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혹시나’하던 기대는 ‘역시나’로 끝났다. 2014년 국정감사 이야기다. 10월 7일 시작되어 3주간의 일정을 마치고 10월 27일 끝난 국정감사 역시 과거의 관행들이 되풀이되었다. 세월호 사고 문제 등으로 인해 준비를 충분히 하지 못한 탓도 있겠지만, 행정부에 대한 매서운 감시, 정책과 대안, 민생과 경제는 사라지고, 고성과 막말, 반말과 비속어 속출, 면박주기, 의원들 간 말싸움만 되풀이한 3주였다.
▲ 자유경제원에서 개최한 제10차 정치실패 토론회 '무소불위의 국회권력, 왜 그럴까?'에서 발표를 하고 있는 권혁철 자유경제원 자유기업센터 소장. |
23일 국립대 국정감사에서는 안민석 새정치연합 의원은 대학들이 자료 제출 요구에 소극적이라는 점을 지적하면서 “대학이 룸살롱인가, 영업비밀이 있게”라는 발언을 하였다. 또 7일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이 청와대와 정부를 향해 “이거 누가 합니까. 청와대 얼라들이 하는 겁니까.”라고 말했다.
8일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여야 간사들이 기업 증인 채택을 놓고 승강이를 벌이자, 새정치연합의 강기정 의원이 “능력 없고 하기 싫으면 자리를 내놓고 나가라”고 하였다. 그러자 여당 간사인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이 “무슨 말을 그렇게 하냐”고 다졌고, 이에 대해 강기정 의원은 “한글 못 알아먹느냐”며 고함을 질렀다.
▲ 자유경제원에서 개최한 제10차 정치실패 토론회 '무소불위의 국회권력, 왜 그럴까?' 토론회 모습. |
이것만이 아니다. 경제는 침체되어 좀처럼 회생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를 살려보겠다고 발의된 이른바 ‘민생법안’은 몇 달째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하고 있다. 어쩌다 통과시키는 법안은 시장을 규제하여 움직이지 못하게 막는 규제법이 대부분이다.
2014년 5월에 국회를 통과하여 최근인 10월 1일부터 시행되면서 큰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휴대폰 보조금을 규제하여 소비자에 대한 차별을 없애고 가계 통신비를 인하한다는 명분이었지만, 시행 한 달 만에 시장은 고사 직전으로 몰리고 있다. 판매점과 제조사는 물론 소비자까지도 모두 어려워졌다. 단통법(端通法)은 ‘모두를 아프게 한다’는 의미의 단통법(團痛法)으로까지 불리고 있다.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것은 국회의원들이 시장을 전혀 모르거나, 아니면 시장을 이길 수 있으며 시장을 자신들이 의도한대로 이끌어나갈 수 있다고 착각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사실상 시장에 대한 거의 모든 규제와 통제가 이런 생각에서 나온다. 이런 시장과 경제에 대한 무지나 착각, 혹은 시장을 자신들의 의지대로 이끌고 나갈 수 있다고 하는 지식에 대한 오만에서 무수히 많은 반시장적, 반기업적 법안들이 쏟아지고 있다.
이 발표문에서는 이번 국정감사에서 나타난 국회의 부실국감의 실태를 살펴보고, 이어서 국회의원들의 입법행태에 대한 회귀분석을 통해 친시장적 혹은 반시장적 입법행태를 예측해보고, 19대 국회 개원 이후 처음 1년간의 입법활동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갖고 비교해 보고자 한다.
2. 2014 국정감사로 살펴 본 국회 실태
(1) 전반적 실태: 무리한 증인 채택과 부실 감사
지난 10월 7일부터 27일까지 3주일간 국회는 전체 16개 상임위원회에서 피감기관 672곳에 대한 국정감사를 실시했다. 2004년~2013년까지 지난 10년간의 추이를 살펴보면 피감기관은 150여 곳이 늘어났고, 기관증인은 12% 증가한 반면 기업인을 포함한 일반증인은 61%나 늘었다.
기업인 증인도 지난 10년 간 평균에 비해 15%나 증가한 131명이나 된다. 일반증인 중 기업인 증인이 거의 절반 혹은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표 1 참조) 2013년 국정감사에서는 미래창조과학통신위원회가 이동통신 3사 임원을 증인으로 채택하였고, 이번 국정감사에서는 참고인으로 출석시켰다.
