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한진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8일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는 가운데 법조계에서는 이 부회장의 구속 사유를 찾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의 영장 청구 자체가 무리수라는 것이다.
형사소송법 제70조는 구속의 사유를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 피의자가 ①일정한 주거지가 없거나 ②증거인멸 염려가 있거나 ③도주의 염려가 있는 경우에 한해 구속할 수 있다고 돼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삼성전자 제공
법원은 이러한 구속사유를 심사할 때 범죄의 중대성과 재범의 위험성, 피해자와 중요 참고인 등에 대한 위해 우려를 고려해야 한다.
이 부회장에게는 이 같은 사안이 적용되기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우선 이 부회장은 주거지가 일정하다. 최근 시민단체가 자택 앞에서 '삼겹살 파티'를 열 정도로 그 위치까지 공개된 상태다.
또 이 부회장은 한국을 대표하는 최대기업의 총수다. 기업을 팽개치고 도주할 가능성이 전무하다.
검찰 측 주장대로 범죄혐의를 입증할 충분한 증거가 이미 확보된 상태라면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고 볼 수도 없다.
관련 수사가 1년 6개월 이상 이어졌는데 증거인멸 우려가 있었다면 지금에 와서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는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은 법에서 정한 구속 사유 3가지 중 어떤 것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며 “검찰이 영장을 청구한 것은, 영장이 기각될 것을 알고도 이 부회장에게 망신을 주기 위한 목적이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법조계에서는 불구속 수사 원칙 법원에서 불구속 수사 원칙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불구속 수사·재판은 2000년대 들어 법원이 '공판 중심주의' 하에 견지해오던 원칙이다.
과거에는 수사기관이 작성했던 조서를 중심으로 증거를 삼는 '조서 중심주의' 여싸면 '공판 중심주의'는 피의자를 범죄자로 규정하지 않고 법관이 주재하는 공개된 법정에 모든 증거를 현출시켜 놓고 유무죄를 판단한다.
형사소송법상 수사기관의 조서를 증거로 채택한 것은 일제시대의 잔재이며, 이러한 적폐 해결을 위해 2003년 형사재판에 공판중심주의 전격 도입했다.
특히 기업인 수사의 경우에는 법리적으로 많은 쟁점이 있다. 사실관계마저 복잡한 상황에서 구속기소를 통해 자백을 받아내려는 검찰의 행동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이번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은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에 대해 2번이나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기각됐다. 지난해 5월 증거인멸 교사 혐의로 김 사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기각됐고, 같은 해 7월에는 분식회계 의혹 사건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또 다시 기각됐다.
당시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주요 범죄의 성립 여부에 다툼의 여지가 있고 증거가 수집돼 있다"면서 "주거 및 가족관계 등에 비춰 현 단계에서 구속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 같은 논리 아래서는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가능성이 극히 낮다는 것이 법조계의 시각이다. 이번 사건에서 '증거인멸' 혐의 외 사건 본류와 관련해 수사 기간 1년 8개월 동안 구속된 사람은 없었다.
불구속 수사가 원칙인데 수사가 마무리된 상황에서 구속할 필요성이 있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법무법인 이공의 양홍석 변호사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일반적인 형태의 증거인멸 가능성이 계속 있었다면, 그 동안에는 왜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소명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조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