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태우 기자]한국지엠 노사가 올해 임금·단체협약 협상의 2번째 잠정 합의안을 마련하며 조합원들이 받아들일 지가 관심을 모은다.
앞서 1차 잠정합의안이 부결된 이후에 마련된 만큼 사측과 노조가 최대한 양보를 통해 마련합 잠정합의안 인만큼 양측 모두 연내 타결을 목표로 노력중이다. 이를 통해 한국지엠이 노조리스크로부터 벗어나 경영정상화에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큰 상황이다.
한국지엠 인천 부평공장 서문. /사진=연합뉴스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지엠지부는 지난 10일 한국지엠 사측과 임금·단체협약 협상안에 잠정 합의했다고 밝혔다.
새롭게 마련한 잠정합의안은 기존 대비 △성과급과 격려금 지급을 내년 1분기에서 임단협 타결 뒤 즉시지급으로 변경 △차량 구매 혜택(할인율) 확대 △사측이 노조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 취하가 추가됐다. 다시 말해 기존 잠정합의안보다 사측이 한 발 더 양보한 것.
한국지엠 노조는 이달 14일 잠정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 의견을 묻는 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기존 잠정합의안에는 사측이 내년 초까지 조합원 1인당 성과급과 격려금 등 총 400만원을 지급하고, 인천 부평2공장에서 생산 중인 차종의 생산일정에 대해 시장의 수요를 고려해 최대한 연장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사측이 2021년부터 인천 부평1공장 등에 1억9000만달러(한화 약 2102억원) 규모의 투자에 나서는 내용도 포함됐다. 반면 노조의 반발을 샀던 임금협상 주기 변경(1년→2년)안은 제외됐다.
이는 오랜기간 경영난에 직면해 있는 한국지엠을 고려할 때 노조가 사측으로부터 적지 않은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지엠 노조는 앞서 사측과 24차례 교섭 끝에 잠정합의안을 마련하고 지난달 30일과 지난 1일 이틀에 걸쳐 찬반투표를 진행했으나 찬성률은 45.1%에 그쳤다.
특히 투표에 참여한 부평공장 조합원 4429명 중 1701명 만이 잠정합의안에 찬성했다. 38.4%의 찬성률은 타지역과 비교할 때 가장 낮은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노조가 추가 교섭을 먼저 요청했다는 점에서 내부적으로 '현 지도부를 믿어보자'는 쪽으로 입장 정리는 된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도 "중요한 것은 내용이다. 사측이 노조의 추가적인 협상안을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고 말했다.
노조는 추가 교섭 결과에 따라 투쟁 수위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노조는 투표 부결 이후 강경한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한국지엠 노조는 소식지를 통해 "이번 결과는 GM 자본의 일방통행에 대한 조합원들의 분노이자 복수다"며 "사측은 현재 상황을 직시하고, 조합원의 민심을 제대로 반영해야 한다"고 전했다.
노사 간 힘겨루기가 또 다시 이어지면 한국지엠의 위기는 가중될 수밖에 없다. 임단협 타결이 내년으로 밀릴 경우 노조의 쟁의행위로 인한 생산 손실을 만회할 기회조차 사라진다. 지난달 한국지엠의 판매 실적은 반 토막이 났다.
한국지엠 인천 부평공장 서문. /사진=연합뉴스
노조 부분파업 및 잔업·특근 거부로 인한 생산 손실은 3만대 이상으로 추산된다.
사측은 신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트레일블레이저'를 중심으로 판매확대가 이뤄지던 시점에 임단협 마찰이란 벽에 가로막혀 고심이 큰 상황이다.
트레일블레이저는 한국지엠이 한국정부, 산업은행과 함께 지난 2018년에 발표한 미래계획(향후 5년간 15개 신차와 부분변경 모델 출시)의 일환으로 국내 생산을 약속한 모델이다. 한국지엠 부평공장에서 생산한다.
이를 의식한 듯 노조는 임단협 잠정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 투표 결과를 발표하기 전까지 모든 투쟁을 중단하기로 했다. 특히 현재의 제시안이 사측이 제시할 수 있는 최대한의 내용인 만큼 임단협 연내타결이 가능 할 것이라는 전망도 크다.
이를 통해 기존 노조리스크를 털어내고 트레일블레이저의 수출을 통해 한국지엠의 경영정상화에 탄력이 붙을 것이라는 전망도 큰 상황이다.
사측 관계자는 "이번 잠정합의안은 연내 타결을 위해 회사가 낸 최선의 최종안"이라며 "노사간 추가 손실과 갈등 없이 교섭을 마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