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대란을 처벌하려 한다니 그것은 도대체 누구를 위해서인가?>
▲ 박종운 미디어펜 논설위원 |
정부는 소비자에게 싸게 파는 것을 막는데 목적을 두고 있었기 때문에 당연히 응징과 처벌을 공언하고 나왔다. 통신사들이 판매장려금을 대리점 및 판매상들에게 내려보냄으로써, 회사에 손실을 끼치고 소비자에게 이익을 주었기 때문에 잘못이라는 것이다.
도대체 미래창조과학부는 누구를 위해 일하는 누구의 정부인지 알 수가 없다.
<단말기 유통대란은 명령경제의 고수 때문에 주기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단말기 유통 대란은 기본적으로 소비자의 선택에 의해 정부의 명령경제의 질곡에서 벗어나는 징후가 보일 때마다 일어났다. 이동통신에 대한 정부규제의 역사를 통해 그 발생 기제를 살펴보자.
이동통신의 역사는 일찍이 1984년에 KT가 만든 한국이동통신으로부터 시작되었다. 한국이동통신은 김영삼 정부 때 공기업 민영화 정책에 따라 공개경쟁을 거쳐 1994년에 SK로 귀속되었다. SKT로의 민영화 이후 신세기통신도 등장하는 등 경쟁 속에 휴대전화 시대가 활짝 열렸다.
시장이 꽃을 피우자 한국이동통신 매각에 땅을 치고 후회한 KT도 프리텔을 만들어 뒤늦게 다시 뛰어들었고, LG도, 한솔도 뛰어들었다. 이 즈음에 민영 선두기업인 SKT가 요금을 낮추어서 다른 회사들이 경영에 압박을 받지 않도록, 정부가 1996년에 만든 것이 ‘요금인가제’였다.
공룡이라 불리는 KT나 거대 기업집단을 이루고 있는 LG가 이동통신에 뛰어들었을 때 그들이 결코 연약한 기반을 갖고 있던 것도 아니었는데, 정부는 ‘경쟁체제의 육성’이라는 외적 명분 하에 실제로는 공기업도 보호하고, 소비자들의 이해관계도 침해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던 것이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5사 체제가 3사 체제로 정리되자, 정부는 요금인가제를 무기로 이때의 시장선택률(market share)인 5:3:2를 고착시키는 것을 사실상의 정책목표로 삼았다. 그때의 요금인가제 정책이 20년이 다 된 지금 2014년까지도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본 정부는, 20년이나 된 요금인가제를 풀어서 자유경쟁 시장을 활성화하기보다는, 또 다른 관료지배(bureaucracy) 방법을 창안해냈다. 그것이 바로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단말기유통개선법이었다. 단말기 할인경쟁으로 소비자에게 충성봉사함으로써 정부가 명령한 5:3:2를 깨려는 ‘불순한(?)’ 반란 행위를 진압하겠다는 것이다.
공청회 등 복잡한 과정을 생략하기 위하여 정부입법이 아닌 의원입법으로 추진하는 꼼수까지 두었다. 단말기 유통개선법은 바로 이러한 청부입법의 전형으로 알려져 있다. 19대 국회의원 전원 찬성으로 통과되기까지 했다.
단말기유통개선법의 최초 효과는 정부에게 만족스러웠다. 이동통신사들이 더 이상 소비자에 대한 충성봉사경쟁을 하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정부가 정한 기준인 30만원 선에도 한참 못미치는 15만원 선으로 보조금도 정해졌다. 이동통신사들은 거저 돈방석에 앉는 듯해보였다. 그러한 분석 때문에 이동통신사들의 주가가 급속히 오르기 시작했다. 비싸게 판다는 소비자들의 불만에 정부는 보조금을 늘리라고 압박 시늉을 하였고, 이동통신사들은 성의를 보이는 시늉을 하였다.
그러나 문제는 소비자들이 이러한 짜고치는 정책거래를 묵과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소비자들은 더 이상 새 단말기를 구매하지 않았다. 단말기 판매량이 통상 기준의 70%가까이 떨어졌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오히려 중고폰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매매수수료로 먹고 사는 단말기 판매상들에게서 아우성이 터져 나왔다.