또한 과거와 마찬가지로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무더기 증인 채택과 한마디 질문조차 받지 못하고 돌아가는 증인들이 속출하는 상황은 변함이 없었다.
국정감사 전체를 살펴보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국정감사 전체를 볼 수 있는 시간도 부족했지만, 자료 자체를 구하기도 쉽지 않았다. 국회사무처에서도 국정감사 통계자료집을 다음 해 8~9월경에나 발표하고 있음. 2014년 10월 30일 기준 국회회의록시스템에는 23일 국정감사 회의록까지만 업로드되어 있으며, 비공개상임위의 회의록은 업로드되어 있지 않음.
그런 연유로 이하에서는 2014년 10월 13일에 실시되었던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를 하나의 표본으로 삼아 살펴보았다.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를 선택한 이유는 최근의 단통법 시행과 관련해 국민들의 관심도 상대적으로 높고, 이에 따라 나름대로 준비를 많이 했으며 타 상임위의 국정감사보다 모범적이었다는 평가가 있었기 때문이다.
새정치연합 최원식 의원의 경우에는 증인의 답변 시간이 1분도 채 안 된다. 의원들이 주어진 시간을 넘겨가면서 질의만 하고 끝내는 경우, 또 답변을 들을 시간이 부족하여 서면 답변을 요구하기도 하는 것이 국정감사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다. 한마디로 표현하면, 의원들이 ‘자신들이 할 말만 한다’는 것이다.
(3) 부실 국정감사
부실한 국정감사에 대한 비판은 늘 있어왔지만, 올해처럼 부실국감 논란이 큰 적도 드물 것이다. 국회의 파행이 오래 지속되다가 열린 국정감사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자료요청만 하다 끝날 정도로 국정감사가 부실하게 이루어졌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아래의 표는 한 사례이다.
(1) 평가 절차 및 방법
자유경제원은 17대 국회와 18대 국회에 이어 19대 국회에 대해서도 시장친화성 평가를 하고 있다. 이 발표문은 19대 국회 개원(2012년 5월 30일)부터 2013년 4월 30일까지 1년 간 국회에서 가결된 제정 및 개정 의안들을 대상으로 19대 국회 시장친화성 1차 평가를 실시한 결과이다.
이 기간 중 총 370여 건의 의안들이 가결되었는데, 이 중에서 시장 및 기업과 관련이 있는 법안 104건을 골라내어 평가를 실시하였다. 이 104건의 의안들 각각에 대해 시장친화적 의안인지 반시장적 의안인지를 판단하고, 각 의안에 대해 국회의원들이 어떤 투표를 했는지를 정리하였다.
시장친화적인지 반시장적인지 여부는 시장경제원리에 부합하는지를 중심으로 판단하였다. 즉 사유재산권 확립, 세금부담 완화 혹은 폐지, 개방과 경쟁의 강화, 경제적 자유의 확대, 규제완화, 법치 확립 등에 기여하는 의안은 시장친화적 의안으로 평가하고, 그 반대인 경우에는 반시장적 의안으로 평가하였다.
이렇게 평가하는 과정에서 부딪히게 되는 문제는 각 의안들이 시장과 기업에 미치는 영향 혹은 중요성에 차이들이 발생하는데,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 하는 것이다. 자유경제원에서는 이 문제를 선정된 전체 의안 중에서 영향력이 특히 크거나 중하다고 판단되는 의안만을 대상으로 평가하는 식으로 해결하였다. 이렇게 선정된 중요의안은 전체 104개 의안 중 45개이다. 이 45개 중요의안을 토대로 시장친화지수를 산정하게 된다.
시장친화지수를 산출하는 방식은 다음과 같다. 시장친화적인 의안에 대한 찬성은 시장친화적 투표행위로, 그리고 이에 대한 반대는 반시장적 투표행위로 보았다. 반대로, 반시장적 의안에 대한 찬성은 반시장적 투표행위로, 그리고 이에 대한 반대는 시장친화적 투표행위로 보았다. 이렇게 집계된 전체 투표행위를 분모로 하고 이 중 시장친화적 투표행위를 분자로 하여 계산한 것이 시장친화지수이다.
