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지난해 말 최종 ‘조건부 종료 유예’로 결정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를 종료하기로 결정한 지 1년이 됐다. 최근 우리 법원의 일제 치하 강제징용 기업인 일본제철(옛 신일철주금)에 대한 자산압류 명령에 대해 이 기업이 ‘즉시항고’를 하고, 법원이 다시 ‘이유 없다’고 물리치는 등 한일관계에 다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오는 8월24일은 한일 양국이 1년 단위로 협정을 연장해온 지소미아 종료 통보 만료일이다. 협종 종료를 원하는 국가는 만료 90일 전에 종료를 통보하도록 돼있기 때문이다.
앞서 우리정부는 지난해 8월22일 지소미아 종료를 결정하고, 일본정부에 통보한 바 있다. 일본정부가 지난해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를 단행하고, ‘화이트 리스트’(백색국가‧수출절차 간소화 대상)에서 배제한 데 따른 조치였다.
이런 우리정부의 조치에 대해 미국은 북한에 대응하는 한미일 안보 협력의 핵심 수단이라며 지소미아 연장을 압박했다. 정부는 결국 지소미아 종료를 하루 앞둔 지난해 11월22일 “언제든지 지소미아의 효력을 종료시킬 수 있다는 전제 하에 종료 통보의 효력을 정지시키기로 했다”며 조건부 유예를 발표했다.
정부는 일단 ‘8월24일 종료 통보 시한’에 대해 유효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4일 정례브리핑에서 “지소미아는 날짜에 구애받지 않고, 우리정부가 언제든지 종료 가능하고, 1년마다 연장하는 개념은 현재 적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김 대변인은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철회 동향에 따라 이 같은 권리 행사 여부를 검토해나간다는 입장에는 지금도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외교부 당국자는 18일 다시 “우리정부는 작년 11월22일 언제든지 지소미아 효력 정지시킬 수 있다는 전제 하에 종료 통보 효력을 정지했고, 이에 따라 지소미아는 날짜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든지 종료 가능하고. 협정을 1년마다 갱신하는 것도 적용되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6월 28일 오전 인텍스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공식환영식에서 의장국인 일본 아베 신조 총리와 악수한 뒤 이동하고 있다./연합뉴스
지소미아는 북한군과 핵·미사일 등에 대한 정보공유를 목적으로 2016년 11월 한국과 일본이 맺은 첫 군사 분야 협정이다. 한일 양국은 1년 단위로 협정을 연장하면서, 협정 종료를 원하는 국가는 만료 90일 전 종료를 통보하도록 했는데 이 시한이 매년 8월24일이다.
하지만 우리정부가 지난해 11월 종료 통보 효력을 조건부 유예함에 따라 더 이상 과거와 같은 방식이 유효하지 않고, 우리 정부가 원할 때 언제든지 종료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는 24일 당초 한일양국이 설정했던 지소미아 연장통보 기한이 지나면서 청와대와 정부가 올해 11월을 앞두고 1년이 넘도록 조건부 유예를 지속할 지 여부를 놓고 숙고에 들어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8월24일을 넘기면서 우리정부가 아무런 입장을 내지 않을 경우 일본이 지난해처럼 지소미아 종료를 90일 전 통보하지 않으면 협정이 자동 연장된다고 주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외교부는 “한일 간 현안은 외교적 채널로 계속 소통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지만 지소미아나 수출규제 문제를 논의하는 한일 국장급 협의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한일관계는 징용기업 압류자산 현금화 조치와 이에 대한 일본정부의 보복 조치에 따라 양국이 강대강으로 치달을 경우 정부는 지소미아 카드를 사용할 가능성이 커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광복절 경축식 경축사를 통해 “정부는 사법부의 판결을 존중하며, 피해자들이 동의할 수 있는 원만한 해결 방안을 일본정부와 협의해왔고, 지금의 협의 문을 활짝 열어두고 있다. 우리정부는 언제든 일본정부와 아주앉을 준비가 되어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본정부는 한국정부가 구체적인 해결 방안을 보여달라고 주장했다. 17일 요미우리신문을 통해 한 일본 외무성 당국자가 “한국정부는 일본에 양보를 강요해왔다”며 “대화가 중요하다면 한국정부가 구체적인 해결 안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최근 한일 관계는 징용 배상 문제로 촉발한 수출규제와 지소미아 문제를 비롯해 주요 7개국(G7) 확대에 한국 포함,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에 한국의 유명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지지 등을 놓고도 갈등을 겪고 있다.
한일 갈등은 그동안 진행된 외교 당국간 실무협의에서 의견 차를 거의 좁히지 못했을 뿐 아니라 지난해 12월24일 중국 청두에서 열린 한중일 정상회의 계기로 마련된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간 회담에서도 접점을 찾지 못했다. 일본은 ‘대법원의 판결이 한일청구권협정 위반’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므로 우리정부의 근본 입장인 ‘대법원 판결 존중’을 부정하는 것이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