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지난 1일 서비스를 시작한 경기도의 공공배달 어플리케이션(앱) '배달특급'이 디자인 표절 논란에 적자 우려까지 겪고 있다.
배달특급은 현재 화성·오산·파주 등 경기 3개 지역에서 시범운영 중이며, 사업 운영은 경기도 산하 경기도주식회사가 맡고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야심작으로 평가받는 배달특급은 앱 구동 시 배달 주소 설정부터 시작하는 것을 비롯해 배달의민족(배민)과 같은 다른 민간 배달앱을 일정부분 베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대기업에서 앱 UI 디자이너로 일하는 이모(46) 씨는 8일 본지 취재에 "앱 디자인의 기본인 차별화에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며 "크게 메인화면과 주문화면, 로딩화면 구성에서 아이콘 디테일까지 닮았다"고 설명했다.
이 씨는 이어 "다만 배달앱이라는 서비스 특성상 누구나 상식적으로 생각하는 구성안은 유사하다"며 "항목별 순서나 배치에서 일부 변화를 주었을 뿐더러 아이콘 디테일이 유사해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사진은 배달의민족(사진 좌측)과 배달특급의 각 메인화면 모습이다./사진=어플리케이션 캡처
소비자 시각도 마찬가지다. 구글 앱 다운로드 사이트인 '플레이 스토어'에서는 이와 관련해 이용자 여러 명의 후기가 올라왔다.
아이디 '용희'라는 이용자는 "차별화가 없음. 기존 배달 앱 베끼기? 가격 메리트 없음. 소비자가 만족할 만한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며 신랄한 지적을 남겼다.
아이디 'CS J' 이용자는 "또 최악의 반시장적인 어플이 나왔네요. 주소설정 단계부터 오류발생. 왜 이런 식으로 시장질서를 파괴하시나요 그분은?"이라며 이재명 지사를 겨냥한 듯한 리뷰를 남겼다.
아이디 '이름입력' 이용자는 "제가 낸 세금으로 이런 앱은 아깝다"고 비판했다.
배달특급을 운영하는 경기도주식회사 측은 배달앱 특성상 제공 서비스가 크게 다를 수 없어 모든 배달앱이 대동소이하고, 배달특급의 경우 '우리 동네 카테고리'를 도입해 차별화를 꾀한다는 입장이다.
배달특급은 이 외에도 쿠폰과 제휴처, 등록 불가 주소지 및 지도, 결제와 가격 문제까지 일고 있다.
이용자들은 플레이 스토어의 '배달특급' 리뷰 게시판에 "아직 서비스 안되는 지역 가입자는 가입되면서 쿠폰이 나오는데 일주일 뒤 삭제되면 사실상 혜택이 안된다", "가게에서 쿠폰 받기 싫어서 계속 잠수타네요", "화성 동탄인데 (나의) 주소지가 등록할 수 없는 주소라는데 실화인가요?", "주소 설정이 왜 안되나? 서울로 위치가 뜨는데 이동시켜 설정하면 주소입력 페이지로 다시 간다", "배달가능업체도 몇 군데 없고 업체들 배달비는 여전히 비싸고 쓸 이유가 없는 것 같아요", "배달비는 비싸게 책정된 그대로네요. 기존 앱 사용하는게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 "고객센터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읽고 씹는 것은 뭔가요? 4일동안 3번 문의했는데 아직도 답이 없네요. 고객센터에 전화 5번 이상 했는데 전화도 안 받고... 고객센터 운영은 하는 건가요?"라며 각종 불만을 토로했다.
특히 아이디 '이진인'이라는 이용자는 지난 5일 '배달특급' 서비스 지역인 파주의 자영업자라고 자신을 소개하면서 "매우 불편하다. 고객센터는 한번도 연결된 적 없다. 고객이 주문하면 가게에서 접수하기 무척 어렵고 주문서 인쇄도 복잡하다. 배달대행도 모두 수기로 해야 해서 다른 배달앱의 10배 이상 시간이 소요된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가맹점의 정보, 신상품 추가, 가격 변동, 품절, 영업시간 변경을 직접 할 수 없어 전화로 요청해야 하는데 전화 연결이 안되고 (경기주식회사, 페이코, 먹깨비) 매우 불편하다"고 덧붙였다.
아이디 '이진인'이라는 이용자가 12월 5일 배달특급에 대해 파주의 자영업자 시각에서 바라본 비판 댓글을 남겼다./사진=플레이 스토어 리뷰 게시판 캡처
앱과 관련해 대외적으로 더 큰 우려는 적자 폭이 커질 수 있다는 점에 쏠린다.
경기도 공공배달앱 '배달특급'이 첫 손으로 꼽는 장점은 파격적인 수수료다. 배달특급은 소상공인들을 위해 수수료 1%를 내세웠다. 다른 민간 앱은 6~13% 정도의 중개수수료를 받는다.
하지만 이러한 파격적인 수수료 이면에는 예산 집행 후 성공 여부가 불확실한 가운데 과도한 예산을 투입하는 '세금 낭비'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24일 경기도의회 경제노동위원회는 경기도청에서 제출한 2021년 예산안을 심의했는데, 허원 도의원은 "프로모션 마케팅비, 홍보비로 26억 5000만원을 편성했다"며 "아직 사업이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는데, 공짜 쿠폰을 위해 너무 많은 예산을 편성한 것 아니냐"고 질의했다.
이어 허 도의원은 "도가 중개수수료를 2%에서 1%로 변경할 경우 수익 감소분에 대한 예산 54억원 증액도 함께 요구하고 있다"며 “2021년도 22억 및 2022년도 32억을 더해 54억 원을 요구하는 것도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 도에서 배달특급 사업과 관련해 성급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또한 경기도의회가 지난 9월 추경예산안을 심의하면서 운영사인 경기도주식회사가 요구한 예산보다 12억원 정도 감액한 21억원을 공공배달앱 사업에 책정하면서 적자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