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한진 기자]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년여 전 삼성의 ‘4대 미래 성장사업’으로 꼽은 인공지능(AI)·5G·바이오·전장부품 사업에 속도가 붙고 있다. 이 부회장이 전면에 나서면서 과거와는 다른 차원의 성장 전략이 추진되고 있다. 다만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경영권 승계에 대한 검찰의 기소 여부가 삼성 성장전략 추진에 최대 변수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7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이 각 사업의 경영 현안과 전략을 면밀하게 살피면서 삼성의 미래 성장 사업은 윤곽이 더 뚜렷해 지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6일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에 위치한 'C랩 갤러리'를 찾아 사내 스타트업들의 제품과 기술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삼성은 지난 2018년 8월 8일 AI·5G·바이오·반도체 중심의 전장부품 분야에 25조원을 투자해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올해 들어 이 부회장이 현장 경영을 강화하는 가운데 삼성은 ‘차별화 기술’ 확보를 중심으로 미래 경쟁력 강화에 매진하고 있다. 특히 재계는 이 부회장의 ‘빅 픽처’를 주목하고 있다. 최근 ‘두려움 없는 도전’을 잇달아 주문하고 있는 이 부회장은 ‘뉴삼성’의 큰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최근 삼성은 AI 사업의 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달 AI 분야 최고 석학으로 꼽히는 승현준 프린스턴대 교수를 삼성리서치 소장(사장)으로 영입하면서다. 승 소장은 한국을 포함한 13개 국가에 위치한 글로벌 15개 연구개발(R&D)센터와 7개 AI센터의 미래 신기술과 융복합 기술 연구를 주도한다.
뇌 기반 AI 연구를 개척한 승 소장은 프린스턴대학교 교수로서 활발한 연구 활동을 해온 세계적 석학이다. 승 소장 영입에 이 부회장이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전해진다. 승 소장 같은 ‘특급 인재’가 움직인 데는 총수의 확실한 비전 제시가 결정적 계기가 됐을 것으로 재계는 판단하고 있다.
또 이 부회장은 현대자동차그룹과 모빌리티 사업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엿보고 있다. 몇 년전까지만해도 삼성과 현대차의 협업은 상상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개방 혁신’을 추구하는 두 그룹 총수의 경쟁력 강화 의지가 맞물리면서 시너지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 부회장은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과 지난 5월과 이달 두 차례 회동하며 미래 자동차에 대한 다양한 의견은 공유했다. 두 총수는 전기차 배터리 기술은 물론 차세대 친환경차와 도심항공 모빌리티(UAM), 로보틱스 등으로 공통 관심 분야를 점차 확대하고 있다.
또한 삼성은 5G가 도입되는 시점에서 이미 6G 시대를 바라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14일 ‘6G 백서’를 공개하면서 ‘새로운 차원의 초연결 경험’을 비전으로 제시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5월 신설한 삼성리서치 차세대통신연구센터를 중심으로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은 이 부회장이 ‘큰 그림’을 그리고 사업부별 최고경영자(CEO)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면서 미래 먹거리 확보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급변하는 경제 상황에서 확실한 리더십의 중요성이어느때 보다 강조되고 있다. 그러나 이 부회장의 사법리스크가 최대 변수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달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에서 이 부회장의 수사중단과 불기소 권고가 나왔지만, 검찰은 최종 결정을 미루고 있다. 법조계와 재계에서는 수사심의위에서 10대3의 압도적 의견이 나왔고, 범죄 차제가 성립되지 않는 만큼 검찰이 불기소처분을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은 10년을 내다보고 준비를 해야 한다. 검찰이 이 부회장을 또 기소하면 삼성은 10년 동안 재판을 받을 수도 있다”며 “미래 성장 사업은 조 단위 투자가 필요하다. 총수 리더십에 문제가 생기면 (삼성은) 시장에서 도태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조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