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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바이든의 북미대화도 북한 하기 나름

2020-11-12 17:38 | 김소정 부장 | sojung510@gmail.com

김소정 외교안보팀장

[미디어펜=김소정 외교안보팀장]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북미 사이에 언제 다시 핵협상이 시작될 수 있을지 가늠할 수 없게 됐다. 반면, 거의 확실하게 예상할 수 있는 것은 더 이상 톱다운 식 대화는 볼 수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트럼프 행정부 때 북미 간 협상 방식이었던 ‘빅딜’이나 ‘노딜’은 모두 존 볼턴이 주도해온 것으로 볼 수 있다.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이외엔 사실상 북한을 아는 인물이 없었고, 트럼프 대통령은 철저하게 개인적인 선거 전략의 일환으로 북미대화를 진행했다. 그래서 톱다운 방식이 필요했었다.

바이든 시대를 맞아 민주당 행정부가 조기에 북한과 비핵화 협상에 나설지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민주당은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북한 문제를 정책으로 다룰 전망이다. 과거 민주당 정권을 잘 아는 북한이 이를 수용할 수 있을지도 알 수 없지만 그래서 지금이야말로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이 드러날 수 있다. 이에 따라 문재인정부의 중재자 역할도 제대로 발휘될 기회를 맞은 것으로 보인다.
 
북미대화 성사 여부는 바이든 당선인이 내년 1월 20일 취임식을 한 뒤 새 외교‧안보 진용을 꾸리고 대북정책을 구체화하기까지 최소 수개월이 걸릴 수 있는 공백기에 북한의 도발 여부가 첫 번째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국내외 많은 전문가들은 이번에도 북한이 미국의 새 행정부 출범에 맞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등 무력 도발을 한다면 돌이킬 수 없는 패착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대화에 침묵하던 공화당 쪽 강경파들의 본격적인 ‘발목 잡기’가 시작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아무리 바이든 대통령이 북미대화에 의지가 있어도 험난한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 결국 북한은 뼈아픈 경험이었던 ‘오바마 3기’를 맞게 될 것이다. 
 
1994년 빌 클린턴 대통령이 북한의 핵개발 동결 대가로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케도)에 2500만불을 주기로 약속한 제네바합의를 공화당 상원의원들이 절반으로 깎은 것이 비근한 예이다. 제네바합의가 깨진 것은 북한뿐 아니라 미 공화당 쪽의 책임도 있다는 것이다. 이후 부시 행정부 들어 케도는 사실상 무용지물로 전락했다. 

북한이 무력 도발을 하지 않을 경우 바이든 행정부에서 북미대화가 성사될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은 ‘단계적 비핵화 협상 가능성’과 ‘하원에서 종전선언 결의안 지지의 흐름’을 꼽을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 (PG) 장현경 제작 일러스트./연합뉴스


지난 대선 과정에서 바이든 후보자가 TV토론에서 “핵능력 감축 동의를 조건으로 김정은 위원장을 만날 수 있다”고 발언한 것은 단계적 비핵화를 말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감축(draw down)이라고 표현하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말해온 완전한(complete), 비핵화(denuke) 등 단어는 쓰지 않았다. 현실적으로 북핵 문제를 동결, 감축, 검증 순으로 풀어갈 수 있다는 관측이 가능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여기에 미 하원에 제출된 종전선언 결의안을 지지한 의원이 52명이 됐고, 여기에 앤디 빅스 공화당 소속 의원이 처음으로 더해져 초당적인 흐름으로 확산될 조짐이 생겼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소로 꼽힌다. 이와 관련은 없지만 트럼프 대통령 집권 동안 북한 이슈가 컸던 만큼 미국 앵커 중에 김정은 발언을 못하는 사람이 없어진 것도 사실이다. 

지금 문재인정부는 과거 클린턴 행정부 때 대북 포용을 기조로 한 ‘페리 프로세스’를 잇는 ‘클린턴 3기’가 될 수 있길 기대하며 노력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정부가 그동안 바이든 행정부를 설득할 명분 있는 북한 비핵화 로드맵을 준비했을까 궁금하다. 

과거 페리 프로세스를 추진할 때 김대중정부는 한미가 각각 취할 조치와 북한이 해야 할 일을 대차대조표 식으로 작성해서 그 위에 구체적인 행동 계획과 시간 개념을 도입한 도표를 만들었다. 당시 한반도의 냉전구도가 해체될 때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전제를 세웠다.

한반도에서의 군비 통제와 감축, 상호위협 감소, 북미관계 정상화를 통한 정전체제의 평화체제로위 전환, 남북 간 평화공존과 사실상의 통일 과정을 거쳐 완전한 법적 통일로 간다는 원대한 그림이 그려졌다. 당시 북한의 속성을 감안해 ‘먼저 주고 뒤에 받는다’는 ‘선공후득’ 방식을 채택하되 ‘약속 미이행 시 혜택 박탈’ 논리로 미국을 설득했다.  

사실 문재인정부가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시도했던 얼리 하비스트(early havest‧스몰딜의 연속 합의)나 ‘영변+알파’에 스냅백(제재 해제 후 위반 행위 적발 시 제재 복원)은 페리 프로세스에서 착안한 것일 수 있다. 역시 공화당 정권을 상대로 성공할 수 없는 전략이었던 셈이다. 

한미가 똑같이 민주당 정부로 만난 시점에 그동안 북한이 원해왔던 단계적 비핵화 협상도 가능해 보이지만 역시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의 재개 여부는 북한의 태도에 달렸다. 만약 그동안 김정은 정권이 트럼프 대통령의 기행에 기대 ‘요행’ 같은 것을 바라고 협상에 나섰다면 북미대화를 거부할 가능성도 있다. 이럴 경우 앞으로 대중 견제가 더 구체화되고 치밀해질 것으로 보이는 동북아 정세 속에서 문재인정부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갈 길을 잃을 지도 모른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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