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나광호 기자]'에너지저장시스템(ESS) 화재사고 조사단'이 화재 원인으로 배터리를 지목하자 관련 업체들이 반박에 나섰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조사단은 지난해 8월 이후 발생한 5건에 대한 원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여기에는 김재철 숭실대 교수, 문이연 한국전기안전공사 이사 등 20명이 포함됐으며, 현장조사 및 자료분석을 담당하는 지원인력 18명도 투입됐다.
이들은 충남 예산, 강원 평창, 경북 군위, 경남 김해 등 4곳의 화재가 배터리 이상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했다. 경남 하동의 경우 노출된 가압 충전부에 외부 이물이 접촉해 화재가 발생된 것으로 추정했다.
또한 높은 충전율 조건(95% 이상)으로 운영하는 방식과 배터리 이상 현상이 결합돼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판단했으며, 충전율을 낮추는 등 배터리 유지관리 강화가 사고 예방에 기여할 것으로 내다봤다.
소방대원들이 울산시 남구 대성산업가스 에너지저장장치(ESS)에서 발생한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에 대해 삼성SDI는 "왜 배터리가 모든 화재의 원인이라고 생각하냐"며 강경한 입장을 표명했다. 휘발유도 성냥불이 있어야 불이 나는 것처럼 ESS에서 배터리가 유일하게 에너지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가연물로써 화재를 확산시키는 역할을 할 뿐 점화원이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조사단이 발표한 배터리는 화재 발생 사이트가 아닌 동일한 시기에 제조돼 다른 현장에서 운영되던 제품"이라며 "조사단의 분석이 맞다면 동일한 배터리가 적용된 유사 사이트에서도 사고가 났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삼성SDI는 "충전상한전압과 방전하한전압은 배터리 사용 범위 안에 있어 화재와 무관하고, 배터리간 전압차도 사용상에서 벌어질 수 있는 현상"이라면서 "양극판 내부 손상과 구리 성분 검출도 사용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조사단이 제출한 증13에는 알람과 보호기능이 작동했다는 내용이 누락됐다"며 "평창과 관련해 조사단이 지적한 저전압·이상고온·랙전압 불균형 등의 기록도 화재 발생 당시의 현상 데이터"라고 지적했다.
ESS에 들어간 배터리 제품에서 작동한 알람·보호기능/사진=삼성SDI
LG화학도 지난 4개월간 실제 사이트를 운영하며 가혹한 환경에서 실시한 자체 실증실험에서 화재가 재현되지 않았으며, 조사단이 발견한 △양극 파편 △리튬 석출물 △음극 활물질 돌기 △용융 흔적 등도 일반적인 형상 또는 실험을 통해 화재의 직접적인 원인이 아닌 것으로 확인했다고 반박했다.
이어 "용융은 고체가 열을 받아 액체가 되는 것으로, 배터리 외 다른 파트에서 화재 발생시 배터리로 전이되면서 흔적이 생길 수 있다"면서 "이를 근거로 배터리 내부발화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일부 파편이 양극판에 점착될 경우 저전압을 유발할 수 있으나, 철(Fe)도 통과하지 못하는 SRS분리막을 관통해 발화로 이어질 위험은 없다"며 "리튬 석출물도 리튬이온이 전해질을 통해 음극과 양극 사이를 오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생길 수 밖에 없는 물질"이라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전세계적으로 ESS용 배터리 및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상황에서 이같은 '마녀사냥'은 국내 ESS 시장 위축을 넘어 수출까지 저해할 수 있다"면서 "제품의 특성을 파악하고 조사에 들어간 것인지 조차 의문"이라고 토로했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