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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당선에 침묵 길어지는 북, 도발 가능성은

2020-11-10 17:07 | 김소정 부장 | sojung510@gmail.com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한이 미국 대통령선거 결과가 나온 지 사흘째인 10일에도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당선 사실을 보도하지 않고 있다. 북한은 그동안 미 대선 이후 번번이 새 행정부의 관심을 끌기 위해 전략적 도발을 해왔다. 북한의 침묵이 길어지는 것은 복잡한 셈법에 고심 중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북한의 그동안 미 대선 결과가 나오면 어떤 형태든 보도를 하거나 반응을 보여왔다. 2012년 11월 7일 당시 공화당 밋 롬니 대선 후보가 패배를 인정하자 3일 뒤인 11일자 노동신문에서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의 재선 사실을 단신 보도했다. 2016년 11월 8일 대선에선 다음날인 9일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패배를 인정한 뒤 다음날 10일자 노동신문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전략적 인내’ 실패를 주장한 적도 있다. 

하지만 이번에 북한이 아직 공식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은 미 대선에서 바이든 후보가 사실상 당선됐는데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승복하지 않고 있는 것과 관련이 있어보인다. 이번 대선 이전부터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간 친분을 과시해 사실상 힘을 실어준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은 지난 7월10일 담화를 내고 “김정은 위원장 동지는 트럼프 대통령의 사업에서 반드시 좋은 성과가 있기를 기원한다”고 노골적으로 밝혔다. 그런 한편 김 1부부장은 당시 협상 재개 조건 및 비핵화 조건을 구체적으로 열거해 누가 됐든 차기 미 행정부까지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일단 국내외 전문가들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등 무력 도발 가능성을 예측했다. 자유아시아방송에 따르면, 마커스 갈로스카스 전 국가정보국(DNI) 북한정보담당관은 북한이 내년 초 다탄두 재돌입 탄도비행체를 탑재한 ICBM을 시험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북한이 지난 10월10일 노동당 창건기념 열병식에서 선보인 신형 ICBM의 시험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마크 피츠패트릭 전 국무부 비확산담당 부차관보는 “바이든 당선자가 대통령에 취임하면 북핵 문제 해결의 시급성과 중요성을 인정할 것이지만 코로나19 해결 등 미국 내 문제를 최우선 순위로 둘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북한이 핵문제가 뒷전으로 밀렸다고 생각해 도발에 나설까 우려된다”고 했다.

신범철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도 “미 행정부에서 북한 문제가 우선순위에서 떨어지면 북한이 전략 도발할 수 있다. 새 행정부 출범 초기, 내년 상반기에 북한이 ICBM을 시험발사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럴 경우 협상 재개가 더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으므로 바이든 행정부가 북미대화 때 선택할 방식으로 보이는 바텀업의 한계를 문재인정부가 빨리 풀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주재로 지난 8월 19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6차 전원회의가 열리고 있다./평양 노동신문=뉴스1


북한의 무력 도발을 전망하는 이유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북한이 북미 간 협상 공백기를 줄이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새 행정부의 구성이 마무리되기까지 길게는 8개월도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이 이르면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 직후 도발하거나 혹은 내년 3월 한미군사훈련이 개최될 때 도발할 수 있다.

최근만 살펴봐도 2008년 11월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당선되자 이듬해인 2009년 4월 장거리미사일 ‘광명성 2호’를 발사했다. 그해 5월엔 2차 핵실험도 했다. 2012년 11월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하자 한달 뒤인 12월 장거리미사일 ‘광명성 3호’를 발사했다. 오바마 2기 출범 직후인 2013년 2월 3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트럼프 행정부 탄생 직전인 2016년 9월엔 5차 핵실험을 했고, 트럼프 대통령 임기 첫해인 2017년 6차 핵실험과 미 본토 타격이 가능한 ICBM을 연이어 발사했다.

다만 경제 제재가 여전히 이어지는 상황인데다 북한이 코로나 치료제나 백신을 남한을 비롯한 외부에서 지원받아야 하는 과제도 있고, 트럼프 행정부와 지난 3년간 대화를 이어온 경험이 쌓인 만큼 북한이 미 행정부가 바뀌었다고 해서 반드시 무력 도발에 나서지 않을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와 있다. 도발 시 바이든 행정부의 강경 정책 시행은 불 보듯 뻔하다. 

최근 정부 고위당국자는 미 대선 이후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대해 “과거에 그런 사례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대표적으로 오바마 전 대통령의 핵 없는 날 선언 때 핵실험이 이뤄졌다”며 “하지만 이런 북한의 도발이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왔다는 것을 북한도 검토하고 행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 대선이 끝났으므로 북한이 어떤 판단을 시작할 것으로 본다. 하지만 실제 어떤 판단을 할지 문제는 우리가 하기 나름”이라면서 “(이제) 평화적인 대화를 통해 북미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있다. 북한이 반드시 도발할 것이라고 단정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아직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기조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이 내년 1월에 열리는 제8차 당대회에서도 구체적으로 새로운 대미 전략과 정책을 밝히기는 쉽지 않아 보이는 만큼 성급하게 도발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문가의 관측도 나와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의 지난 미 대선 시기에 맞춘 도발은 후계자 김정은 위원장의 권력 장악을 위한 시간에 이뤄졌다”며 “지금 북한이 전략 도발할 요인이 별로 없다. 남북 간 대결 상태도 아니고, 중국과의 관계도 좋고, 특히 북한이 전략 도발하면 북한이 먼저 6.12 공동성명을 파괴하는 것이 된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또 “비록 트럼프 행정부 때 일이지만 북미 간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합의가 있고, 바이든 행정부가 이 합의를 먼저 깨지 않는 한 북한이 핵‧미사일과 관련된 고강도 전략 도발은 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북한의 아픈 추억인 ‘전략적 인내’를 스스로 초래하는 꼴이 되기 때문에 북한이 먼저 도발할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한다”고 덧붙였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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