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태우·백지현·나광호 기자]21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미디어펜 주최로 열린 2020 창간 9주년 기념 포럼 '코로나 시대, 한국경제 뉴노멀의 길을 묻다'가 진행됐다.
이날 강영철 한양대학교 특임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토론에서는 양준석 한국규제학회 부회장,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이 패널로 참석한 가운데 △규제개혁 거버넌스에 대한 생각 △규제개혁의 아젠다 방향성 △컨트롤 타워 존재 유무와 역할 등을 둘러싸고 열띤 논쟁을 벌였다.
(왼쪽부터)양준석 한국규제학회 부회장,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 강영철 한양대학교 특임교수,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이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강영철 교수는 "한국의 시장경제 규제가 높은 편"이라며 "22년 전 OECD 회원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시기부터 시장경제 규제 상위 톱5에 들어가 있던 한국은 지금도 여전히 톱5에 랭크돼 있다. 지난 20여년 동안 시장경제 촉진을 위해 우리가 노력한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강 교수는 "기업가 정신을 고취하고 살아 움직이는 시장을 만들어야하는 상황에서 규제는 갑을 관계로 시장을 평가하고 갑이 저지를 규제를 사전에 방어하는 모습을 띄는 것이 국내 규제의 흐름"이라며 "1회성의 나쁜예로 전체를 규제하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전했다.
양준석 한국규제학회 부회장은 '문재인 정부의 규제개혁 어젠다'와 관련해 "실망한 적이 많았다. 특히 문재인 정부 취임 후 2년 동안은 이에 대해 거의 신경을 쓰지 않았다"면서 "일단 뉴스에서 이슈가 되는 몇몇 분야에 규제개혁이 추진되긴 했지만 나머지 산업에 대해서는 사실상 전무하다"고 말했다.
이어 "가령 '기존 규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다루겠는가', 또는 '4년의 샌드박스 유효기간이 끝나면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고 덧붙였다.
양 부회장은 규제개혁에 대한 방아쇠 역할로 '규제 샌드박스' 성공사례를 들면서 "규제개혁이 국가경제와 국민생활에도 큰 도움이 된다는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이같은 성공사례를 널리 알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규제개혁과 관련해 교육개혁이나, 경제구조를 통해 변화시키려면 시간이 걸리는 문제이기 때문이 쉽지 않다"면서 "그러나 샌드박스의 성공사례를 통해 '규제를 완화시켰더니 발전을 했다'는 사례 등이 나오면 방아쇠 역할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양 부회장은 "정부와 국회가 규제개혁에 선제적으로 나서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기 때문에 냉소적으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공포심'을 줘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면서도 "그러나 그렇게 하기엔 너무 늦는다"고 강조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 "지난 20여년간 규제개혁이라는 말을 귀가 따갑도록 들었고, 그동안 정부들이 이를 국정과제에 포함시켰으나, 실제적인 성과는 부족했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주 실장은 "정치성향을 막론하고 규제개혁을 설파하지만 우선순위는 아닌 것 같다"며 "기업의 입장에서 규제개혁은 이익과 직결되는 중요한 이슈지만 국정과제의 관점에서는 하나의 이슈에 불과하기 때문"라고 분석했다.
특히 "최근 10년간 국회에서 만들어진 규제가 연간 1000여건, 행정부를 포함하면 2000건에 달한다"면서 "얼마나 많은 법안을 만들었냐가 의원평가의 중요한 요소로 떠오르고 정부부처로서도 규제를 철폐할 유인도 없다는 것이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환경·노동을 비롯한 이슈가 부상하면서 규제가 늘어난 것을 볼 때 기업들도 개별 단위에서 건의를 하는 것보다는 협회·단체 등이 힘을 합쳐 한 목소리를 내고, 국민·언론·시민단체 등에 규제개혁의 필요성을 홍보하고 설득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어 "우리 중화학공업을 부흥시킨 정신이 '하면 된다'였는데 21세기 들어 반도체 분야를 제외하면 이같은 시도가 어렵게 됐다"며 "신시장에 대한 규제가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라고 질타했다.
조경엽 실장은 "경영학의 대가 피터 드러커는 한국의 기업가 정신이 세계에서 가장 높다고 평가했지만, 최근에는 정부의 각종 규제에 묶여 기업가 정신이 크게 쇠퇴했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6·25 전쟁 이후 60년이 지나는 동안 한국 경제는 1인당 국민총생산(GDP)만 해도 67달러에서 2만4000달러로 358배나 늘어나는 등 세계 최고의 압축 성장을 기록했다.
이를 두고 조 실장은 "무에서 유를 창조한 기업가들이 있었기에 세계 10대 경제 강국에 들 수 있었다"며 "기업가는 무엇을 얼마나 생산하고 누굴 고용할지 또 얼마나 투자할지 결정하기 때문에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조 실장은 "하지만 최근 우리나라는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 대기업으로 성장하기를 회피하는 분위기가 짙다"고 꼬집었다. 중소기업에 대한 국민들의 동정과 정부의 많은 혜택 그리고 대기업으로 성장했을 때 옥죄는 규제 등으로 이러한 기업가 정신이 크게 떨어졌다고 보는 것이다.
기업 관련 법규 강화도 이러한 분위기에 힘을 보탰다. 실제로 현 정부 들어 새롭게 만들어진 규제는 총 8600개로 역대 최대를 기록하고 있다.
조 실장은 "기업 규제 관련 법 중 200여 개가 전부 최고경영자(CEO)와 연결이 되어 있다"면서 "이러한 상황 속에서 기업들은 해외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태우·백지현·나광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