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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조기 폐쇄 수사, 청와대 우려대로 가고 있다?

2020-12-05 11:57 | 김규태 차장 | suslater53@gmail.com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최근 들어 청와대가 가장 우려하던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바로 원전 조기폐쇄 사건 수사의 급속한 진전이다.

지난 2018년 월성 1호기 원자력발전소의 조기 폐쇄 과정에서 경제성 평가 조작과 증거 인멸까지 조직적으로 있었다는 의혹과 관련해, 대전지검의 칼끝이 청와대 윗선을 향하고 있다.

사건을 맡은 대전지검 형사5부(이상현 부장검사)는 원전 조기 폐쇄에 대한 감사원 감사 당시 관련 자료를 대량으로 삭제한 혐의를 받는 산업부 국·과장급 공무원 3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법원은 혐의를 인정한 1명을 제외하고 나머지 2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백운규 당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017년 10월 13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현안 보고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전지법 오세용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4일 오후 2시30분부터 이들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가졌다. 이후 밤 11시50분경 A국장과 B서기관 2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영장 발부 사유는 "범행을 부인하고 있고 증거 인멸의 염려가 있다"는 것이었다. 

사건 구속영장청구서에 따르면, A국장은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으로부터 월성 1호기 조기 가동중단 지시를 직접 받은 인물이다. 이후 한국수력원자력 고위 임원에게 수시로 압력을 행사한 혐의를 받고 있다.

A국장은 월성1호기 관련 자료 삭제를 지시한 혐의도 받고 있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A국장은 2019년 11월 감사원 감사가 진행 중이라는 보고를 받고 자료 삭제를 지시했다. 당시 B서기관은 자료 삭제 실행을 맡은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감사원은 국·과장급 공무원 3명이 대통령비서실에 보고한 문서 대부분을 누락하거나 삭제하고 나머지 자료를 제출한 사실을 확인했다. 자료 삭제와 같은 증거 인멸의 경우, 당시 감사원이 산업부에 청와대 보고자료 일체를 요구하자 이뤄졌다.

결국 이번 구속영장 발부로 대전지검의 칼끝은 백 전 장관은 물론이고 문서를 보고 받은 청와대 인사들을 직접 겨냥할 것으로 관측된다.

대전지검은 사건 수사와 관련해 앞서 여권에서 '정치수사'라는 비판이 일자 "정책 집행과정상 문제·조작을 살피는 것"이라며 "수사 대상은 (청와대가 밀어붙인) 탈원전 정책이 아니라 원전 경제성 축소 조작과 증거인멸"이라고 밝혔다.

수사팀은 대통령비서실-산업부-한수원 간의 의사결정·지시과정을 파고들고 있는데 지시자의 최종 윗선이 누구인지, '살아있는 권력' 청와대의 핵심을 어디까지 겨눌지 주목된다.

법조계는 구체적으로 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현 한국가스공사 사장)을 가장 먼저 꼽고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김수현 전 청와대 사회수석비서관 조사도 불가피하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수사팀은 채희봉 전 비서관 휴대전화를 비롯해 당시 기후환경비서관실과 산업정책비서관실에 각각 근무했던 행정관 2명의 휴대전화도 압수했다.

산업부 국·과장급 공무원 3명에게서 받은 진술과 증거를 포함해 각 휴대전화에서 통화와 문자 같은 스모킹건(결정적 증거)이 나올 경우, 수사는 예측하기 힘든 방향으로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법조계는 이들의 구속과 동시에 검찰 수사가 청와대를 직접 겨냥해 지시과정 사실관계를 확인할 목적으로 압수수색을 시도할 수도 있다고 보았다. 은폐 목적과 최종 지시대상 규명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대전지검이 어디까지 파고들어 밝혀낼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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