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견희 기자]독감 백신을 맞은 이후 숨진 사람이 22일 정오까지 16명으로 늘어나면서 국민들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아직까지 사망자와 독감 백신 간의 뚜렷한 인과관계가 밝혀지지 않고 있어 '백신 포비아'는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 16일 인천에서 첫 사망자가 발생한 이후 전국 각지에서 총 16명이 독감 백신을 접종한 뒤 사망했다는 보고가 나왔다.
전날까지 사망자는 10명에 불과했지만 이날 대전과 성주, 창원, 순천, 임실, 인천 등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첫 사망자인 10대 남성을 제외하고는 모두 70대 이상 고령자에 속한다.
이들이 맞은 독감 백신은 한국백신의 '코박스인플루4가PF주', SK바이오사이언스의 '스카이셀플루4가' 등인 것으로 확인됐다. 또 사망자가 맞은 백신에서 백색 입자가 발견되거나 유통 과정에서 문제가 생긴 물량이 아닌 것으로 파악되면서 인과관계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독감 백신을 접종한 이후 사망신고가 이뤄진 분들은 백신 접종과 무관한 사안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질병청은 급성 과민반응인 아나필락시스 가능성을 의심했던 2명의 사망자도 아나필락시스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했다.
2009년 이후 10년간 독감 백신을 접종한 이후 사망한 사례는 모두 25건으로 보고 됐다. 100만명에 1명꼴로 급성 쇼크와 같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말이다. 이러한 기준으로 본다면 올해 1300만명 백신 접종자 중 13명 정도 부작용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는데, 이미 이 수치를 넘겼다. 올해 들어 유독 독감 백신 접종 사망자가 많이 나온다는 지적이 따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질병청에서 뚜렷한 원인을 내놓지 못하자 일각에서는 다양한 의견도 제기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독감 백신 내 톡신이나 균이 사망의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신종플루백신 개발자 충남대 서상희 교수의 자문 결과 독감 바이러스를 유정란에 넣어 배양시킬 때 유정란 내 톡신(독성)이 기준치 이상 존재할 경우 사망에 이르게 하는 쇼크를 발생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질병청은 이중 삼중으로 독성과 무균검사를 거쳐 확인하기 때문에 가능성이 없다고 일축했다. 백신 생산 업체 입장도 마찬가지다. 유정란 개발 방식이 아닌 세포주 방식으로 개발한 스카이셀플루를 접종자에서도 사망 사례가 나와 비단 유정란 배양 방식의 문제로 한정 짓기는 힘들다는 입장이다.
독감 백신 생산 업체 관계자는 "독감 백신을 제조, 생산할 때는 전 물량을 모두 자체적으로 무균시험을 거치게 된다"며 "따라서 백신 톡신 함량 기준치 초과 문제일 가능성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19 감염증 여파로 독감 백신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면서 독감 백신 사망 의심 신고가 많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감 백신을 접종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독감 백신은 죽어있는 바이러스를 넣는 사백신이기 때문에 접종을 했을 때 실보다 득이 많다고 설명했다. 다만 미열이 있거나 신체 컨디션이 저조할 경우 접종을 미뤄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 접종 이후에는 과도한 신체활동과 스트레스를 피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단 예방접종을 피해야하는 사람도 있다. 과거 독감 백신에 심각한 부작용을 앓았던 사람이나 생후 6개월 이하 영아 등이다. 백신 부작용으로는 접종 부위의 발적과 고열, 아나필락스, 길랭・바레 증후군(말초신경질환) 등이 있다. 특히 백신 접종 직후 나타나는 이상반응 여부를 유심히 관찰하고 빠른 시간 내 접종한 병원에서 대처를 받는 게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접종 시기는 독감 유행철인 11월부터 이듬해 5월을 대비해 사전에 할 것을 권고한다. 통상적으로 접종 이후 2주가 지나야 항체가 형성되기 때문에 10월 중에는 접종을 마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항체 유지기간은 약 6개월 남짓이다.
[미디어펜=김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