시장친화지수=(시장친화적 투표수)/(시장친화적 투표수+반시장적 투표수)*100
시장친화지수의 값이 0(zero)이면 모든 투표가 반시장적임을 나타내고, 역으로 100이면 모든 투표가 시장친화적임을 의미한다. 또 시장친화지수가 50이면 시장친화적 투표와 반시장적 투표가 같은 횟수임을 나타낸다. 다시 말해 시장친화지수의 값이 클수록 시장친화적 성향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아래에서 다시 설명을 하겠지만, 시장친화지수 50을 중도로 보고, 0~100까지를 4등분하여 구분한다. 즉, 50~66.6까지를 ‘시장친화적’(시장 중도우파)으로, 66.7 이상을 ‘매우 시장친화적’(시장 우파)으로 평가한다. 반대로 33.4~49.9까지를 ‘시장적대적’(시장 중도좌파)으로, 그리고 0~33.3까지를 ‘매우 시장적대적’(시장 좌파)으로 평가한다.
이렇게 각 국회의원별 시장친화지수를 산출하고, 이를 기초로 하여 정당별 시장친화지수, 각 정당의 시장친화성 등을 산출하고 분류 및 정리한 결과는 아래와 같다.
(2) 의안의 분포
먼저 45개 중요의안이 시장친화적인가 반시장적인가를 보면, 총 45개 의안 중 시징친화적 의안은 16개로 35.6%를 차지한 반면에, 시장적대적 의안은 29개로 64.4%를 차지한다(표 4 참조).
(3) 국회 전체 및 정당별 시장친화지수
국회 전체 평균 시장친화지수 및 정당별 시장친화지수는 <그림 1>과 같다.
새정치연합의 시장친화지수는 25.8, 정의당은 23.6에 불과하며, 두 정당 모두 ‘매우 시장적대적’이다. 통합진보당의 시장친화지수는 겨우 16.8에 불과하며, ‘매우 매우 시장적대적’(극단적 시장 좌파적)인 정당으로 분류된다.
앞서 언급했듯이, 시장친화지수 50은 시장친화적 성향과 반시장적 성향이 같은 비율로 공존한다는 의미이다. 19대 국회에서 모든 정당의 지수 값이 50에 크게 못 미칠 뿐 아니라 30대와 20대에 머물러 있다는 것은 모든 정당이 매우 시장적대적이라는 것을 나타낸다.
(4) 시장친화지수로 본 국회의원들의 이념 분포
여기서 이념성향은 시장친화적인가 시장적대적인가를 기준으로 분류한 것이다. 시장친화적인 경우를 시장 우파로, 그리고 개입주의적이고 시장적대적인 경우를 시장 좌파로 분류하였다. 구체적으로 보면 0~100까지의 시장친화지수를 세 구간으로 나누어 0~33.3까지를 시장 좌파, 66.7 이상을 시장 우파로 분류하고, 중간지대인 33.4~66.6을 중도로 분류하였다. 그리고 중도를 다시 33.4~49.9는 시장 중도좌파로, 50.0~66.6은 시장 중도우파로 분류하였다.
이 분류 기준에 따라 국회의원들의 이념성향을 살펴보면 아래의 <표 5>와 같다.
국회의원들의 이념성향을 살펴보면, 시장친화지수 산출 대상 269명의 의원 중 시장 우파는 단 1명도 존재하지 않는다. 반면 시장 좌파는 156명으로 전체의 58.0%나 되며, 시장 중도좌파는 109명으로 40.5%를 차지하고 있다.
19대 국회의원의 절반 이상인 58.0%가 시장 좌파 성향을 보이고 있으며, 시장 중도좌파까지 포함할 경우 19대 국회의원의 98.5%가 시장 좌파로 분류되는 것으로 나타난다. 반면에 시장 우파는 단 1명도 없는 형편이고, 시장 중도우파로 분류되는 의원도 겨우 1.5%인 단 4명에 불과하다. 4명 모두 새누리당 소속 의원이다. 19대 국회가 극단적인 반시장적, 시장적대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5) 시장친화지수 상-하위 10인
시장친화지수 산출 결과 상위 10인의 명단과 그들의 시장친화지수는 <표 6>과 같다.
