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시장경제 원리를 이야기와 그림으로 쉽고 재미있게 배우면서, 누구나 마스터할 수 있는 책이 나왔다. 전경련의 출판자회사인 FKI미디어(www.fkimedia.co.kr)가 시장경제의 핵심 원리를 일상생활과 역사 속 사례들로 재미있게 풀어쓴 ‘스토리 시장경제 시리즈’를 출간했다. 시장경제를 이해하는 가장 기본적인 개념부터 체제, 원리, 정부, 개방, 복지, 기업, 기업가, 노동 등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움직이는 9가지 핵심 요소들을 각 권으로 다루고 있다. 총 9권이 시리즈로 출간될 예정이며 지금까지 6권이 출간됐다. 미디어펜은 시장경제 원리의 이해를 돕기 위해 권당 2편씩의 칼럼을 연재한다. |
‘스토리시장경제’ 이야기 (4) - 작은 정부가 답이다
누가 독점의 폐해를 일으키나
▲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 |
좋은 독점은 존재한다
‘독점’이란 말을 들으면 가장 먼저 어떤 생각이 떠오르는가? 흔히 부당하게 이득을 취하고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다른 기업을 억압하는 이미지를 떠올리기 쉽다. 이처럼 사람들이 거부감을 느끼는 독점은 불공정하고 부당한 행위가 수반된 이른바 나쁜 독점이다.
하지만 나쁜 독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하이에크는 독점을 좋은 독점과 나쁜 독점으로 구분했다. 좋은 독점이란 자연독점과 동의어로, 경제적인 독점이다. 특정한 의도나 불공정한 혜택 없이 오로지 기업의 기술 혁신과 뛰어난 제품 개발로 시장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누리는 것이다.
이러한 자연독점은 기업의 노력과 이에 대한 소비자의 지지를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따라서 기업이 가져도 되는 당연한 대가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좋은 독점은 영원히 지속될 수 없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경쟁사가 시장에 진입하고, 잇따라 더 좋은 제품이 개발되면서 자연스럽게 독점의 상태가 해소되기 때문이다.
전 세계에 스마트폰 열풍을 몰고 온 ‘아이폰’은 좋은 독점의 대표적인 예다. 애플이 아이폰을 만들어내기 전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소비자는 스마트폰을 알지 못했다. 기업들 역시 스마트폰의 개념조차 제대로 갖지 못한 상태였다. 그런데 애플이 아이폰을 시장에 내놓는 순간,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
▲ 휴대폰 시장의 판도를 완전히 뒤엎은 애플 아이폰. 스티브 잡스의 리더쉽은 애플을 스마트폰 왕국으로 만들었다. 애플은 시장에서 가장 잘 나가는 브랜드이기도 하다. 애플 아이폰의 뒤를 이어 삼성전자의 갤럭시, 소니, 화웨이, LG전자 등이 후발주자로 스마트폰 시장에 합류했다. 사진은 애플 아이폰6·아이폰6플러스, 삼성전자 갤럭시 A5·갤럭시 A3, 화웨이 X3, 소니 엑스페리아Z3 |
아이폰은 지금까지의 휴대폰 시장 판도를 완벽히 뒤엎는 제품이었다. 소비자들은 이 새로운 제품의 유용성을 단박에 알아보고 열광적인 지지를 보냈고, 애플은 다른 휴대전화 제조사보다 월등하게 빠른 속도로 스마트폰 시장을 선점했다.
그때까지 스마트폰에 관심 없던 다른 기업이 아이폰을 집중적으로 개발해온 애플에게 뒤지는 것은 당연했다. 애플은 뛰어난 기술력과 혁신의 대가로 세계 휴대폰시장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누렸다. 당시 애플의 독점은 혁신적인 제품에 보내는 소비자의 선물과도 같은 것이었다.
하지만 애플의 독점이 오래가지는 않았다. 날개 돋친듯 팔리는 아이폰을 보며 다른 기업도 스마트폰 제조에 나선 것이다. 처음에야 애플에 뒤지는 양상이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상황은 바뀌었다. 아이폰에 대적할 만한 제품을 만들어내는 기업이 잇따라 생겨나면서 스마트폰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졌다. 자연히 애플이 누리던 독점적 지위도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이처럼 애플의 아이폰은 스마트폰 시대의 출발점이자 모든 스마트폰의 벤치마킹 대상으로서 스마트폰 시장의 경쟁을 촉발시켰다. 다른 기업들은 애플의 아이폰을 뛰어넘을 만한 스마트폰을 만들기 위해 기를 쓰고 덤볐고, 결과적으로 시장에는 좋은 품질의 스마트폰이 싼 가격으로 쏟아져 나오게 됐다. 이와 같은 좋은 독점이라면 굳이 마다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시장의 경쟁을 활성화시키고, 기술 혁신을 이끄는 동력으로 꼭 필요하다.
