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주도하는 전국의사총파업이 14일 하루동안 이어지지만 국민 대다수의 시선은 싸늘하다.
2000년대 들어 3번째 집단파업으로 휴진 규모가 상당할 것으로 보이지만 '의대 정원 확대 반대'라는 명분이 설득력을 잃어서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의사들을 온갖 제재로 구슬리려는 보건복지부의 고압적 태도가 문제라고 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강경 투쟁 일변도인 의협의 대정부 협상전략의 부재가 가장 큰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보건복지부와 의사들간 갈등에서 가장 큰 쟁점은 특정과목 및 수도권에 대한 의료인력의 쏠림 현상이다.
보복부는 10년간 한시적으로 의대 정원을 확대해 부족한 분야에 강제적으로 의사를 충당하겠다는 복안이고, 의협은 이것이 현실을 외면한 탁상공론이라는 반발이다.
'의대 정원 확대 반대'에 대해 근시안적인 대응이라며 의협을 비판하고 나선 민주노총 산하 전국보건의료노동조합 조차 "지역 병원에서는 연 4억~5억원의 임금을 제시해도 의사를 구하기 어려운 현실"이라고 인식할 정도다.
정부는 14일 진료하는 의료기관을 보건복지부, 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각 시도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응급의료 포털과 애플리케이션(앱)에서도 진료상황을 공유할 방침이다./자료사진=연합뉴스
문제의 핵심은 지역별 과목별로 편차가 큰 현재의 의료체계 구조를 어떻게 바꿀 수 있느냐로 좁혀진다. 의료계 일선 현장의 목소리는 다양했다.
충남 지역에서 정형외과 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45·남) 원장은 강제적인 국가건강의료보험의 해체 및 다원화·경쟁을 통한 의료가격의 정상화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김 원장은 14일 본지의 취재에 "5~6개의 의료보험 상품을 만들고 그중에 자유롭게 선택하는 독일식 의료보험으로 가는 것이 맞다고 본다"며 "병원 이용 많이 하는 환자들은 그에 맞는 보험을 택하고 아닌 사람들은 그에 맞는 보험을 선택하는 것으로 국민 개인에게 선택할 자유를 주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와 같은 국가의료보험은 당연히 존속시키고 민간 의료보험과 경쟁시키는 구도를 만들자는 것"이라며 "박정희 시대 당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죽는 사람들이 워낙 많아 만들어진 제도인 지금의 의료보험은 너무 낡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솔직히 말해 현 의료보험제도 때문에 거기에 올라타는 실력 없는 의사, 새로운 지식 업데이트에 게으른 의사들이 많다"며 "지금 제공하는 의료의 질은 겉보기에 멀쩡해 보일지 몰라도 심평원의 온갖 가격 통제로 많은 사람들을 죽게 내버려두는 구조"라고 덧붙였다.
한 종합병원에 근무하는 감염내과 임상강사는 이날 본지 취재에 "급여도 낮고 상당수가 기피하는 감염내과를 선택한 후 구직활동을 시작해도 코로나 사태 때문에 병원 재정이 힘들고 그래서 일자리가 없다"며 "생명에 중요한 필수의료 과인데도 불구하고 병원별로 새 의사를 뽑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문제의 핵심은 병원들은 의사가 부족한 과목에 대해 새 의사를 뽑고 싶어도 뽑을 수 없는 진짜 이유"라며 "생명을 살리겠다는 의료인의 헌신과 의료 공공성은 누구나 인정하고 지키려고 하지만 이를 경제적으로 강요할 수 없는게 현실이다. 일자리는 당장 의사 각자에게 닥친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김효상 재활의학과 전문의는 10일 한 의료신문에 기고한 글에서 "전국 어디를 가나 동네 병의원이 곳곳에 있고 몸이 아프면 언제든 당일에 진료를 볼 수가 있는 것이 우리 대한민국 의료"라며 "유럽이나 미국과 비교해 우리나라에 의사가 모자라면 가능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방에는 의사만 모자란 것이 아니라 고령화와 출산율 감소로 지방 인구 자체가 줄어간다"며 "지방의료가 황폐화된 근본원인을 찾아 해결해야 하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특히 그는 "정부는 생명에 중요한 필수의료의 비용을 올려서 전공하는 의사들이 많아지게 해야 한다"며 "의사들 중 그 누구도 소아과, 산부인과, 흉부외과, 외과, 외상외과, 의료감염, 중환자의학 등의 생명에 직결되는 필수의료의 수가를 정상화하는 것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전국 의사들의 이번 집단휴진은 응급실 및 중환자실, 투석실, 산모 분만실 등 환자 생명과 직결된 필수 업무에 종사하는 인력은 제외하고 이뤄진다. 정부와 의협이 이번 파업을 계기로 전향적인 자세로 협상에 들어가 결실을 맺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