결국 소비자들의 구매파업에 굴복한 것은 새 단말기를 팔아야 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삼성 LG 등 생산회사에서 이동통신사에 건네준 것이 유력한(?) 판매장려금 전부를 소비자들에게 즉석 페이백(payback)해주는 리베이트 판매방식에 전격 돌입했다! 다시 충성봉사 대열에 뛰어든 판매자들에게 소비자들이 적극 화답한 것이 이번 아이폰 대란의 배경이라고 추정해보면 거의 틀림이 없을 것이다.
<자유롭게 봉사할 상업의 자유를 처벌하겠다는 미래창조과학부는 어떤 미래를 꿈꾸는가?>
▲ 전국 휴대전화 대리점·판매점 모임인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KMDA)가 지난 30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린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중단을 촉구 집회에서 화형식을 하고 있다./뉴시스
상인들이 싸게 팔 자유를 아예 말살하려고 하는 미창과부의 명령 경제에 대해 경제 체제 일반의 시각에서도 살펴보자.
미래창조과학부가 하듯이 명령한 가격 범위에서만 팔라고 하는 것이 과연 자유시장경제에서 말이 되나?
혹자는 판매에서 일부 소비자가 불평등하게 대우되고 있다고,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짐짓 소비자를 보호하는 듯이 말한다. 그러나 이는 먼저 구매한 사람의 ‘시기선호’의 이익을 무시한 사고다. 컴퓨터는 새 사양의 모델이 나오면 구 사양의 모델은 가격이 떨어진다.
떨어지는 가격만 중시한다면 그는 항상 중고 컴퓨터만 사서 써야 할 것이고, 가격인하를 기다리는 동안 성능 좋은 컴퓨터로 제대로 일을 하는 것은 영영 꿈꾸지 못할 것이다. 시장에서는 소비자를 차별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음악회 관람석도 R석, S석과 A, B, C석의 차별이 있고 가격이 그에 따라 다르다. 그렇지만 소비자는 선택가능하기 때문에 이런 차별은 문제가 안된다.
시장에서 흔히 행해지는 떨이 판매나 할인판매(바겐세일)도 시간적으로 차별하는 판매방식이다. 이것이 다 잘못된 것인가? 대개 값이 자꾸 떨어지는 것이 특징인 압류물 경매처분도 잘못된 것인가? 배추 가격이 오전 오후 다른 것도 문제인가? 모두 정상적인 상업행위의 일부가 아닌가? 스마트폰도 신모델이 나오면 판촉 차원에서 할인판매를 할 수도 있고, 구모델을 떨이판매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스마트폰만 상업일반의 관행에서 예외가 되어서는 안된다.
정가(定價)제가 실시되는 마당에 정가제를 무시하는 것에 피해를 보는 사람이 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정가제의 본질은 가격표시제이다. 흥정으로 인한 거래의 지연을 막고자 ‘침묵의 물물거래’가 가능하도록 한 것일 뿐이다. 가격표시제와 할인표시제가 그 가격 그 범위대로의 거래가 아닌 것을 처벌하는 수단으로 돌변해서는 안된다.
그럼에도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서 판매에서 평등을 추구하게 되면, 이것은 더욱 심각하다. 그 경제체제는 엉뚱한 길로 빠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가격과 생산량을 정해주는 경제는 히틀러의 나찌 명령경제나 무솔리니의 파시즘 국가조합주의 경제(준 사회주의 경제들)에서나 볼 수 있는 경제다.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소유권까지 국유로 하는 것이 명실상부한 레닌식 국가 사회주의다. 물론 미창과부는 소유권을 국유화할 용의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레닌식 국가사회주의를 추구하고 있다고 말할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히틀러나 무솔리니의 경제를 실현하려고 하고 있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약간 무리하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이 정부가 전반적으로 가격과 생산량을 정해주는 것을 지향하는 것은 아니고, 명령경제가 일부에만 한정되어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래창조과학부가 실시하는 그 제도가 원리적으로는, 자유시장경제가 아닌, 명령경제 혹은 국가조합주의 원리에서나 할 수 있는 조치인 것만은 분명하다.
미래창조과학부는 과연 어떤 길을 가길 원하는가?
히틀러나 무솔리니의 경제로 가려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차제에 단말기유통개선법은 물론이고, 요금인가제까지 모두 폐지하여, 말뜻 그대로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의 대로(大路)로 가야 되지 않겠는가? /박종운 시민정책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