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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봉준호 감독이 걸어온 길…눈부신 20년 그 뒤에는

2020-02-10 15:40 | 이동건 기자 | ldg@mediapen.com
[미디어펜=이동건 기자] '플란다스의 개', '살인의 추억', '괴물', '마더', '설국열차', '옥자', '기생충'까지. 7편의 장편을 내놓은 20년 동안 그의 필모그래피와 함께 한국영화의 새 역사가 쓰였다. 봉준호 감독의 이름은 한국영화의 상징이자 세계적인 브랜드가 됐고, 재기로 충만한 영화광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사회의 거울이자 모든 예술가들의 영감이 됐다. 그렇게 봉준호 감독은 하나의 장르가 됐다. 

봉준호 감독은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을 쓴 외할아버지 故 박태원(1909~1986) 작가를 비롯해 예술가적 소양이 남다른 집안에서 태어났다. 아버지인 故 봉상균 전 영남대학교 미대 교수는 국립영화제작소 미술실장을 지낸 1세대 그래픽 디자이너로, 고인은 무대미술과 영화 자막 서체를 디자인으로 구현하는 등 초창기 영화계에서 큰 역할을 했다. 누나는 봉지희 연성대 패션산업과 교수, 형은 서울대 영문과 봉준수 교수다. 아들 봉효민도 영화감독이다.

봉준호 감독의 예술 세계에는 봉상균 전 교수가 큰 영향을 끼쳤다. 봉준호 감독의 말을 빌리면 고인은 항상 집에서 그림을 그렸고, 서재에는 신기한 책들이 즐비했다고 한다. 덕분에 봉준호 감독은 5살 때부터 만화의 샷을 그리고 배열하며 자신만의 놀이를 시작했다. 이미 한참 전부터 콘티, 스토리보드 작업을 해온 셈이다.


지난해 5월 미디어펜과 인터뷰를 가진 봉준호 감독의 모습. /사진=CJ엔터테인먼트



연세대 사회학과와 한국영화아카데미를 졸업한 봉준호 감독의 발자국은 한국영화아카데미 졸업작품 '지리멸렬'(1994)부터 굵직하게 찍히기 시작했다. 옴니버스 형식으로 사회의 초상을 담은 블랙코미디는 사회 고위층의 독특한 기행을 디테일하게 그려냈고, 그의 통찰과 유머는 상업영화 데뷔작 '플란다스의 개'(2000)로 고스란히 이어져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그리고 봉준호 감독을 본격적으로 세상에 알린 '살인의 추억'(2003)이 나왔다. 화성연쇄살인사건을 소재로 한 작품은 미스터리와 서스펜스를 적절하게 조화시킨 범죄물로 520만명의 관객을 끌어모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원빈과 김혜자의 열연이 돋보인 '마더'(2009) 역시 범죄의 동기와 인간의 심리, 사회 구조를 유려하게 연결하며 사회를 향한 봉준호 감독의 시선을 느끼게 했다.

이후 봉준호 감독은 '괴물'(2006), '설국열차'(2013), '옥자'(2017) 등 한국적이면서도 봉준호스러운 블록버스터를 탄생시켰다. 관객들에게 너무나도 익숙한 이 작품들은 휴머니티, 미스터리, 스릴러, 코미디, 공포 등 장르를 넘나드는 무한한 변주와 디테일한 상징을 선보였고, 봉준호 감독은 '봉준호 장르', '봉테일'이라는 수식어를 얻으며 사랑받았다. 나아가 보편적인 사회 문제와 시스템에 대해 끊임없는 질문을 던지는 그의 시선은 전 세계 관객들을 매료시켰다.


지난해 5월 미디어펜과 인터뷰를 가진 봉준호 감독의 모습. /사진=CJ엔터테인먼트



봉준호 감독은 4관왕을 차지한 이번 오스카 수상 소감에서 "시나리오를 쓰는 건 외롭고 고독한 작업"이라고 했다. 칸·오스카 등 최고 권위의 영화제를 섭렵한 거장이지만 영화 작업을 할 땐 극도로 예민해진다는 봉준호 감독. 신경정신과 의사가 약 복용을 권할 정도로 심신이 불안하지만, "불안한 상태여야 시나리오가 써진다"며 작업을 이어간다.

너무나도 다른 7편의 장편영화를 내놓는 동안 얼마나 치열했고 고통스러웠을까. 우리는 봉준호 감독의 끊이지 않는 수상 낭보에 즐거워하고 이를 두고두고 조명하지만, 칸 시상식에서 수상 후 봉준호 감독이 말했듯 그에겐 "이미 과거가 된 일"이다. 그는 새로운 질문을 던지기 위해 또 고민한다. 봉준호 감독은 그렇게 20년을 걸어왔다.


[미디어펜=이동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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