또 다른 예로 이명래고약이 있다.15 지금은 종기로 죽는 사람이 거의 없지만 과거에는 피부가 곪아 죽는 사람이 많았다. 종기가 얼마나 무섭고 심각한 병이었는지, 조선시대에는 치종청을 두고 종기 문제를 따로 관리하기도 했다.
그러다 1906년에 혁신적인 명약이 개발되었다. 바로 이명래고약이다. 까만 고약을 녹여 환부에 붙이기만 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고름은 빠지고 상처가 아물었다. 게다가 값도 싸서 누구나 쉽게 구해 바를 수 있어서 인기가 아주 높았다.
그 덕분에 이명래고약을 개발한 명래제약이 확고한 자연독점 지위를 누릴 수 있었다. 누구나 저렴한 가격으로 쉽게 구할 수 있는 고약을 만들어 사람들을 무서운 종기로부터 구해준 명래제약을 단지 독점적 지위를 누린다는 이유로 감히 비난할 수 있겠는가.
▲ 정부가 행한 나쁜 독점의 대표적인 예인 코레일 KTX. 철도 부문은 독점이 부질없는 영역이다. 철도를 포함하여 버스, 승용차, 트럭, 항공기, 선박 부문 모두 수송 경쟁의 과정에 함께 놓여있다. 사진은 2013년 12월 30일 김명환위원장(가운데) 등 파업주동 코레일노조 간부들이 파업철회를 선언하면서 현장투쟁은 계속하겠다는 발언을 한 후 손을 들어 투쟁을 외치는 모습. |
정부의 인위적 독점이 나쁘다
좋은 독점과 나쁜 독점의 가장 큰 차이는 경쟁의 유무에 있다. 디즈니의 만화영화 〈라이온 킹The Lion King〉에는 어미사자가 새끼사자를 시험하는 장면이 나온다. 어미사자는 새끼사자를 일부러 절벽에서 떨어뜨려서 스스로 올라오게 한다.
이렇게 하여 새끼사자가 험한 세상을 헤쳐 나갈 만한 힘과 의지가 있는지 알아보는 것이다. 잔인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이는 새끼사자의 역량을 살펴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자 전체 사자 무리를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우량한 사자로 이루어진 무리야말로 혹독한 자연환경에서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이 매순간 겪어야 하는 경쟁도 어미사자의 시험과 같은 역할을 한다. 치열한 경쟁을 거듭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품질 좋은 제품을 만드는 기업만이 남게 된다. 이 과정에서 자연독점이 발생하기도 하지만, 이는 기업 생태계를 더욱더 건강하고 발전적으로 만드는 과정이므로 걱정할 필요가 없다.
이때 정부의 역할은 독점자의 횡포를 막는 것이다. 정당한 경쟁을 통해 자연독점을 이룬 기업이라 할지라도 그 지위를 나쁘게 활용해 다른 기업의 시장진입을 방해하거나 독점적 지위를 악용할 경우에는 정부 제재가 필요하다.
또 다른 나쁜 독점은 정부가 ‘보호’라는 명분으로 울타리를 잘못 치기 시작하면서 발생한다. 정부의 울타리는 어디까지나 기업의 자유로운 경쟁활동을 보장하는 환경 조성을 위해 사용되어야 한다. 특정 기업의 이익을 보장하는데 사용되는 순간, 나쁜 독점이 싹튼다.
나쁜 독점의 대표적인 예로 철도 분야의 방만한 경영이 있다. 철도 분야는 정부가 무려 113년 동안이나 독점해온 분야이다. 워낙 오랫동안 정부의 비호 아래 독점적인 지위를 누리다 보니 그 폐해가 여간 심각한 것이 아니다.
안정성 문제만 해도 지난 2011년에는 KTX 열차가 멈춰서는 사고가 세 번이나 발생하며 경보등이 켜졌다. 부채는 또 어떠한가. 코레일(한국철도공사)의 부채는 17조 원이 훌쩍 넘을 만큼 심각한 수준이다. 정부의 인위적 독점이 철도 분야의 방만한 경영을, 그리고 나쁜 독점의 폐해를 끝없이 양산하는 꼴이다.
문제 해결의 열쇠는 정부의 인위적 독점을 걷어내는 데 있다. 독일, 스웨덴, 이탈리아 등 유럽의 철도 선진국들은 오래 전부터 철도 분야에 경쟁을 도입해 적자 해소, 요금 인하 등의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우리의 철도 분야 역시 마찬가지다. 철도 분야의 방만한 경영이 문제시되는 현시점에서 시장 경쟁의 도입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유일한 해법임을 명심해야 한다.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