다른 한편, 시장친화지수 산출 결과 지수가 가장 낮은 하위 10인(동점 포함 11인)의 명단과 그들의 시장친화지수는 아래 <표 7>과 같다.
<표 7>에서 볼 수 있듯이, 시장친화지수 최하위는 새정치민주연합의 장하나 의원으로 전체 21건의 투표 중 단 2건만이 시장친화적 투표이고 나머지 19건이 모두 반시장적 투표였다. 그의 시장친화지수는 9.5에 불과하다. 이는 극단적인 시장 좌파 성향을 나타내는 것으로 풀이된다.
장하나 의원의 뒤를 이어 시장친화지수가 낮은 의원들로는 남인순, 최민희, 은수미, 홍의락, 송호창 의원 등이 있다. 시장친화지수 하위 11인 중 정의당의 서기호 의원과 통합진보당의 김미희 의원을 제외한 9명 모두가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의원들이다. 특기할 만한 것은 시장친화지수 하위 11명 의원 중 비례대표 초선 의원이 9명이나 차지한다는 점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의 비례대표 초선의원이 시장친화지수 하위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지역구 의원과 비례대표 의원 간 시장친화지수를 비교해 보면 지역구 의원들의 시장친화성이 비례대표 의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간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지역구 의원들의 시장친화지수는 31.8, 비례대표 의원들의 시장친화지수는 28.8이다.
(7) 당선 횟수에 따른 시장친화지수 비교
초선의원들의 시장친화지수는 30.6이고 다선의원(재선 이상)들의 시장친화지수는 31.6이다. 다시 말해 당선횟수에 따른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다선의원들을 재선, 3선, 4선 등으로 분류해서 산출한 시장친화지수의 경우에도 별 다른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초선이던 재선이던 중진이던 관계없이 유사한 반시장적, 시장적대적 성향을 보이는 것이다.
4. 회귀분석: 국회의원들의 시장친화 정도에 미치는 영향들
여기서는 국회의원들이 갖고 있는 특성에 따라 입법활동에서 어떤 성향을 띠게 될 것인가를 회귀분석을 통해 분석하고 앞의 결과와 비교해 보고자 한다. 즉 국회의원의 당선횟수, 소속정당, 당선방법(지역구 혹은 비례대표), 그리고 선거구(서울과 지방)에 따라 얼마나 시장친화적일까 혹은 시장적대적일까를 분석하고 비교해 보는 일은 흥미로운 주제이다.
이를 위해 <그림 2>에서 보는 바와 같이 시장친화지수를 종속변수로 하고, 국회의원들이 갖고 있는 특성인 당선횟수, 소속정당, 당선방법 및 선거구 비례대표 의원들은 다음에 지역구 출마를 고려할 것이라고 보고 지방으로 분류하였다.
즉 시장친화지수를 종속변수(Y)로, 당선횟수, 소속정당, 당선방법 및 선거구를 각각 ELENUM, MEMBER, HOWTO 및 REGION 4개의 독립변수로 지정했다. 독립변수 중 소속정당, 당선방법, 선거구는 명목변수이기 때문에 각각 더미변수(dummy variable) M, H, R로 변환하였음.
분석에 사용된 자료로는 앞에서 언급되었던 자유경제원에서 분석한 ‘19대 국회 시장친화성 1차 평가’ 자료를 이용했다.
이 결과와 앞서 분석한 ‘시장친화지수로 본 19대 국회’의 결과를 비교하면 다음과 같다.
1) 소속정당에 따른 시장친화지수의 차이, 즉 여당인 새누리당 소속이냐 아니면 야당 소속이냐에 따라 시장친화지수가 달라질 것이라는 분석이었는데, 회귀분석은 여당인 새누리당 소속의원이 야당 의원에 비해 시장친화지수가 높게 나올 것으로 분석했다. 마찬가지로 실제 입법활동의 결과에서도 여당인 새누리당의 시장친화지수는 36.6인데 반해, 새정치민주연합은 25.8, 정의당은 23.6, 그리고 통합진보당16.8로 여당이 높게 나타났다.
