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한진 기자]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끄는 삼성의 미래 성장 사업의 가시적 성과가 속속 나오고 있다. 삼성은 2년 전 4대 성장 사업으로 설정한 인공지능(AI)·바이오·5G·전장은 물론, 시스템 반도체 등에서 경쟁력 확대에 초점을 맞추는 모습이다. 이 부회장이 경영 복귀 후 확실한 비전을 제시하고, 성장 사업에 집중하면서 삼성의 속도가 더 빨라지고 있다는 것이 재계의 평가다.
다만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의 사법리스크가 삼성 미래에 최대 변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삼성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을 수사한 검찰이 이 부회장을 기소할 경우 신사업의 성장 동력이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이 때문에 검찰의 합리적 결정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확산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16일 삼성전기 부산사업장에 위치한 전장용 MLCC 전용 생산 공장을 찾아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18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은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시장 환경에서 잇달아 신성장 사업의 전환점을 만들면서 미래 시장을 준비하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는 미국 IBM의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를 위탁 생산을 맡았다. 이 제품은 최첨단 공정이 7나노 EVU(극자외선) 공정을 통해 내년 하반기에 출시될 예정이다.
업계는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이 이번 IBM 서버 CPU 수주를 발판 삼아 글로벌 1위 TSMC와 격차를 더 좁힐 것으로 보고 있다. 미세화 공정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IBM이 핵심 제품의 생산을 맡긴 것은 그만큼 삼성전자에 대한 기술 신뢰가 크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삼성 미래 성장의 한 축이 바이오 사업은 올해 들어 고속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11일 인천 송도에 단일 공장 기준으로 세계 최대 규모(25만6000리터)의 바이오 의약품 생산 공장 건설 계획을 발표하며 미래 전략을 업그레이드 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들어 지난달말까지 1조7887억원의 수주 실적을 올렸다. 이는 지난해 전체(3083억원)의 약 6배에 달하는 것이다.
다른 성장 사업들도 순항하고 있다. 5G 사업은 북미와 오세아니아 등에서 잇달아 수주 소식을 전하며 시장 지배력을 확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미 6G 시대를 내다보며 다양한 가능성을 엿보고 있다. AI도 세계적인 석학 영입 등 연구개발(R&D) 기능을 업그레이드 하고 있다. 전장 역시 차세대 배터리 개발 등 미래 모빌리티 시장에서의 먹거리 확대에 초점을 맞추는 상황이다.
이 같은 삼성의 조직적인 움직임은 총수 리더십이 결정적이라는 것이 재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조 단위 대규모 투자에 대한 큰 그림을 이 부회장이 그리고, 사업부별 전문 경영인들이 각자 영역에서 실행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삼성의 표정은 밝지 않다. 검찰이 이 부회장을 기소할 경우 삼성의 성장 사업은 급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제기되면서다. 수사심의위원회가 이 부회장에 대한 수사중단과 불구속 권고를 내린지 두 달여가 돼가는 상황에서 검찰은 결정은 미루고 있다.
코로나19 재확산 등 시장의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는 상황에서 이 부회장에게 사법리스크가 가중될 경우 삼성의 사업 추진 속도는 급속히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신사업 확대를 위해서는 해외 정부·파트너사들과의 지속적 협력이 절대적이다. 그러나 이 부회장이 또 다른 재판을 받게 되면 글로벌 비즈니스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해외 협력사 일정에 맞춰야 하는 상황에서 재판에 발이 묶이면 인수합병(M&A), 신사업 발굴 등의 기회를 놓칠 가능성이 크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30일 삼성전자 온양사업장을 찾아 반도체 패키징 라인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과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 후 주요 기업인들을 모은 자리에 이 부회장이 참석하지 못한 케이스가 대표적이다. 당시 검찰이 출국을 불허하면서 이 부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지 못했다. 재계에서는 최대 수출국 중 하나인 미국의 새 정부와 소통할 수 있는 큰 기회를 놓쳤다며 아쉬움이 컸다.
최근 글로벌 시장은 변동폭이 더욱 확대되고 있다. 코로나19의 지속 확산, 자국 보호주의 강화 등 우리 기업의 위기 신호는 점점 커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대표 기업의 불확실성을 키워서는 곤란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검찰 스스로 만든 제도에서 나온 권고 사항을 빨리 이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재계 관계자는 “지금은 (기업들이) 뛰어도 모자랄 상황이다. 이 부회장이 기소되면 삼성은 정말 10년을 잃어버릴 수 있다. 한 세대 앞선 기술을 준비해야 하는데 오히려 뒤질 수도 있다”며 “수심위 권고에 따른 불기소 권고 수용 등 검찰의 합리적 결정이 절실한 상황이다. 최소한 기소유예라도 나와야 정상적인 경영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조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