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한진 기자] 과거 아날로그 시대에 만들어진 법과 제도가 디지털 경제체제로의 전이를 따라잡지 못하고, 여러 부처가 해당되는 융합적인 서비스에 대한 법령상의 이슈가 책임 있게 해석되지 못하는 상황이 신산업 규제 갈등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22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김도현 국민대 경영학부 교수에게 의뢰한 '국내 신산업 발전을 위한 규제법령 및 정책개선 방안'보고서에 따르면 신산업 전반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시행령·고시·지침 개정을 통한 규제개선의 필요성이 절실하다.
보고서는 신산업 활성화를 위해 정책당국이 디지털 경제를 적극적으로 수용해 법제화하고, 해당 소관부처 이외의 전문화된 갈등조정기구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오랜 입법과정을 인내할 교섭력과 자금력을 보유하지 못한 신산업 진출 기업을 위해, 정부의 의지로 수정할 수 있는 시행령·고시·지침을 적극적으로 개정하는데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유환익 전경련 기업정책실장은 “규제 리스크를 피해가느라 기업들이 신산업 발굴 기회와 타이밍을 놓치지 않도록 적극적인 정책지원이 필요하다”며 “규제 샌드박스의 성과가 실질적인 신산업의 발전으로 이어지려면, 실제 법령 개정과 이해관계자 갈등 조정과 같은 사후 관리를 위한 제도 정비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모빌리티’와 ‘핀테크’ 분야를 중심으로 신산업 정책개선 방향을 제언했다. 전경련 은 모빌리티 산업 활성화를 위해, 신산업 법제화와 차량 총량규제 제한·기여금 부담 완화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인터넷 은행 등 핀테크 산업 분야에서는 안전성이 검증된 간편결제 한도금 상향 등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국내 모빌리티 분야는 승차 서비스를 넘어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물류 서비스로도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그러나 관련법이 없고 기존 산업 이해관계자와의 갈등도 높아 이에 대한 법제화 및 갈등 조정이 시급한 상황이다.
현재 택배 산업의 경우 국토교통부 고시 수준에서 결정되며, 산업을 규정하는 개별법이 없어 초단기 배송, 이륜배달 등 새롭게 성장하는 산업의 정의조차 내리지 못하고 있다. 한편, 택시를 활용한 애플리케이션 기반 물류 서비스 등 신산업 분야의 경우 화물업계 이해관계자의 반대도 얽혀 규제 샌드박스 심의까지 무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3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여객법) 개정으로 개인용 자가용을 활용한 카풀, 렌터카를 활용한 ‘타다’ 등 택시 외의 차량으로 승차서비스를 제공하는 신산업은 사실상 불법으로 규정됐다. 앞으로는 택시 외의 차량으로 기사를 알선하여 승차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총량 규제와 기여금 의무가 전제되는 ‘플랫폼 운송사업자’ 로 정부의 허가를 받아 사업을 전개할 수밖에 없다.
보고서는 올해 안에 마무리될 시행령 작업에서라도 플랫폼 운송사업에 대한 총량 및 기여금 규제가 최소화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나라에서 미국의 ‘우버’나 동남아의 ‘그랩’과 같은 새로운 모빌리티 플랫폼의 성장이 요원할 것으로 봤다.
보고서는 핀테크 산업의 스케일업을 위한 정책개선 역시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핀테크 산업 발전을 촉진하기 위해 법적으로 간편결제 및 선불전자지급의 일일 200만원 한도를 500만원 이상으로 상향 조정하고, 후불 기능을 허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간편결제는 이용자 편의에 직결되고 수년 간 효과성과 안전성 검증이 이뤄진 만큼, 이용한도 상향은 핀테크 서비스 활성화를 견인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토스, 카카오페이 등 전자금융사업자도 은행법상 은행 등 금융회사와 동일하게 통신금융 사기의 예방을 위한 본인확인 조치, 피해의심 거래계좌에 대한 임시조치, 사기이용 의심계좌에 대한 지급정지 조치를 수행할 수 있는 권한과 책임을 부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자금융업자의 서비스 상에서도 보이스 피싱 등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데, 현행 통신사기피해환급법에는 전자금융업자가 제외돼 있다.
[미디어펜=조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