2) 당선방법에 따른 시장친화지수의 차이, 즉 지역구 의원이 비례대표 의원에 비해 시장친화지수가 높게 나타날 것이라는 분석이었는데, 실제 입법활동의 결과에서도 지역구 의원의 시장친화지수가 31.6으로 비례대표의 시장친화지수 28.8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3) 당선횟수에 따른 시장친화지수의 차이, 즉 초선의원에 비해 다선의원들의 시장친화지수가 높을 것이라는 분석이었는데, 실제 입법활동에서는, 물론 초선의원 30.6과 다선의원 31.6이라는 약간의 차이를 보이고는 있지만, 초선일수록 시장친화지수가 낮다는 회귀분석의 결과를 강력하게 뒷받침하지는 않는다.
이 회귀분석은, 앞서 언급한대로, 19대 국회의 초기 1년 간의 입법활동만을 자료로 사용한 것으로, 앞으로 17대 및 18대 국회에 대한 분석자료까지 포함하여 분석할 경우 보다 정밀한 분석이 가능할 것이다. 또한 다른 변수들을 사용하여 분석한다면, 보다 풍부하고 다양한 자료들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5. 정치실패의 한 가지 원인: 지식의 오만
자유시장 경제를 옹호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 한 가지는 각 개인이 자신의 이해에 따라 행동할 때,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사화 전체의 이익 증대에도 기여한다는 점이다. 아담 스미스는 이를 ‘보이지 않는 손’의 작용으로 표현했다.
그런데, 이런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의 작용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시장을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나타난다. 시장에서 경제주체들의 사적 추구를 그대로 허용할 경우 사회에 피해를 끼칠 수 있기 때문에 정부가 나서서 시장에 적절한 규제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른바 시장실패를 교정하기 위한 정부의 시장개입 정당화 논리이다.
이런 시장실패를 야기하는 중요한 요인 가운데 하나가 이른바 ‘외부효과’이다. 예컨대 자동차 매연에 의한 공기오염의 경우처럼 운전에 따른 혜택은 운전자 혼자 누리지만, 공기오염에 따른 부담은 운전자는 물론 제3자에게도 전가하게 된다.
개인들은 자기 자신만의 이익을 생각하고 제3자가 보는 피해에 대해서는 아무런 고려를 하지 않기 때문에, 사회적으로는 공기오염 배출을 줄여야 하지만, 시장에서는 그렇게 되지 않는다. 따라서 사회적으로 ‘적정 수준’의 매연만이 배출되도록 정부가 나서서 자동차의 대수를 줄이거나 자동차 운행을 제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시장실패 주장은 자연스럽게 이 시장실패를 교정하기 의한 정부의 시장개입 주장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이 주장은 정부가 규제를 통하여 사회적으로 ‘적정한 수준’ ‘바람직한 수준’을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을 당연한 전제로 하고 있다.
문제는 과연 정부가 자원의 최적 배분점, 다시 말해 ‘적정 수준’을 찾아 달성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외부효과가 나타날 경우 개인들은 개인적 비용과 개인적 효용만을 생각할 뿐 제3자들이 누리는 효용이나 그들이 부담하는 비용을 전혀 고려하지 않기 때문에, 개인적 비용 및 효용과 사회적 비용 및 효용 간 격차가 발생하고 최적 자원배분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고, 이 격차를 없애기 위해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는 것이 주장의 핵심이다.
여기서 우리가 고려해야 할 것은 바로 정보와 지식의 문제이다. 다시 말해 외부효과의 크기를 정부가 정확히 알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외부효과의 크기를 정확히 알아야만 그에 상응한 규제를 하든 보조금을 주든 함으로써 외부효과를 없앨 수 있기 때문이다.
유감스럽게도 외부효과의 크기를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정부라고 하여 이 지식과 정보의 문제를 극복할 방법은 갖고 있지 못하다. 그것은 시장과정을 통해서만 얻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시장실패를 교정하고자 하는 정부 규제 또한 시장을 시장실패의 상태에서 벗어나게 할 수는 없다.
시장실패 상태를 또 다른 시장실패 상태로 대체할 뿐이다. 시장실패를 교정하고자 하는 정부의 모든 시도는 지식과 정보의 부족 문제로 인해 항상 실패하게 되어 있다. 시장실패는 시장의 예외적인 현상이지만, 정부실패는 항상적이고 필연적인 현상이다.
