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동건 기자]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한국영화 최초로 아카데미 시상식 최종 후보에, 그것도 6개 부문이나 선정되는 기염을 토했다.
미국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는 한국 시간으로 13일 밤 10시 18분(PST AM 05:18)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최종 후보를 공개했다.
영화 '기생충'은 국제 장편 영화상(이전 외국어영화상)을 비롯해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미술상, 편집상 등 총 6개 부문 최종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아카데미 시상식(Academy Awards)은 미국 영화업자와 사회법인 영화예술 아카데미협회가 수여하는 미국 최대의 영화상으로, 오스카상이라고도 불린다. 한국영화가 아카데미 시상식 최종 후보로 선정된 것은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최초. 앞서 '기생충'은 아카데미 시상식과 함께 미국을 대표하는 양대 시상식으로 불리는 제77회 골든글로브에서 최우수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 역시 한국영화 최초 기록이다.
작품상은 '기생충'과 함께 8개 작품이 후보에 올랐다. 영화 '포드 V 페라리', '아이리시맨', '조조 래빗', '조커', '결혼 이야기', '1917',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작은 아씨들'이다.
감독상은 '기생충' 봉준호와 함께 '아이리시맨'의 마틴 스콜세지, '조커'의 토드 필립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의 쿠엔틴 타란티노, '1917'의 샘 멘데스가 최종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각본상은 '기생충' 봉준호·한진원 작가와 함께 '나이브스 아웃'의 라이언 존슨, '결혼 이야기'의 노아 바움백, '1917' 샘 멘데스와 크리스티 윌슨-케언즈,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의 쿠엔틴 타란티노가 올랐다.
'기생충'과 함께 국제 장편 영화상에는 '코퍼스 크리스티'(폴란드), '허니랜드'(북마케도니아), '레미제라블'(프랑스), '페인 앤 글로리'(스페인)가 후보로 올랐다.
미술상에는 '기생충' 이하준 미술 감독과 '아이리시맨', '조조 래빗', '1917',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의 프로덕션 디자이너들이 최종 후보에 올랐다.
편집상에는 '기생충' 양진모 편집 감독과 '포드 V 페라리', '아이리시맨', '조조 래빗', '조커' 편집자가 이름을 올렸다.
'기생충'은 지난해 10월 11일 미국 현지 언론과 평단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뉴욕과 LA 3개 상영관에서 선 개봉했다. 당시 '기생충'의 오프닝 스코어는 역대 북미에서 개봉한 모든 외국어 영화의 극장당 평균 매출 기록을 넘어서는 신기록이었다. 개봉 후에는 관객들의 입소문이 더해지며 상영관 수를 최대 620개까지 빠르게 확장했다.
'기생충'은 개봉 90여 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꾸준한 흥행세를 유지하며 12일 기준 북미 박스오피스 누적 매출 2536만 8736달러(약 293억원)를 기록했다. 이는 북미에서 개봉한 역대 한국영화 흥행 1위 기록이자 북미에서 개봉한 역대 모든 외국어 영화 중 흥행 순위 7위의 대기록이다. 종전 역대 7위 흥행작은 누적 매출 2,463만 3,730달러(약 285억)를 기록한 '무인 곽원갑'(2006)이었다. 지난 골든글로브 시상식을 전후해 '기생충'의 상영관 수는 155개에서 222개로 늘어난 데 이어 지난 주말 345개로 또 한 번 확장했다.
'기생충'의 흥행은 비단 북미에서만은 아니다. '기생충'은 지난해 5월 30일 한국 개봉을 시작으로 프랑스, 스위스, 호주, 홍콩, 대만, 스페인, 이탈리아, 브라질, 멕시코, 일본 등 세계 42개국에서 개봉했다. 이 중 프랑스, 터키, 스페인, 이탈리아, 벨기에, 베트남, 인도네시아, 호주, 독일, 이탈리아 등 해외 25개국에서 현지 개봉한 역대 한국영화 흥행 1위 타이틀을 거머쥐는 저력을 과시했다. 올해도 영국, 핀란드, 인도, 아르헨티나, 불가리아, 아랍에미리트 등에서 개봉을 계획하고 있다.
'기생충'은 골든글로브상 이전에도 각종 해외 영화제와 해외 시상식에서 잇단 낭보를 전하며 한국영화의 저력을 전 세계에 과시한 바 있다. 지난해 5월 제72회 칸 국제영화제 이후 제66회 시드니 영화제(6월), 제37회 뮌헨 영화제(6월), 제72회 로카르노 영화제(8월), 제44회 토론토 국제영화제(9월), 제57회 뉴욕 영화제(9월), 제43회 상파울루 국제영화제(10월), 제30회 스톡홀름 국제영화제(11월), 제50회 인도 국제영화제(11월) 등 무려 53개의 해외 영화제에 초청이 됐다.
이 가운데 제72회 칸 국제영화제(5월/황금종려상), 제66회 시드니 영화제(6월/최고상), 제72회 로카르노 영화제(8월/엑설런스 어워드 송강호), 제15회 판타스틱 페스트(9월/관객상), 제38회 밴쿠버 영화제(9월/관객상), 제43회 상파울루 국제영화제(10월/관객상) 등 16개의 영화제에서 각종 트로피를 수상했다.
영화제 외에도 해외에서만 약 30여 개 시상식에 걸쳐 주요 부문 수상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10월 이후 전미 비평가위원회(외국어영화상), 뉴욕 비평가협회(외국어영화상), LA 비평가협회(작품상, 감독상, 남우조연상 송강호), 필라델피아 비평가협회(외국어영화상), 워싱턴DC 비평가협회(작품상, 감독상, 외국어영화상), 시카고 비평가협회(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외국어영화상), 제9회 호주 아카데미(작품상), 미국영화연구소(AFI 특별언급상), 전미비평가협회(NSFC 작품상, 각본상) 등에서 주요 부문 상을 휩쓰는 저력을 과시했다.
'기생충'은 '플란다스의 개', '살인의 추억', '괴물', '마더', '설국열차', '옥자'에 이어 봉준호 감독이 내놓은 7번째 장편 영화다. 봉준호 감독은 허를 찌르는 상상력에서 나온 새로운 이야기로 인간애와 유머, 서스펜스를 넘나드는 복합적인 재미를 선사하며 사회와 시스템에 대해 끊임없는 질문을 던져왔다. 한국에서는 지난해 5월 30일 개봉해 누적 관객수 1008만 5394명을 기록하는 등 흥행 면에서도 큰 성과를 거뒀다.
[미디어펜=이동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