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시장경제 원리를 이야기와 그림으로 쉽고 재미있게 배우면서, 누구나 마스터할 수 있는 책이 나왔다. 전경련의 출판자회사인 FKI미디어(www.fkimedia.co.kr)가 시장경제의 핵심 원리를 일상생활과 역사 속 사례들로 재미있게 풀어쓴 ‘스토리 시장경제 시리즈’를 출간했다. 시장경제를 이해하는 가장 기본적인 개념부터 체제, 원리, 정부, 개방, 복지, 기업, 기업가, 노동 등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움직이는 9가지 핵심 요소들을 각 권으로 다루고 있다. 총 9권이 시리즈로 출간될 예정이며 지금까지 6권이 출간됐다. 미디어펜은 시장경제 원리의 이해를 돕기 위해 권당 2편씩의 칼럼을 연재한다. |
‘스토리시장경제’ 이야기 (2) - 정의로운 체제, 자본주의
▲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 |
소비자의 선택이 옳다, 소비자의 선택이 진보를 이끈다
“누가 물건을 만들고, 누가 일할 것을 결정하는가?” 사회주의와 자본주의는 이러한 물음에 대해 전혀 상반된 대답을 내놓는다. 사회주의체제에서는 정부가 정답이지만,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는 소비자가 정답이다.
시장경제에서는 소비자의 선택과 결정에 따라 기업이 생산도 할 수 있고, 고용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이 결정을 장사할 사람, 시민단체, 정부, 언론이 대신한다면 소비자 주권은 침해되고 산업의 경쟁력은 뒤처지며 정치적 다툼만 늘어난다.
그래서 시장경제에서는 소비자의 소비행위에 의해 무엇을 생산할지, 누가 팔지가 결정된다. 실제로 소비자의 선택이 진보를 이끈다. 1990년대 초반, 한국 가요계의 판도가 뒤바뀌게 된 것도 서태지와 아이들을 선택한, 소비자에 의한 결정이었음을 보여준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1992년 당시, 서태지와 아이들은 그들의 공식 데뷔무대와도 같은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심사위원들로부터 역대 최저 점수를 받으며 초라한 신고식을 치렀다. 하지만 심사위원들의 혹평과도 달리 대중들은 서태지와 아이들에 열광했다. 기성 평론가들의 눈에 비친 그들의 음악과 춤과 패션은 낯설다 못해 어색하고 불편하게 느껴졌을지 모르지만, 십대들의 눈엔 혁명 전사와도 같이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던 것이다.
결국 서태지와 아이들은 팬들의 뜨거운 호응에 힘입어 순식간에 방송 3사의 순위 프로그램을 모조리 석권하였고, 연말 시상식 때도 온갖 종류의 상을 거머쥐며 명실상부 대한민국 최고의 가수로 그 이름을 떨쳤다. 뿐만 아니라 그들의 첫 음반은 데뷔 음반 사상 최다 판매량인 180만 장의 판매고를 기록하였고, 발라드와 트로트가 중심이던 한국 가요계에 랩이 가미된 댄스 음악의 붐을 일으켰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등장으로 한국 가요계가 완전히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이후 서태지와 아이들은 가요나 연예 프로그램은 물론, 뉴스에 이르기까지 모든 화제의 중심에 섰을 만큼 사회 전반에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고, 데뷔 당시와는 달리 그들에 대한 평가는 언제나 극찬으로 이어졌다. 이는 음반이 새로 발표될 때마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음악성이 괄목상대한 발전을 거듭했기 때문이 아니라, 데뷔 때부터 가지고 있던 그들의 음악세계가 대중의 선택에 의해 검증되고 인정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서태지와 아이들이라는 대중의 선택을 통해 한국 가요계에 놀라운 혁신이 일어났던 것이다.
▲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한 삼성전자의 제품개발전략과 기술혁신은, 결국 ‘소비자의 선택이 진보를 이끈다’는 공식을 여실히 보여준 예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세계 전자업계의 No.1 자리를 지키고 있다. 사진은 국내 시장에서 월 판매 1만대를 돌파한 삼성전자 사운드바. /삼성전자 제공 |
소비자에게 선택받는 기업
기업도 마찬가지다. 소비자에게 선택받는 상품, 소비자에게 선택받는 기업이 정답이 되어 끝까지 살아남게 된다. 반면에 기업이 아무리 좋은 제품을 내놓아도 소비자가 선택하지 않으면 기업은 판매를 할 수 없다. 그래서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는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 기업들은 치열하게 경쟁을 벌인다.
가격 경쟁은 물론, 품질 경쟁을 위해 새로운 생산기술을 개발하거나 서비스를 개선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다. 우리 기업들이 반도체 조선 LCD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높은 시장점유율을 갖게 된 것도 전 세계 소비자를 만족시키기 위해 기술을 혁신시킨 결과다.
삼성전자가 북미시장에서 최근 연평균 10퍼센트 이상의 매출 성장세를 기록하며 업계에 커다란 반향을 일으킬 수 있었던 원동력도 유통망 확보와 함께 소비자의 필요를 간파하고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 적극 노력했다는 데 있다.
