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한진 기자] 산업계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공포에 사로잡히고 있다. ‘세계의 공장’ 중국의 생산 시스템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악영향이 우리 기업으로 확산하고 있다. 주요 기업들의 생산에 속속 문제가 발생하면서 경영 부담과 함께 실적 하락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4일 재계에 따르면 자동차·가전·배터리·디스플레이·반도체 등 국내 핵심 기업 기술 업종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영향으로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
정부 전세기편으로 김포공항에 도착한 우한 교민과 유학생 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의심 증상을 보인 탑승객이 31일 오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 도착해 장갑을 끼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중국 현지 공장의 가동 중단은 물론, 중국산 부품 수급에 문제가 생기면서 국내 기업 생산 시설의 불이 하나, 둘씩 꺼지고 있다.
특히 자동차 산업의 위기감이 크다. 부품 조달이 어려워 지면서 국내 공장의 생산에 문제가 생기고 있다. 현재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쌍용자동차는 일부 라인을 멈추거나 생산량을 조절하고 있다.
가전업체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중국 현지 공장의 가동을 9일까지 중단할 계획이다. 그러나 중국 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 진정 국면에 접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아 가동 재개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부품사들 역시 ‘비상 경영’에 돌입했다.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의 중국 배터리 공장은 9일까지 생산 라인을 멈추기로 했다. LG디스플레이는 중국 난징 공장을 멈췄고, 광저우 라인의 가동 중단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은 중국 반도체 라인에 대한 대응책 마련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품사 관계자는 “기업들의 중국 현지 공장 가동 시점을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중국산 부품·소재도 걱정이다. 대체재를 알아보고 있지만 상황이 쉽지 않다. 재고가 떨어지면 중국 외 생산 시설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 같다”고 말했다.
국내 주요 기업들의 핵심 제품 생산에 잇달아 문제가 생기면서 실적에 대한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기업들은 당장 1분기 수익하락 보다 사태 장기화에 대한 걱정이 더 크다. 자칫 장기 침체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확산하는 상황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 과거 사스 사태 때 보다 글로벌 경제에 더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기업들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여기에 대기업의 생산 차질로 인한 도미노 현상도 우려된다. 대기업의 생산량이 감소하면 협력사들에도 경영 부담이 가중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태가 길어지면서 상대적으로 체력이 약한 중소·중견 기업들이 더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편 재계에서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한 단기 처방과 함께 리스크를 분산할 수 있는 장기적 안목의 대응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글로벌 정치·경제·사회 이슈에 이어 재해에 가까운 보건·의료 문제도 우리 산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만큼 안전 시스템 구축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홍성일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 팀장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영향은) 지난해 일본의 수출 규제 사태와 유사한 부분이 있다. 부품 조달이 편중되면서 문제가 더 커지고 있다”며 “(기업들은)당장 생산에 영향을 미치는 중국산 부품의 대체재와 안전 재고를 확보하는 데 집중해야겠지만, 글로벌 소싱의 안정성을 고려한 중장기적 대비책 마련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조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