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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가, 12월 방한할까? 수출규제 해결 실마리

2020-10-03 15:54 | 김소정 부장 | sojung510@gmail.com
[미디어펜=김소정 기자]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는 아베 전 총리와 달리 징용 배상과 수출규제 문제를 분리시킬 가능성이 있으며, 오는 12월 서울에서 열릴 한중일 정상회담에 스가 총리가 직접 참석하기 위해 서울을 방문할지 여부로 확인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는 2일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최근 스가 총리의 유엔총회 연설 내용을 토대로 이같이 분석하며 “10월 초 미국, 일본, 호주, 인도로 구성된 이른바 ‘쿼드’ 4개국의 외교장관들이 일본에 모이면서 한중일 정상회담도 대면 회의로 열 수 있는 선례가 된 만큼 스가 총리의 서울 방문 여부가 한일관계의 미래를 판가름하게 됐다”고 말했다.
 
호사카 교수는 “스가 총리가 외교 문제에선 아베 정권을 계승하겠다고 했지만 이번에 국제사회를 향해 메시지를 내면서 차별성도 보였다”며 “다자주의를 강조했고, 중국과 관계 회복에 공을 들이는 모양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김정은 위원장과 조건없이 만나겠다고 한 점도 주목된다”고 분석했다.

이어 “스가 총리가 제시한 다자주의와 북일 대화 강조, 도쿄올림픽 성공과 코로나19 대응 노력 등은 모두 중국은 물론 한국정부와 협력하면 더 성과를 낼 수 있는 과제”라며 “다만 오는 1월로 예정된 징용기업의 압류 자산 현금화 여부가 관건이 될 것으로 한일 정부간 물밑 접촉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스가 총리는 지난 24일 문재인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한 뒤 관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징용 판결 문제를 언급했다. 그는 언론을 향해 “코로나19 문제를 비롯해 여러 과제를 문 대통령과 함께 해나가고 했다”면서 “징용 배상 문제를 비롯해 엄중한 한일관계를 이대로 방치해선 안 된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스가 총리는 아베 정권과 달리 징용 배상 판결 문제 하나만으로 한일관계를 몰아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고, 징용 배상은 향후 풀어야 할 과제로 관리해나가면서 한일 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개선시킬 여지가 있지만 역시 일본기업의 자산 현금화 문제부터 풀어야 한다”고 호사카 교수는 진단했다. 

호사카 교수는 한국이 일본과 물밑 조율에 적극 나서야 하는 이유로 “스가 총리는 아베 전 총리와 달리 사전 교섭 및 물밑 접촉을 선호하는 20세기 외교 스타일을 지향한다”면서 “아베 전 총리가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라면 스가 총리에게는 안 보이는 부분이 많이 있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오른쪽), 장현경 제작 일러스트./연합뉴스


또 스가 총리가 한국과 물밑 조율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이유로 최근 미국 의회에서 나온 한일관계와 관련한 보고서를 들어 “미국은 지난 1년간 나빠진 한일관계가 미국의 안보에 위협이 됐다고 보고 있고, 이는 일본에 압박이 된다. 스가 정권이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한일 간 물밑조율이 실패로 끝나 일본 징용기업의 자산 현금화가 현실로 이뤄질 경우 일본 내에서 ‘스가 외교 실패’라는 야당의 공세가 시작될 것이고 여론도 나빠질 것이므로 스가 총리 입장에서 무리해서 한국에 올 이유가 없어지고, 한일 관계는 다시 대결 국면으로 갈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호사카 교수는 또 스가 정권의 경우 아베 정권과 달리 친중‧친한 정책을 펼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으므로 한국정부도 대일 외교정책에 유연성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내놓았다. 그는 이런 분석의 배경으로 스가 총리의 개각과 관련해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이 불만을 토로했던 사실, 아베 정권의 정책을 좌우해온 이마이 타카야 총리 보좌관의 경질 사실을 소개했다. 

아소 부총리의 불만은 니카이 자민당 간사장 파로 이번에 총무상에 임명된 다케다 료타 장관에서 비롯됐는데 두 사람은 같은 지역구의 경쟁 상대라고 한다. 권력이 막강한 총무상에 아소 부총리의 정적인 다케다 장관을 임명한 것은 사실상 ‘아베-아소 라인’을 후퇴시키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를 고안하는 등 아베 전 총리의 정책을 사실상 주물러온 이마이 보좌관을 스가 총리가 아무런 실권이 없는 비상임 자문위원으로 임명했고, 나머지 아베 전 총리의 보좌관 및 비서관 4명은 아예 자리를 박탈시킨 결과 자민당 내에서 ‘아베-아소 라인’이 밀렸다는 말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호사카 교수는 “니카이 자민당 간사장과 스가 총리가 친중‧친한 정책을 펼 수 있는 이유는 이념이 아니라 실용을 따르는 두 사람의 입장에선 경제 회복을 위해 내년 도쿄올림픽의 성공과 2030년까지 6000만명의 외국인 관광객 유치가 최대 목표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아베 총리가 친구들을 보좌관과 비서관에 앉혀놓고 지나치게 의존하는 바람에 경제정책과 코로나 대응에서 실패해 ‘관저 관료’라는 비난을 들었기 때문”이다. 

호사카 교수는 “아베 전 총리의 친동생인 기시 노부오를 방위상에 임명하는 것으로 아베 라인에 대해 성의를 보였지만 기시 방위상에 대해 미국 조야에서도 ‘풋내기’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가 '친 대만' 성향이라는 이유로 일각에서 앞으로 일본정부가 수출 파트너를 한국이 아닌 대만으로 바꿀 우려도 관측됐으나 스가 정권에서 기시 방위상의 독자 행보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스가 정권은 아베 정권과 달리 이념에 치우치지 않고, 그래서 역사 문제와 미래 협력을 투트랙으로 갈 수 있는 여지가 있어보인다. 여기에 경제 회복을 위해 한국인과 중국인 관광객 유치에 적극 나서야 하는 입장인데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해서도 주변 국가의 협력을 말하고 있다. 그런 만큼 한국정부도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지혜를 모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 호사카 교수의 지적이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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