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김기덕 감독이 이역만리에서 코로나19 합병증으로 사망했다. 영화계의 세계적 거장으로 영예를 누렸고, '미투' 가해자로 지목돼 오점을 남기도 했던 그가 향년 60세의 삶을 라트비아에서 감염병으로 마감했다.
11일 현지 매체와 외신 보도를 통해 김기덕 감독이 라트비아의 한 병원에서 이날 새벽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김기덕 감독과 오랜 친분이 있는 러시아의 영화감독 비탈리 만스키가 김 감독의 사망 소식을 자국 통신사에 알렸고, 국내 김기덕 필름 관계자도 이런 사실을 확인했다.
김 감독은 지난달 20일 라트비아로 입국해 휴양도시 유르말라에 집을 구하고 영주권을 신청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갑작스러운 비보에 김기덕 감독의 가족들은 경황이 없는 상황이며, 장례 일정 등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외교부는 현지 상황 등을 유족들에게 알려주고 장례 절차 등를 지원할 계획이다.
김기덕 감독은 한국 영화사에 굵직한 업적을 숱하게 남겼다. 1996년 영화 '악어'로 감독 데뷔해 '파란 대문', '섬', '나쁜 남자',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빈 집', '영화는 영화다', '피에타', '뫼비우스', '배우는 배우다', '그물' 등 문제적 작품들을 잇따라 내놓았다.
무엇보다 국제영화제를 통해 김기덕 감독은 거장의 반열에 올랐다. 세계 3대 영화제로 불리는 칸국제영화제, 베를린국제영화제,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모두 본상을 수상한 유일한 한국 감독이었다. 2004년 '사마리아'로 베를린국제영화제 은곰상인 감독상을, 그 해 '빈집'으로 베니스국제영화제 은사자상인 감독상을 수상했다. 또한 2011년 '아리랑'으로 칸국제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상을 수상한 데 이어 2012년 '피에타'로 베니스국제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해 최고의 영예를 누렸다.
비주류 저예산 영화를 찍으면서도 유수의 국제영화제를 석권한 김기덕 감독의 영예는 '미투' 논란에 휩싸이며 얼룩졌다. 2017년 영화 '뫼비우스'에 출연 중이던 배우 A씨로부터 폭행 및 강요 혐의로 고소를 당했다. A씨는 영화 촬영 중 감정이입을 위해서라며 자신의 뺨을 때리고, 대본에 없던 베드신 촬영을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검찰 수사를 받은 김 감독은 성폭력 관련 혐의는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폭행 혐의에 대해서는 벌금 500만원에 약식 기소됐다.
이후 2018년 MBC 'PD수첩'이 '거장의 민낯' 편을 통해 김기덕 감독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배우들의 증언을 방송했다. 김 감독은 허위 주장을 담은 방송으로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MBC와 배우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으나 패소했다.
추문으로 국내 활동이 어려워진 김기덕 감독은 러시아에서 작품 활동을 하며 모스크바 국제 영화제 심사위원을 맡는 등 해외에서 생활을 이어오다 코로나19에 생을 내주고 말았다.
인간의 어두운 면을 파고드는 파격적인 내용과 독특한 영상미로 주류 상업 영화계와는 거리를 둔 '섬'과 같은 존재였던 김기덕 감독. 낯선 이국땅에서 영욕이 함께 했던 생을 마감함으로써 '영원한 이방인'으로 기억에 남게 됐다.
[정정보도문]영화감독 김기덕 미투 사건 관련 보도를 바로 잡습니다
본지는 2018.6.3.'김기덕 감독, 여배우 A씨·PD수첩 무고와 명예훼손으로 고소'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한 것을 비롯하여, 약 4회에 걸쳐 영화 '뫼비우스'에 출연하였으나 중도에 하차한 여배우가 김기덕감독으로부터 베드신 촬영을 강요당하였다는 내용으로 김기덕을 형사 고소하였다고 보도하고, 위 여배우가 김기덕으로부터 강간 피해를 입었다는 취지로 보도하였습니다.
그러나 사실 확인 결과, 뫼비우스 영화에 출연하였다가 중도에 하차한 여배우는 '김기덕이 시나리오와 관계없이 배우 조재현의 신체 일부를 잡도록 강요' 하고 '뺨을 3회 때렸다'는 등의 이유로 김기덕을 형사 고소하였을 뿐, 베드신 촬영을 강요하였다는 이유로 고소한 사실이 없습니다. 그리고 위 배우는 김기덕으로부터 강간 피해를 입은 사실이 없고, 김기덕으로부터 강간 피해를 입었다고 증언한 피해자는 제3자이므로 이를 바로잡습니다.
[미디어펜=석명 기자]