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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희 버티기? 퇴진?…“한국 명성 관리할 때”

2020-10-29 17:28 | 김소정 부장 | sojung510@gmail.com
[미디어펜=김소정 기자]차기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선출을 위한 결선 라운드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응고지 오콘조이웰라 나이지리아 후보가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보다 더 많은 득표를 했다고 WTO가 28일(현지시간) 발표했다. 

하지만 유명희 본부장과 오콘조-이웰라 후보의 득표 수가 공개되지 않았다. 여기에 WTO에서 영향력이 큰 미국이 유명희 본부장을 지지한다고 공식 선언한 상태이다. 이 때문에 유 본부장이 지금 후보직을 사퇴할지, 아니면 마지막 절차인 회원국 협의까지 버틸지 갈림길에 섰다.

WTO는 164개국 회원국의 컨센서스(의견일치)를 통해 사무총장을 선출해왔으며, 만약 미국이 오콘조이웰라 후보를 비토하면 사무총장 선출이 지연될 수 있다. 예정대로라면 WTO 일반이사회 의장이 컨센서스 도출 과정을 거쳐 최종 결정한 차가 사무총장을 오는 11월9일 특별 일반이사회에서 승인하게 된다.

오콘조이웰라 후보는 자체 투표권이 없는 유럽연합을 제외한 총 163개국 회원국 중 104개 국의 지지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WTO는 한국정부에 오콘조-이웰라 후보가 더 많은 득표를 했다고 통보하면서도 구체적인 숫자는 알려주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정부는 이번 판세를 분석하고 회원국의 동향을 살피면서 향후 방침을 정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이미 대세가 기울었다면 WTO의 관행을 존중하면서도 후유증이 없도록 하는 것이 한국외교에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엄연히 컨센서스 절차가 있는 만큼 아직까지 상황을 변경시킬 요소가 있다면 너무 일찍 포기 선언을 할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

특히 유명희 본부장을 지지한 미 행정부와 최종 결정을 협의할 필요도 있다. WTO에서 미국과 대척점에 서 있는 중국이 오콘조이웰라 후보 편을 든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자칫 WTO 사무총장 선임을 놓고 미국과 중국이 한판 대결을 벌이는 구도로 비쳐질 수 있다.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7월 16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 WTO 본부에서 사무총장 후보자 정견 발표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29일 외교부 당국자는 정부의 후속 조치와 관련해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면서 “WTO 사무총장 선출 절차 및 각국의 선호도 등을 종합적으로 결정해서 우리 입장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이어 “사무총장 선거에서 각국의 선호도는 알리지 않고 있다. 따라서 일부 외신 등을 통해 보도되는 숫자(오콘조이웰라 후보가 알린 자신의 득표수)는 일부의 주장”이라며 “사무총장 선거에서 각국 선호를 알리지 않고 있다. 따라서 그를 바탕으로 예단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날 청와대 관계자도 “WTO 선거 절차상 선호도 조사 결과는 공개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고, 나이지리아 후보의 구체적인 득표수가 언급돼 있는 내‧외신 일부 보도는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WTO는 개인별 득표수를 공개하지 않는다”면서 “그리고 곧 선호도 조사 결과가 곧 결론은 아니다. 아직 특별이사회 공식 절차가 남아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유 본부장의 WTO 사무총장 선출을 위해 문재인 대통령이 약 90개국 정상에 전화와 친서를 보내는 등 정부 차원의 총력전이 있었다. 하지만 이미 선진국 반열에 오른 우리나라가 정확한 판세 분석 이후에는 상황을 반전시키려는 노력보다 WTO 관행과 안정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아름다운 퇴진을 진행하는 것이 좋다는 전문가의 조언도 나왔다.

왕선택 ‘여시재’ 정책위원(전 YTN 통일외교 전문기자)은 29일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WTO 이사회 의장이 선호도 조사 결과를 발표한 상황에서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한국의 국제사회 명성 관리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며 “WTO 관행 존중과 새로운 지도부의 안정적인 출범을 위해 아름답고 감동적인 퇴진을 진행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은 최근 수년동안 국제사회 주요 직위나 이벤트 경쟁에서 악착같은 운동으로 승리의 기쁨을 여러 차례 느꼈다”며 “그러나 이미 선진국 반열에 오른 나라가 과도하게 자기 국가의 명예만 생각한다는 비판도 받는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이번에 아름다운 퇴진은 한국외교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왕 정책위원은 “다만 미국이 자국의 외교 정책이나 전략 차원에서 유명희 후보가 버티는 것을 선호한다면 우선적으로 협조해야 한다고 본다”면서 “그러나 끝까지 버티는 것은 현명하지 않고 미국과의 특별한 관계를 확인하는 수준에서 버티고 이후에는 미국을 설득한 다음 아름다운 퇴진을 추진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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