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양제츠 중국 공산당 정치국원 겸 중앙외사공작위원회 판공실 주임이 다음주 중 방한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14일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외교부는 “확인해줄 것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양제츠 주임이 방한한다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연내 방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것으로 관측된다.
문재인정부는 시 주석 방한을 오랜 기간 공들여 왔다.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를 문제 삼아 중국이 취한 각종 보복 조치를 풀기 위해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한중일 정상회의 참석차 베이징을 찾아 시 주석을 면담했다. 이 때 청와대 핵심관계자가 “시 주석의 내년 상반기 방한이 확정적”이라고 밝힌 바 있다.
올해 들어 시 주석의 방한은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지연돼 왔지만 청와대와 정부는 최근까지도 시 주석의 연내 방한 추진에 변함이 없다고 말해왔다.
시 주석의 방한이 성사되고 사드 보복 조치들이 풀린다면 문재인 대통령은 물론 여당의 지지율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정부는 시 주석의 방한을 계기로 남북관계 개선 등의 지렛대로 삼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 위원은 2018년 3월29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회담을 갖고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구축에 대해 논의했다./청와대
다만 중국은 최근 미중 갈등 국면에서 한국에 중국에 대한 적극적인 지지를 공개 요청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즉 양제츠 주임이 시 주석의 방한을 준비하는 청구서가 들고 한국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최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폴란드·체코 등 유럽을 돌았고, 앨릭스 에이자 미 보건복지부 장관이 대만을 방문하는 등 미국 고위급이 전 세계를 돌며 반중 캠페인으로 우방들을 규합하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
중국도 이에 맞서 필리핀·미얀마 등에 코로나19 백신 원조 약속을 하는 등 아시아 지역 단속에 나섰다. 미·중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던 필리핀이 최근 남중국해 문제에서 중국의 주장을 받아들이겠다고 밝힌 게 그 성과다. 양 주임의 방한도 이 같은 우군 모으기의 연장선상에서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한국의 수용 정도와 시 주석 방한 시기 및 메시지 수위가 연동될 것이라는 관측이 외교가에서 나온다. 특히 미국의 반중 경제동맹인 경제번영네트워크(EPN) 참여, 화웨이 등 5세대 이동통신(5G) 협력, 대만·홍콩 문제 등에서 한국에 양자택일을 요구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최근 미국의 중거리미사일 배치 이슈에 대해서도 한국의 ‘배치 반대’ 입장을 종용할 수 있다.
중국은 이미 한중 정상회담을 중국의 대외 이슈에 활용한 전례가 있다. 지난해 12월 23일 한중 정상회담 결과를 발표하며 중국 외교부는 “문재인 대통령이 홍콩과 신장위구르 문제는 중국 내정 문제라는 데 동의했다”고 알렸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취지는 “중국 측 입장을 알겠다” 정도였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중국 고위급 인사의 방한은 처음이다. 중국 고위직의 방한은 작년 12월왕이 외교부장이 마지막이었다. 또 미·중·일·러 4강을 놓고 봐도 고위급 인사의 방한은 지난달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에 이어 양 주임이 두 번째다. 양 주임의 카운터파트는 서훈 청와대 안보실장이다. 이달 서 실장이 취임한 뒤 공개 면담하는 첫 고위급 인사가 될 전망이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