사고 위험성이 큰 호텔입니다. 발렛 서비스 제휴 신용카드도 한 개로만 한정했습니다. 오래된 건물이고 신축할 수 없는 호텔이라면 주변에 주차시설을 알아보든지 주차빌딩을 신축하든지 고객 서비스를 위한 노력을 했으면 합니다.
그 외에 파크하얏트서울은 특급호텔인데도 일반 고객 주차장이 없으며 반포 JW메리어트 서울도 신세계백화점, 신세계면세점 고객들과 주차장을 함께 사용하면서 항상 붐비는 곳입니다.
[미디어펜=김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