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조 바이든 당선인 측이 ‘김정은 친서’를 검토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주고받은 서신이 대북정책의 향방을 정할 전망이다.
CNN방송은 3일(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바이든 외교정책팀이 곧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교환한 서신에 접근할 것”이라고 전했다.
소식통은 “서신들은 김정은에 대한 더욱 풍부한 심리적인 초상화를 그리는데 도움을 줄 수 있고, 그(김정은)의 생각이나 적어도 트럼프와의 관계에 대한 그의 접근법에 대해 통찰력을 제공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인수위는 북한, 일본, 중국, 한국과의 관여는 물론 방위계획과 훈련, 군사태세 조정에 이르기까지 북한과 마주앉았던 트럼프 행정부 내부에서 일어났던 일들에 대해 가능한 한 많이 이해하려고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에 CNN은 인수위 소식통을 인용해 “바이든이 동맹 및 파트너들과 만난 뒤 정책을 구체화하는 시간을 가질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바이든은 트럼프보다 전통적인 방식의 접근법을 채택해 독자적으로 나서는 대신 동맹 및 파트너들을 끌어들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이 밖에 CNN은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내정자가 대북 외교에 열려 있다”거나 “민주당이 의회 승인이 필요한 대북제재 완화로 북한을 끌어들이려고 노력할 때 공화당이 방해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소개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첫 북미정상회담이 열렸던 2018년부터 친서를 주고받았으며, 지난 9월 미 원로 언론인 밥 우드워드의 책 ‘격노’를 통해 두사람이 주고받은 친서 20여통이 일부 공개되기도 했다.
공개된 친서의 내용은 두 정상의 개인적인 친분 강조, 복잡한 정세 속에서도 서로를 존중하는 말로 구성돼 있었다.
조 바이든 제46대 미국 대통령 당선인(오른쪽)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당선인./사진=조 바이든 트위터
바이든 외교정책팀의 김정은 친서 검토는 북핵 문제가 우선순위로 올려질 수 있다는 기대를 낳는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완전히 무시하지 않았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이다. 기초 수준인 싱가포르 북미정상 합의를 계승해 북미대화를 지체없이 시작할 가능성을 상정해볼 수 있게 됐다.
이럴 경우 문재인정부의 촉진자 역할이 발휘될지도 주목된다. 바이든 당선인 측이 정책 방향을 결정하기 위해 한미 외교당국간 대화에도 조기에 나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바이든 당선인 측이 북핵 대화에 나설 경우 동맹과 다자 틀을 활용하기 위해 한반도 문제 당사자인 우리정부와 협의를 우선할 전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이든 당선인측은 실무회담을 중시하는 바텀업 방식을 선택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앞으로 북핵 대화는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리는 협상이 될 것이다. 현재 북한 핵개발 진전 수준을 볼 때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 정책을 답습해 방임할 상황은 아니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톱다운’ 방식은 예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바이든 당선인 측이 지금처럼 대북정책을 들여다보고 있다는 징후를 드러낼수록 한반도 상황 관리엔 도움이 된다. 오랜 대북제재로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북한으로선 북핵 협상이 우선 과제일 수밖에 없다. 이례적으로 미국의 정권 교체와 관련해 긴 침묵을 이어가면서 정세를 관망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북한은 오는 1월로 예고한 8차 당대회에서 미국에 대한 정책을 포함해 대외정책의 윤곽을 드러낼 가능성이 높다. 북한은 1월 당대회에 이어 최고인민회의까지 개최한다고 밝혀 내부 결집 도모는 물론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킬 포석을 깔아둔 상태이다. 북한은 자신들의 문제가 후순위로 밀릴 경우 무력도발을 결심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외교부 당국자는 “미국도 북핵 대화에 시간을 길게 끌고 싶지 않을 것이다. 핵위협은 시간이 갈수록 커지기 때문”이라면서 “북핵과 관련한 우리 입장은 일괄타결 후 단계적 이행이라는 큰 틀에 합의한 뒤 단계적으로 합의해나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바이든 당선인측의 시급한 과제로 "스티븐 비건 대북특별담당 후임을 조기에 임명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또 대화와 외교를 통해 북핵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메시지를 빨리 밝히는 것만으로도 효과가 클 것"이라며 "북한으로선 좀 더 기다리자라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