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일본의 스가 요시히데 총리가 실용주의자로 평가받고 있는 이유는 개각에서 드러난 파벌을 뛰어넘는 전문성 중시에서 엿볼 수 있다. 자민당 총재 선출에서 경쟁자였던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 파에서 다무라 노리히사 전 후생상을 새로운 후생노동상으로 등용했고, 신설되는 디지털상에 기시다 후미오 전 정조회장 파에서 히라이 다쿠야 전 과학기술상을 발탁한 것이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는 “스가 총리가 내년 9월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잔여 임기 동안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코로나19 대응 성공과 경제 활성화를 위한 것으로 코로나 대응에 앞장설 후생상과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전자정부를 구현할 디지털상에 전문가를 기용하는 차별화를 보였다”고 평했다.
“이는 아베 전 총리와 분명 차별화되는 측면으로 이념보다 현실을 중시하는 스가 총리가 경제 활성화를 위해 중국은 물론 한국과 관계 개선을 추진할 것”이라고 호사카 교수는 관측했다. 그는 스가 총리의 첫 기자회견 내용을 근거로 설명했다.
호사카 교수는 “스가 총리가 첫 기자회견에서 내년 도쿄올림픽 때 6000만명의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목표로 삼았다”며 “이는 중국인 관광객를 겨냥한 것으로 수출규제 조치로 대폭 줄어든 한국인 관광객 유치 또한 염두에 두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본에서 중국인 못지 않게 한국인 관광객이 아쉬운 이유는 홋카이도나 대마도, 큐슈엔 한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영업하는 일본인들이 많은데 수출규제 이후 대응 차원에서 한국인 관광객이 대폭 줄어들어 관광산업이 어렵게 됐다”고 덧붙였다.
또 호사카 교수는 “스가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전자정부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디지털상을 신설했고, IT산업 담당 경험이 있는 히라이 다쿠야전 과학기술상을 발탁했다”며 “IT에서 앞선 한국정부가 협력할 여지를 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한일관계 개선의 모멘텀으로 삼아볼 구상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와 같은 스가 총리의 실용적이고 전향적인 가능성을 풍기는 내각 구성은 아베 정권에선 기대하기 힘든 것”이었다고 호사카 교수는 단언했다. “알다시피 아베 전 총리를 지지한 일본 내 ‘극우’ 세력은 ‘혐한’ ‘혐중’ 성향이 강했고, 특히 외교와 경제 문제에서 이념이 강조될 수밖에 없었다”는 지적이다.
호사카 교수는 “같은 자민당 내에도 극우 세력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번에 스가 총리를 지지했던 니카이 도시히로 간사장은 친중파이자 친한파로 분류된다”며 “아베 전 총리가 한때 니카이 간사장을 기시다 전 정조회장으로 교체하려고 시도했을 정도로 아베 전 총리와 니카이 간사장은 다른 부류”라고 설명했다.
즉 “스가 총리의 실용적이면서도 조화로운 성향은 아베 전 총리보다 니카이 간사장에 가깝고, 따라서 니카이 간사장과 스가 총리가 지향하는 것은 경제 발전이며, 경제 발전을 위해선 수출규제 조치와 같은 무리수를 두기보다 중국을 비롯해 한국과 조화로운 관계를 도모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자민당 총재./자민당 홈페이지
그런데 이렇게 새로운 시대를 암시한 스가 정권의 첫 발걸음에 기시 노부오 방위상 임명은 상당히 이질적이어서 스가 정권의 아킬레스건이 될 것이라고 호사카 교수는 내다봤다. 기시 방위상은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친동생이다.
대개 7선 이상 의원 가운데 장관을 임명하는 관례를 무시하고 고작 3선 의원인 기시 방위상 발탁에 아베 전 총리의 입김이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기시 방위상은 친 대만파로 분류된다. 중의원 시절부터 일본과 대만 국회의원모임의 간사장을 지냈고, 지난 7월 대만 첫 직선제 총통 리덩후이가 타계하자 직접 대만에 가서 조문하고, 차이잉원 총통과 면담했다.
이런 인물이 방위상에 임명된 것은 아베 전 총리의 마지막 기자회견에서 밝혀진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 추진을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호사카 교수는 “아베 전 총리의 발표는 오키나와에 중국을 겨냥하는 미사일 기지를 만들겠다는 미일 간 약속을 이행하겠다는 것”이라며 “기시 방위상 임명은 트럼프 행정부를 배려한 인사로 보이고, 미국과 일본, 대만을 연결하는 방위계획을 내비치는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실제로 중국도 기시 방위상의 등장을 경계하고 나섰다. 중국 외교부의 왕원빈 대변인은 성명을 내고 “기시 방위상의 취임을 축하한다”면서도 “일본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준수해 대만과의 공식적인 교류를 하지 말기를 바란다”라고 경고했다. 호사카 교수는 “니카이 간사장의 활약으로 기대감이 높아졌던 중국이 상당히 불편한 기색을 내비친 것”이라고 말했다.
호사카 교수는 “미중 간 갈등이 심화될수록 한국정부가 동맹인 미국과 경제적으로 밀접한 중국 사이에서 겪어야 하는 딜레마가 일본에서도 나타나게 됐다”며 “스가 정권 탄생 과정에서 얽히고 설킨 일본 특유의 파벌 정치의 중심이 아베 전 총리에 쏠릴 경우 스가 정권의 전향성을 발목 잡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