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윤광원 기자] 문재인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제위기에 대해, 우리 경제가 '전시상황'이라며 재정역량을 총동원해 돈을 과감히 더 풀 전망이다.
1∼2차 추가경정예산안을 뛰어넘는 3차 추경안을 준비 중인 가운데, 코로나 경제위기가 단기간에 끝날 것 같지 않은 만큼, 내년 예산안도 확장적으로 편성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이 외환위기 당시 수준을 훌쩍 넘어 역대 최고를 기록하고, 국가채무비율도 45%에 육박한다는 점이다.
◇ 문 대통령 "더욱 과감한 재정의 역할 필요"
정부는 25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개최하고, 내년 예산과 중기 재정운용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정세균 국무총리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과,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 조정식 정책위의장 등이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수출이 급감하는 가운데 항공, 관광, 외식업 등 서비스업 위축이 제조업 위기로 확산하고 고용 충격도 가시화되고 있다. 경제 전시상황"이라며 "전시재정을 편성한다는 각오로, 정부의 재정역량을 총동원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 "재정이 당면한 경제위기의 치료제이면서 '포스트 코로나' 이후 경제 체질과 면역을 강화하는 백신 역할까지 해야 한다"면서 "경제 충격의 파고를 막는 방파제, 경제 회복을 앞당기는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부총리는 이날 발제에서 "위기의 조기 극복과 포스트 코로나 시대 대응을 위한 재정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참석자들은 발제 후 위기상황에서의 재정의 역할과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한 중점투자 방향에 관해 토론, 더욱 과감한 재정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데 참석자들의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내년 나라 살림은 550조원을 훌쩍 넘어설 가능성이 커졌다.
총지출증가율이 2019년(9.5%), 2020년(9.1%·본예산 기준)에 이어 3년 연속 9%대로 편성된다면, 내년 예산 규모는 550조원을 훌쩍 넘어서게 되고, 600조원에 육박할 가능성도 있다.
올해 총지출 증가율은 1∼2차 추경 23조 9000억원을 더하면 13.1%에 달하고, 3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되는 3차 추경까지 합치면 20%에 육박하게 된다.
◇ "관리재정수지 적자 역대 최고…국가채무비율 45% 육박"
이에 따라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는 커질 수밖에 없다.
이미 1∼2차 추경 편성으로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4.5%, 국가채무비율은 41.4%까지 상승할 전망이고, 3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되는 3차 추경까지 고려하면,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외환위기 당시인 지난 1998년(4.7%)을 넘어서 역대 최고치가 된다.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도 3차 추경 편성에 올해 GDP가 0% 성장할 것으로 가정하면, 44.4%까지 올라간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와 관련, "위기 국면에서는 충분한 재정투입을 통해 빨리 위기를 극복하고 경제성장률을 높여 재정 건전성을 회복하는, 좀 더 긴 호흡의 선순환을 도모하지 않으면 안 된다"면서 "그것이 길게 볼 때 오히려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의 악화를 막는 길"이라고 말했다.
경제전문가들은 코로나 대응을 위한 확장적 재정정책이 불가피하다는 점에 공감하면서도, 재정지출 증가속도에 우려를 표했고, 장기적으로 증세에 대한 필요성도 제기했다.
박기백 서울시립대 교수는 "지금은 코로나19로 경기 상황이 심각하니 단기적으로는 적자를 내면서도 돈을 풀어야 하는 상황"이라면서도 "정부가 지출증가율을 9%씩 가져가고 있는데, 성장률에 비해 너무 높다"고 지적했다.
그는 "장기적으로 증세, 지출구조조정으로 정부지출을 안정적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미디어펜=윤광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