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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 노트4·애플 아이폰6·디아블로3에 열광하는 이유는?

2014-12-09 10:29 | 김규태 차장 | suslater53@gmail.com
자본주의 시장경제 원리를 이야기와 그림으로 쉽고 재미있게 배우면서, 누구나 마스터할 수 있는 책이 나왔다. 전경련의 출판자회사인 FKI미디어(www.fkimedia.co.kr)가 시장경제의 핵심 원리를 일상생활과 역사 속 사례들로 재미있게 풀어쓴 ‘스토리 시장경제 시리즈’를 출간했다. 시장경제를 이해하는 가장 기본적인 개념부터 체제, 원리, 정부, 개방, 복지, 기업, 기업가, 노동 등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움직이는 9가지 핵심 요소들을 각 권으로 다루고 있다. 총 9권이 시리즈로 출간될 예정이며 지금까지 6권이 출간됐다. 미디어펜은 시장경제 원리의 이해를 돕기 위해 권당 2편씩의 칼럼을 연재한다.

‘스토리시장경제’ 이야기 (1) - 시장경제란 무엇인가

   
▲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

인간의 욕망과 희소성의 상관관계

14~17세기 유럽에서 황금보다 비싼 보석은 단연 라피스라즐리였다. 청금석이라고도 불리는 라피스라즐리는 당시 울트라마린 색상의 물감을 만드는 원료로 사용되었다. 특히 아프가니스탄 바다흐샨 샤르샤흐 지역에서 생산되는 라피스라즐리는 선명하고 아름다운 색상으로 인기가 높았을 뿐만 아니라 희귀하기까지 하여 더욱 비싼 가격에 거래되었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면 희소성의 가치가 더해지고,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기 마련이다. 그 덕분에 당시 사람들에게 라피스라즐리는 황금이나 다이아몬드 이상으로 사람들에게 희소가치를 지닌 자원이었다.

하지만 18세기 이후 화학산업이 발달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인공적으로 울트라마린 색상의 물감을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저렴한 가격으로 울트라마린 색상의 물감을 생산하게 되자 더는 사람들이 라피스라즐리를 비싸게 살 이유가 없어졌다. 자연히 라피스라즐리의 수요가 급감했고, 여전히 라피스라즐리는 희귀하지만 더는 희소하지 않은 자원이 되었다.

이처럼 희소성이란 굉장히 상대적인 개념이다. 라피스라즐리의 사례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단순히 생산량의 많고 적음으로 희소성의 가치를 따질 수는 없다. 그 이유는 희소성이란 인간의 욕구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가치이기 때문이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물건에 대한 욕심을 갖고 있다. 새로운 물건이 나오면 사고 싶고, 주변 사람이 가진 것이 멋져 보이면 자신도 갖고 싶다는 마음이 생긴다. 욕심이란 인간에게 너무도 당연한 본능이며, 누구나 더 좋은 물건을 갖고 싶어 한다.

   
▲ 삼성전자 갤럭시 노트4, 애플 아이폰6·아이폰6플러스. 모바일 스마트폰은 신제품이 출시될 때마다 고객에게 희소성을 어필하는 마케팅 행사를 벌인다. 삼성전자 갤럭시와 애플 아이폰이 대표적인 예이다. 

예를 들어, 애플의 신제품이 출시될 때를 생각해 보자. 으레 많은 사람이 남들보다 한 발 빠르게 애플의 신제품을 손에 넣기 위해 출시 첫날, 길게 줄을 선다. 극성스러운 사람은 노숙을 마다하지 않을 정도의 열정을 보이기도 한다. 이들에게는 애플의 신제품을 ‘가장 먼저 사용’하는 데에서 희소성의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또 다른 예로, 미국 블리자드사의 게임 <디아블로3> 한정판 발매가 있다. <디아블로3>는 전 세계적으로 인기 높은 게임 시리즈로 <디아블로2> 발매 이후 10년 만에 발매되는 초기대작이었다. 많은 디아블로 팬들이 광분했고, 특히 한정판에만 들어 있는 여러 아이템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그리고 발매 전날부터 500명 이상이 행사장 앞에서 줄을 서는 기염을 토했다. 디아블로 팬들에게 <디아블로3> 한정판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희소성 있는 상품인 까닭이었다.

희소성은 모두가 원하는 만큼 가질 수 없기 때문에 발생한다. 세상에 갖고 싶은 것을 모두 가질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제아무리 부유한 사람이어도 온전한 충족감을 느끼기는 불가능하다. 언제나 더 많은 것을 원하기에 끊임없이 뭔가에 부족함을 느끼고 불만족스러워하게 된다.

