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박지원 국정원장이 20일 국회 정보위원회 보고를 통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친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1부부장에게 국정 전반에 있어서 위임통치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정보위 여야 간사가 밝혔다. 하태경 미래통합당 간사는 “김 위원장이 후계자를 결정한 것은 아니고, 여전히 절대권력을 행사하고 있지만 과거에 비해 조금씩 권력을 이양한 것”이라며 “김여정 1부부장이 중간에서 간부들로부터 보고를 받고, 다시 김정은에게 보고를 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또 김 위원장이 김여정 1부부장에게 가장 많은 권한을 이양했지만 경제 분야는 박봉주 당 부위원장과 김덕훈 내각총리, 군사 분야는 최부일 당 군정지도부 부장,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 부위웡장에게 부분적으로 권한을 이양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국회 정보위의 발표에 대해 북한 전문가들은 현재 북한 상황을 볼 때 위임통치라는 용어 선택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위임이란 용어를 사용하면 통치 불가능 상태를 떠올릴 수 있고, 현재 김 위원장은 건재하기 때문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용어 선택에서 신중치 못했다. 용어만 보면 통치가 힘들거나 통치 불가능 상태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지적하고, “오히려 중간책임자에게 권한과 위상을 부여한 책임 분산으로 봐야 한다. 위기관리 측면에서 효과적인 통치술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주재로 19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6차 전원회의가 열렸다고 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20일 보도했다./평양 노동신문=뉴스1
특히 홍 실장은 “세습통치로 김 위원장이 절대 권력을 갖고 있는 북한에서 2인자란 말은 불가능한 이야기”라며 “중간 책임자에게 권한을 주는 것은 김정일 시대에도 있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자신이 주도하는 한 두 분야를 제외하고 책임 분산했고, 중간책임자가 잘 못하거나 문제가 생기면 처형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은 지금 코로나19 사태와 수해, 경제제재, 북미관계 불확실성 등으로 3중고, 4중고를 겪고 있는 만큼 김 위원장이 통치 차원에서 부담을 덜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정부가 내각을 구성해서 각 분야 책임을 지고, 잘못하면 경질하는 것과 같다. 김 위원장이 당을 중심으로 하고, 각 인물로 책임을 분산시킨 것은 통치 차원에선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집권 초기에는 여러 분야를 관여했고, 현지활동도 많아서 2013년과 2014년에는 한해 200회가 넘을 정도였다. 당시에는 그럴 필요가 있었겠지만 이후 점차 한해 80~90로 현지활동이 줄었고, 올해에는 3회 정도에 그쳤다.
김 위원장이 김여정‧박봉주를 비롯한 중간책임자에게 권한을 분산시키고, 현지활동을 줄이는 것 모두 그의 통치술에 따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이다. 특히 김여정 1부부장에게 총괄 권한을 준 것은 ‘백두혈통’의 가족 통치의 일환으로 봐야 하므로 2인자라는 말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도 “북한은 유일영도체제이고, 김 위원장이 건재한 정상 체제에서 정치는 자신이 직접 관장하고, 경제‧사회‧군사‧대외 등 분야별로 책임자에게 권한과 책임을 부여한 것이므로 위임통치가 아니라 역할 분담이며, 김 위원장의 정치적 관리 용병술이라고 볼 수 있다”며 “이러한 역할 분담은 김 위원장이 권력을 장악하고, 안정적인 체제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하태경 통합당 정보위 간사는 김 위원장이 위임통치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그동안 9년간 통치하면서 통치 스트레스가 많이 높아졌고, 정책 실패 시 책임을 회피하려는 두가지 이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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