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나광호 기자]코로나19 장기화로 글로벌 원유 수급 부진이 이어지면서 정유업계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8월 셋째주 정제마진은 배럴당 0.6달러로, 전주 대비 0.4달러 상승했다. 이에 따라 7월 첫째주부터 정제마진 평균은 -0.1달러를 기록하게 됐다.
이는 국내 정유사들의 손익분기점(BEP) 대비 4~5달러 모자란 것으로, 코로나19 재확산 우려에 따른 신흥국 산업활동 둔화 등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휘발유 마진이 반등하고 있으나, 항공유 수요 감소로 등유마진이 지난 7일 이후 마이너스에 머무는 등 개선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현상을 부채질하고 있다.
업계는 OPEC+를 비롯한 산유국들이 감산 합의를 100% 가까이 이행하고 미국 셰일업체들의 시추기수가 2월말 678기에서 지난 7일 176기로 떨어지는 등 공급량 조절이 이뤄지고 있지만, 상반기 누적된 원유재고가 여전히 많다는 점을 들어 유가가 쉽사리 예년 수준으로 회복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최근 올해 글로벌 원유수요를 일일 9190만배럴로 전망한 것도 언급되고 있다. 이는 기존치 보다 14만배럴, 지난해 대비 800만배럴 가량 감소한 것으로, 항공 분야 외에도 운송분야의 수요가 침체를 겪고 있다는 점이 문제로 꼽혔다.
IEA는 유럽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에서 이동활동이 고점에 도달했으나, 최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늘어나는 등 가솔린 수요도 하향 조정될 것으로 예상했다.
(왼쪽 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SK이노베이션 오클라호마 광구·GS칼텍스 여수공장·에쓰오일 RUC·현대오일뱅크 고도화 시설/사진=각 사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에 맞춰 수익성 확대를 위해 감압잔사유탈황설비(VRDS), VLSFO 생산공정, 잔사유고도화시설(RUC) 등에 투자한 것도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는 선박 연료유의 황함유량을 0.5% 이하로 규제하는 것으로, 이를 충족하는 방법으로는 △고유황유를 저유황유로 대체 △액화천연가스(LNG) 추진선 △스크러버 장착 등이 있다.
그러나 저유황유를 고유황유에 맞춰 설계된 엔진에 투입할 경우 고장이 발생하는 등 현장에서 애로를 표하는 등 단기간 내 수요처를 늘리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남미산 초중질원유 등 가격이 낮은 원료 사용량을 늘리는 방식으로 난관을 돌파한다는 전략을 펴고 있다. 현재 두바이유 보다 7~8달러 가량 가격이 저렴할 뿐더러 시간이 갈수록 중동산 원유 보다 경제성을 확보하기 용이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현대오일뱅크는 남미산 초중질원유 투입 비중을 33%까지 끌어올리면서 올 2분기 정유4사 중 유일하게 흑자를 거두는데 성공했으며, SK이노베이션도 4분기부터 이 유종을 정제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내년에도 글로벌 원유 수요가 지난해 수준을 회복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으나, 상반기 각국이 유조선을 띄울만큼 넘쳤던 원유재고가 축소되는 등 수급밸런스 자체는 개선될 공산이 있다"면서도 "고부가제품인 항공유 수요가 늘어나지 않는 것이 걸림돌"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