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하늘 기자] "시각장애인이 아닌데 공공장소에 안내견을 데리고 들어온다고?"
이같은 의문에서 시작된 논란은 시각 장애 안내견 마트 출입 거부 사태로 발발해 현재 해당 마트의 불매 운동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그렇다면 시각장애인이 아닌데도 안내견을 데리고 마트에 입장하려 한 사람은 누구이며, 왜 그래야만 했을까?
1일 미디어펜은 과거 삼성화재 안내견학교의 훈련사였던 박 모씨와 인터뷰를 통해 자세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우선 안내견은 영국, 미국, 일본 등 전세계 27개국에 70여개의 양성기관에서 길러지고 있으며, 약 2만여마리가 활동 중이다. 해외의 안내견 양성기관은 대부분 비영리 단체로 기부와 모금을 통해 운영되고 있다.
반면 국내에선 기업인 삼성화재가 직접 안내견 학교를 세워 안내견을 양성하고 있으며 매년 평균 12마리 안팎의 안내견들이 시각장애인에게 기증되고 있다.
안내견 선발 과정은 굉장히 까다롭다. 안내견의 선발은 모견과 종견에서부터 시작된다.
모견과 종견은 안내견 학교에서 매년 2~3마리가 새로 선발되며, 보통 15마리가 상시적으로 임신과 출산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모견은 평균 5살까지 활동하며 1년에 1번씩만 임신이 가능하다.
모견과 종견은 모두 자원봉사자 가정에서 길러진다. 이들은 자원봉사자 가정에서 일반 반려견처럼 생활하고 있으며, 사료값, 병원비 등 모든 비용은 삼성화재에서 지원한다.
모견과 종견이 1년에 2번 정도 발정이 오는 시기를 맞아 임신 준비가 되면 안내견 학교로 입소를 한다.
임신에 성공한 모견은 임신과 출산 관리를 위해 안내견 학교에서 지내게 되며 출산까지 안내견 학교에서 마치게 된다.
태어난 강아지들은 모두 모견과 생후 7주간 함께 성장한다. 7주 이후엔 모견과 강아지들은 모두 자원봉사자 가정으로 보내진다.
모견은 원래 생활하던 자원봉사자 가정으로, 강아지들은 1년간 '퍼피워커'라고 불리는 자원봉사자 가정으로 위탁이 된다.
최근 모 마트에 출입이 거부당했던 이는 바로 이 퍼피워커다. 퍼피워커와 함께 보내는 강아지의 1년은 안내견으로 성장하는데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강아지들에게 1년은 사람으로 비유하자면 신생아부터 대학 때까지의 시간으로 이 기간에 겪는 사회 경험이 안내견으로 성장하는데 중요한 밑받침이 되기 때문이다.
이 시기 퍼피워커들은 다양한 상황과, 사람들, 동물들을 접하게 하며 좋은 안내견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준다.
이같은 경험은 안내견 학교 내에서 진행할 수 없는 교육으로 향후 안내견이 됐을 때 실제 상황에서 보다 익숙할 수 있도록 지하철, 버스 등 대중교통과 마트 등의 공공시설을 미리 접하고 익숙하게 하는 교육이다.
시각장애인이 아닌데도 안내견을 마트에 데리고 들어갈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퍼피워커들에게 위탁된 강아지들은 12~14개월 사이 안내견 학교로 다시 돌아오게 된다.
이때부터 강아지들은 6~8개월간 훈련을 거쳐 단 30%만이 최종 안내견으로 성장하게 된다.
성격이나 기질적으로 안내견에 적합하지 않은 강아지들은 일반 가정으로 모두 무상으로 분양이 된다. 맞벌이 가정이나 아이가 있는 가정은 분양 과정에서 탈락하는 등 분양 기준 역시 상당히 엄격하다.
최종적으로 모든 과정을 통과한 안내견들은 시각장애인들에게 인도가 된다.
인도되는 과정 역시 까다롭다. 시각장애인과 사전 인터뷰를 진행하고, 개랑 함께 지낼 수 있는 환경인지를 검토하고, 재활 의지를 본 후 안내견이 선정된다.
이후 시각장애인은 한달간 안내견 학교에서 안내견 교육을 받아야한다.
안내견의 사료 급여양, 산책 시간, 목욕·빗질 방법 등을 익힌다. 이 같은 교육이 모두 완료됐을 때 비로소 안내견 파트너가 될 수 있다.
안내견은 이후 6개월에 한번씩 안내견 학교에서 사후 관리를 해주며 9살 전후까지 활동한 후 은퇴를 하게 된다.
은퇴한 안내견은 일반 가정으로 분양돼 여생을 보내게 된다. 은퇴한 안내견에게 드는 비용은 100% 삼성화재가 모두 지원한다.
전 안내견 훈련사 박 씨는 최근 불거진 일련의 사태에 대해 굉장히 안타깝다고 전했다.
그는 "퍼피워커 가정에서 안내견이 생활하며 사회화 과정을 거치지 못한다면 좋은 안내견으로 성장할 수 없게 된다"며 "2012년 법 개정을 통해 시각장애인 뿐만 아니라 퍼피워커 역시 공공시설에 다닐 수 있도록 명문화 돼 있지만 사회적 인식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실제 자원봉사자분들 역시 이와 같은 공공시설 입장 거부 사례를 많이 겪고 있다"며 "안내견 사회화 과정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안내견이 불쌍하다, 교육과정이 엄격하다는 인식 역시 오해"라며 "안내견이 되는 강아지들은 기질적으로 안내견에 적합한 아이들만 선발하기 때문에 안내견에 대한 지나친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덧붙였다.
[미디어펜=김하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