사실 인간이 원하는 모든 것을 가질 수 없는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인간의 욕망은 무한하고 현실에 존재하는 자원은 유한하기 때문이다. 유한한 자원으로 무한한 욕심을 충족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지 않은가? 자원의 유한성은 필연적으로 희소성의 문제를 발생시킨다. 그리고 희소성의 문제는 경제문제의 핵심으로 작용한다. 본디 경제란 사람들이 한정된 자원을 누가 어떻게 생산하고 소비하며 분배할지를 해결하는 과정이 아니던가.

사람과 경우에 따라 변하는 희소성

앞서 살펴보았듯 희소성이란 인간의 욕구에 비해, 그 욕구를 충족시키는 공급이 상대적으로 부족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발생한다. 재미있는 점은 사람과 경우에 따라 희소성의 대상과 가치 정도가 달라지는 것이다.

쉬운 예로 물이 있다. 우리는 흔히 물이 희소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적어도 일상생활에서 물은 아주 흔한 자원에 불과하다. 하지만 사막을 통과할 때라면 어떨까? 사막을 지나는 동안 물이 다 떨어졌는데 마침 물을 판매하고 있다면? 필시 백이면 백, 가진 돈을 모두 털어서라도 물을 살 것이다.

사막을 지나는 여행자에게 물은 곧 생명수이고,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중한 재화이기 때문이다. 이는 쉽게 물을 구할 수 없는 사막이라는 지역적 특성이 물의 희소성을 극대화시킨 까닭이다. 즉 상대적인 부족함의 정도에 따라 우리가 느끼는 희소성의 정도가 결정된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다이아몬드는 어떨까? 다이아몬드와 흑연은 동일한 원소로 이루어져 있다. 똑같은 탄소 원자로 구성되었지만, 다이아몬드와 흑연의 가격은 천지 차이다. 어째서 이러한 가격 차이가 발생했을까? 흑연은 검은 빛을 띠는 무른 광물로 어디서든 쉽게 구할 수 있는 자원인 반면, 다이아몬드는 투명하게 빛나는 단단한 광물로 매우 소량만 생산되는 희귀 자원이기 때문이다.

절대적으로 그 수량이 부족하지만 많은 사람이 그 아름다움에 반해 소유하기를 원한다. 그래서 다이아몬드가 크고 투명할수록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같은 다이아몬드라고 해도 작은 다이아몬드보다 큰 다이아몬드가 더 희귀한 까닭이다. 그래서 대다수의 사람이 투명하게 빛나는 크고 아름다운 다이아몬드를 소유하기 위해 어마어마한 돈을 아낌없이 지불하지 않는가.

상대적인 희소성의 사례는 우리나라에서도 찾을 수 있다. 우리나라가 아직 경제성장을 이룩하지 못했을 때 TV는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만 소유할 수 있는 고가품으로, 기껏해야 마을에서 한두 집 정도만이 TV를 들여놓을 수 있었다. 그래서 당시 온 마을 사람들이 TV를 보려고 TV가 있는 집으로 모여드는 진풍경이 벌어지고는 했다.

하지만 요즘은 어떤가? 더는 그런 광경을 찾아볼 수 없다. 대다수 집이 TV를 보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여러 대를 동시 보유한 사람들도 많다. 경제가 급격히 성장하면서 TV산업이 발달한 덕분에 TV가격이 하락하여 누구나 원하면 TV를 소유할 수 있는 시대가 된 덕분이다. 이제 TV는 귀중품이 아니라 생활필수품이고, 예전과 같은 희소성을 상실했다.

   
▲ 이제 TV 시장은 품질과 크기, 고급화, 스마트화 경쟁에 들어가 있다. 디스플레이 시장의 발전 및 모바일의 확대와 더불어 TV 시장의 양상은 과거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은 곡면 OLED TV/LG전자 제공 

후추는 또 어떤가. 과거 후추는 유럽인이 전쟁까지 불사하며 손에 넣기를 강렬하게 열망했던 희소성의 대명사였다. 그런 후추가 오늘날에는 상점만 가면 진열대에서 쉽게 손에 쥘 수 있지 않은가. 이 또한 시대가 바뀌고 경제가 발전하면서 희소성의 문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하며 삶의 질적 향상을 이룬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경제에서 희소성이 중요한 까닭은 희소성의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이 곧 경제발전의 과정이기 때문이리라. TV와 후추가 그랬듯 인간의 욕구는 시대에 따라서 변하기 마련이다. 똑같이 유한한 자원이라도 그때그때 상대적으로 더 수요가 발생하며 희소성이 높아지는 자원이 달라진다.

그리고 그때마다 희소성은 인간 본연의 욕심과 부족함의 해소를 위해 한정된 자원을 가장 효율적으로 분배하는 촉매로 작용한다. 그것이 바로 경제의 핵심이자 성장의 동력이다.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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