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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사흘째 '공동조사' 제안, 북 어떤 선택?

2020-09-28 16:11 | 김소정 부장 | sojung510@gmail.com
[미디어펜=김소정 기자]해양수산부 소속 어업지도원 선원이 북측 해상에서 사살된 것과 관련해 청와대가 27일 남북 공동조사를 공식 요구했다. 청와대는 전날 북측도 추가 조사를 해달라고 요구하면서 필요하면 공동조사를 요청하겠다고 했다가 바로 다음날 군통신선 재가동까지 요청하면서 적극적으로 나왔다. 

더구나 청와대의 공식 공동조사 요청은 북한이 같은 날 오전 조선중앙통신 보도를 통해 ‘자체 수색’ 입장을 분명히 한 다음에 이뤄졌다. 북측은 “남측이 수색작전을 벌이면서 우리 영해를 침범하지 말라”고 주장하며 “시신을 습득할 경우 남측에 넘겨줄 절차와 방법까지 생각해두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민간인을 사살한데다 시체 소각 의혹까지 나와 우리정부로부터 ‘만행’ 비판을 받고 세계의 이목이 쏠린 이번 사건을 북한이 남북 공동조사로 매듭지을지 아니면 끝내 무시하는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26일 미국의소리 방송 질문에 “한국 민간인이 한반도 해역에서 사망한 사건의 투명한 조사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28일 북한은 일단 우리측의 요구에 응답하지 않고 있다. 이날 오전 국방부 브리핑에 따르면 이 시간까지 북측은 군통신선 복구도 하지 않았다. 청와대는 28일 공동조사를 요구한지 하루밖에 안 지났으니 좀 더 기다려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수석‧보좌관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다시 한번 “군통신선을 복구해 소통하자”며 “이번 사건을 풀어나가는 것부터 대화‧협력의 물꼬를 트자”고 말했다.

청와대가 남북 공동조사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북한이 우리가 진상규명을 요청한지 하루만에 즉각 통지문을 보내 자신들이 파악한 사건 경위를 전하면서 김정은 위원장의 미안한 마음까지 언급한 것을 평가하고, 표면적으로 남북 간 해빙 기류로 삼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무응답보다 대화 여지가 생긴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소연평도에서 실종된 공무원이 23일 북측 해상에서 표류하다 북한군의 총격을 받고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 공무원이 피격된 것으로 추정된 황해도 등산곶 해안이 보이는 우리 영해에서 해군 함정이 경비하고 있다. 정면에 보이는 해안이 등산곶 인근 해안이다./연합뉴스


하지만 청와대는 남북 간 발표 결과에 차이가 있으니까 공동조사를 요구한다고 했지만 이 차이 때문에 북한이 공동조사에 응하지 않을 가능성도 높다. 당초 북측 해상에서 사살된 우리국민이 ‘월북’했고, ‘시신 훼손’을 당했다고 밝혔던 정부는 이날에도 같은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정부의 판단이 사실이라면 북한은 난민을 사살해 국제법을 어긴 것에 해당된다.  
 
국제법에선 북한의 만행을 비인도적 행위로 금지하고 있다. 유엔해양법 협약(제98조)은 모든 국가는 자국 선박에 심각한 위협이 되지 않는 한 “바다에서 조난 위험에 빠진 어떤 인명에도 도움을 제공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곤경에 처한 사람에게는 가능한 즉각적인 구조를 진행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일단 인명은 구한 뒤 인근 국가에서 입국을 허용할지 말지를 정하라는 취지이다.

현재 북한은 25일 대남 통지문과 27일 조중통 보도 형식의 대남 경고를 통해 A씨에 대한 사살은 자신들의 규정에 따른 것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미스러운 사건이므로 사건의 전말을 조사 통보했고, 필요한 안전대책을 보강했으며, 시신 인도 절차와 방법까지 생각했다고 말했다. 여기에 북한이 김 위원장의 사과까지 언급한 것은 국제사회의 시선을 의식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동시에 남한에 대해서는 이 정도로 했으니 더 이상 압박하지 말라는 말도 된다. 이번에도 비상 방역규정에 따라 부유물을 소각했다는 북한이 코로나19 상황에서 남측과 대면해 공동조사를 벌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 또 10월 10일 당 창건 75주년을 준비하는 북한이 남북 공동조사를 위해 당의 책임있는 대표단을 꾸릴 여력도 안돼 보인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의 대남 경고는 앞으로 진상규명을 위한 추가적 공동조사 등이 쉽지 않음을 예고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면서 “북한은 남북 간 신뢰와 존중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나름대로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의 진상조사와 재발방지조치, 그리고 최고지도자의 높은 수준의 사과표명 등 최대한의 조치를 취했기 때문에 더는 압박하지 말라는 경고의 메시지 의미가 더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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