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은 재판 결과에 따라 한쪽은 치명상이 불가피한 소송전에 들어간다.
현직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이 법정에서 다투는 것은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다.
무대는 서울행정법원에서 열리는 직무집행 정지 처분 취소 청구의 소송이다. 윤석열 총장의 법률대리인 이완규 변호사는 지난 26일 오후 해당 소송을 제기했다.
다음달 2일 추미애 장관이 검사 징계위원회를 열어 윤 총장에 대한 징계 수위를 결론낼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법조계는 법원이 늦어도 다음주 내에 결정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행정법상 '집행 정지'는 행정청 처분 집행으로 발생할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해 긴급하다고 인정될 경우, 그리고 처분이 정지될 경우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없을 경우 그 처분의 집행을 일시중단하는 법원 결정이다. 추 장관이 직무배제 이유로 든 혐의의 구체적인 내용을 다루진 않는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사진=연합뉴스
윤 총장의 직무정지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이번 재판의 쟁점은 크게 두가지로 좁혀진다.
먼저 윤 총장이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보고 있는지 여부다.
법조계는 이에 대해 윤 총장이 유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총장은 현행법상 임기제로 윤 총장은 내년 7월 말까지 직을 수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추 장관의 이번 처분으로 윤 총장 직무가 정지될 경우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를 재판부가 외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두번째 쟁점은 추 장관이 제기한 윤 총장 혐의가 그 직무를 중단시킬 만큼 중대한지 여부다. 이는 달리 말하면 '긴급한 필요'가 인정되는지 여부다.
윤 총장은 추 장관이 주장한 6가지 비위 혐의가 사실과 다를뿐더러, 그에 따른 직무집행 정지 처분이 충분한 소명 기회 없이 내려진 만큼 위법하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혐의 중대성 판단에 있어서 법조계는 재판부가 일명 '판사 불법사찰 의혹'을 가장 심도있게 다룰 것으로 보고 있다.
다른 혐의에 대해선 재판부가 중대성을 인정하기 힘들지만, 이 의혹은 법무부가 명확한 물증을 제시할 경우 재판부가 일정부분 수긍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수도권 지방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27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번에 윤 총장 측이 공개한 9장짜리 문건을 살펴보면 판사 정보를 세평과 특이사항 등으로 구분해놨다"며 "8개 사건의 재판장, 주심, 배석판사의 주요 판결과 가족관계, 재판 진행 특징을 조사한 것인데 검찰이 법관을 평가한 의견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경찰이 동향 정보보고하는 형식과 비슷해 보이는데 이 문건을 행정법원 재판부가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달린 문제"라며 "이 문건 작성의 목적이 사건 담당 판사에게 불이익을 주기 위한 것이냐 여부도 중요하게 볼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다만 내용상 사찰로 규정하기 힘들더라도 정보가 악용될 우려가 있어 부적절한 것은 사실"이라며 "한국법조인대관 등을 기초로 해서 법조계에 흔히 유통되는 인물정보로 보면 문제 없겠지만, 현직판사 신분으로 검찰이 이를 조직적으로 가공 생산했다고 보면 문제로 볼 수 있다. 결국 재판부가 이 문제를 중대하게 보느냐 아니냐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집행정지 신청 사건은 서울행정법원이 전자배당을 통해 재판부를 정한다. 27일 이 사건은 행정 4부에 배당됐다. 재판부가 심문기일을 정하면 이를 양측에 통지하고, 필요자료를 받은 후 심문을 연다.
윤 총장의 직무정지 처분 취소 신청이 받아들여질지 아닐지 재판부의 판단에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