이런 지식과 정보의 문제를 인식하지 못한 채 시장실패를 교정할 수 있다고 덤비는 정치권과 정부는 하이에크의 표현에 따르면 ‘지식의 오만’을 한껏 부리고 있는 것이다. 지식의 오만을 부리는 결과는 이른바 ‘단통법’ 사태에서 우리가 현재 분명하게 목격하고 있듯이 인위적 질서에 의한 자생적 질서의 파괴와 그로 인한 시장의 고사(枯死)다.
6. 요약과 맺음말
의원입법이 홍수를 이루고 있다. 19대 들어 의원입법은 벌써 1만건이 넘어갔다. 17대 국회 6,387건을 이미 넘겼고, 역대 최대라고 하던 18대 전(全) 기간의 의원입법 12,220건에 육박하고 있다. 입법로비, 입법장사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처럼, 현재 대한민국에서 모든 권력은 국회로 통한다는 국회 전성시대이고 입법 만능시대이다.
입법 만능시대에 시장과 경제는 점점 멍들고 있다. 골든타임이 지나가고 있다는 소리가 여기저기 나오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국회에서 경제를 살리자는 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는다. 헌법에 규정되어 있는 국회의 주요한 권한인 국정감사를 막말과 고성, 정쟁과 말싸움으로 흘려보내는 국회는 노조위원장까지 나서서 탄원서를 보내도 기업인을 기어이 국정감사장에 불러 앉힌다. 경제회생을 위한 입법에는 ‘나 몰라라’ 하면서 시장과 기업을 규제하는 입법에는 ‘발 벗고’ 나서는 국회다. 의원입법이 홍수를 이루면 이룰수록 걱정부터 앞서는 이유다.
19대 국회 초기에 행했던 입법활동을 기초로 시장친화지수 분석을 한 결과 걱정이 기우가 아니라는 점을 찾을 수 있었다. 가결된 의안의 3분의 2가 시장적대적인 의안이었고, 19대 국회의 시장친화지수는 31.1로 ‘매우 시장적대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시장 우파라고 하는 새누리당의 시장친화지수조차 36.6으로 시장 좌파를 겨우 면한 정도의 시장 중도좌파에 머물렀다.
‘매우 시장친화적’인 시장 우파 의원은 단 한 명도 없고, 시장 중도우파 의원도 겨우 4명으로 1.5%에 불과했다. 반면 시장 중도좌파와 시장 좌파 의원이 전체의 98.5%를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한민국의 19대 국회는 ‘매우 시장적대적’인 국회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19대 국회의 입법활동을 회귀분석을 통해 분석한 결과와 비교한 결과, 대부분 회귀분석의 분석결과를 뒷받침하고 있다. 여당인 새누리당이 야당들에 비해 시장친화지수가 높다는 점, 지역구 의원이 비례대표 의원보다 시장친화지수가 높다는 점은 일치하지만, 초선의원에 비해 다선의원의 시장친화지수가 높다는 결과는 강력하게 일치하지는 않는다.
국회의원들이 입법홍수를 이루고, 또 이런 것들을 통해 시장과 경제에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이유 중 하나로 정부와 정치권의 ‘지식의 오만’을 다루었다. 시장을 규제하고 통제하려는 의지는 시장에 대한 무지와 지식에 대한 오만에서 비롯된다는 생각이다.
이 분석을 통해 파악할 수 있는 것은 항상적이고 필연적으로 실패하는 정부와 정치권이 예외적으로 실패하는 시장의 현상을 교정하고 통제하겠다고 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점이다. 시장실패의 존재는 자유 시장에 반대하는 논거이기는 하지만, 그와는 별도로 정치적 대안에 대한 더욱 강력한 반대의 논거가 된다.
정치실패는 항상적이고 필연적이기 때문이다. 앉은뱅이와 맹인이 길을 가는데, 앉은뱅이가 맹인을 인도할 수는 있어도, 맹인이 앉은뱅이를 인도할 수는 없다.
(이 글은 자유경제원에서 개최한 제10차 정치실패 토론회 '무소불위의 국회권력, 왜 그럴까?'에서 권혁철 자유경제원 자유기업센터 소장과 송덕진 자유경제원 제도경제실장이 공동으로 발표한 주제 발표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