예컨대 삼성전자가 북미시장에 출시한 냉장고는 탄산수를 즐겨 마시는 북미 소비자들의 특성을 고려하여 정수된 물과 얼음 외에도 탄산수를 마실 수 있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또 오븐레인지의 경우 대용량을 자랑할 뿐 아니라, 내부 공간을 둘로 나눠 각기 다른 온도와 시간 설정으로 두 가지 요리를 동시에 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
이처럼 혁신적인 기술과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삼성전자의 생활가전은 북미 소비자들의 취향과 맞아떨어져 소비자 만족도를 높였을 뿐 아니라, 해외 주요 평가기관들로부터도 뜨거운 호평을 이끌어냈다.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한 삼성전자의 제품개발전략과 기술혁신은, 결국 ‘소비자의 선택이 진보를 이끈다’는 공식을 여실히 보여준 예라고 할 수 있다.
소비자의 필요에 맞게 소비자에게 선택의 기회를 넓혀 줌으로써 독보적인 성공신화를 이룩한 기업도 있다. 바로 김치냉장고의 강자인 ‘딤채’를 탄생시킨 위니아만도(현 대유위니아)가 그 주인공이다.
사실 김치냉장고를 처음 만든 기업은 위니아만도(현 대유위니아)가 아니라 대우전자였다. 그러나 대우에서 김치냉장고를 출시했던 1980년대는 김치를 장독대에 담아 땅속에 보관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래서 굳이 냉장고 외에, 김치냉장고에 관심을 갖거나 구매하는 소비자가 없었다.
하지만 위니아만도(현 대유위니아)는 1990년대 중반, 수도권을 중심으로 아파트가 보편화되고 대형 할인마트가 한창 일어나기 시작한 때에 중산층 중년 주부들을 대상으로 김치냉장고를 새롭게 출시하였다. 당시 빌라나 아파트에 살았던 중산층 주부들은 이전보다 넓은 주거공간을 갖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김장을 담가도 마땅히 보관할 장소가 없어 어려움이 많았다.
더구나 마트에 가면 장을 한꺼번에 보게 되는 일이 많아, 냉장고만으로는 김치와 식재료를 보관할 공간이 부족하게 되었다. 바로 이러한 시기에 위니아만도(현 대유위니아)가 김치냉장고 ‘딤채’를 출시함으로써 시장에서 커다란 호응을 일으킬 수 있었던 것이다.
이후 가전 3사도 ‘딤채’의 성공에 자극받아 김치냉장고 시장에 적극 뛰어들었고, 오늘날 김치냉장고는 엄청난 보급률을 자랑하며 중년 주부는 물론, 신혼부부나 독신자들에게까지 빼놓을 수 없는 ‘잇 아이템’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그리고 위니아만도(현 대유위니아)의 ‘딤채’는 여전히 김치냉장고의 대명사로 인정받으며 건재를 과시하고 있다. 기존에 있던 냉장고시장에 뛰어드는 대신, 소비자들의 필요에 맞게 가장 절묘한 타이밍을 찾아 틈새시장을 개척함으로써, 소비자들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준 결과다.
▲ 골목상권의 경쟁자는 SSM만이 아니며, 인터넷 쇼핑, 편의점 등 무수히 많은 종류가 있다. 소비자의 선택은 제대로 예측하기란 불가능하다. |
정부가 해야 할 일도 소비자의 선택권을 보호하는 것
기업뿐 아니라 정부도 국민들의 요구와 국민들의 선택을 최상위에 놓아야 성공적인 정책을 펼칠 수 있다. 다시 말해 정부가 가장 중점적으로 해야 할 일은 국민과 소비자의 선택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몇 해 전, 정부는 그 반대로 소비자가 아닌 공급자를 보호하고 물건을 비싸게 팔 수 있는 독점적 지위를 보호하는 황당한 법을 만들었다. 재래시장이나 골목상권을 보호한다는 미명 하에 SSM(기업형 슈퍼마켓)을 규제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골목상권의 경쟁자는 SSM만이 아니며, 인터넷 쇼핑, 편의점 등 무수히 많은 종류가 있다. 소비자의 선택으로 누가 시장을 주도할지 예측하기도 어렵다. 이런 복잡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것이 비즈니스의 세계이며, 경쟁을 통해 사회가 풍요롭게 변화되는 것이 바로 시장경제의 원리이다.
그러므로 정부가 SSM을 규제하는 것은 시장경제의 원리를 무시하고 ‘착한 가격(좋은 품질의 제품을 싸게 파는 것)’을 요구하는 소비자의 선택권을 강제적으로 침해하는 행위밖에 안 된다.
뿐만 아니라, 정부의 이러한 규제 정책은 결국 자유로운 소비생활과 기업의 경쟁을 가로막아 경제성장을 저해한다.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형광등과 건전지가 대부분 외국의 대기업 상품들이 된 것도, 과거에 중소기업을 보호하겠다는 취지로 정부가 형광등이나 건전지 등을 중소기업의 고유 업종으로 분류하여 대기업의 참여를 금지시켰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는 정책을 시행함에 있어 무엇보다 소비자의 선택권을 보호하는 일을 최우선에 두어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